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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러 가는 게 즐거울 순 없는 거겠지만..
게시물ID : gomin_16870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ZlY
추천 : 0
조회수 : 23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2/05 00:59:42
26살입니다. 돈이라는 걸 벌러 나온 지 일년 조금 더 된 사회초년생이에요.
지금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알바 비슷하게 유치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 10여명 정도를 담임 선생님 밑에서 보조하고 있습니다.

길게 쓰면 유치원에서 알아볼 것 같아서..짧게 말하자면 제가 사고를 쳤습니다. 음 일단 제 잘못이 많이 커요.
눈치도 없었고 사회성도 없었죠. 

제가 하는 일은 선생님은 수업을 맡으시고 저는 보조,그러니까 아이들을 화장실에 데려다준다거나 아픈 곳을 돌봐준다거나
혹여 애들이 싸움이 나거나 울면 말씀드려야 하고, 그 밖에 약을 먹인다거나 그런 짜잘한 일들을 해요.

그런데 제가 제 시간에 먹여야 할 아이 약을 좀 빨리 먹였어요. 다른 일이 워낙 엄청나게 바빠서...뭐 이것도 핑계겠지만
아차 싶었을 땐 이미 늦었어요. 전 초보라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크게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거라더라구요.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긴 했습니다. 일어났으면 전 짤리고도 남았겠죠.끔찍하네요)

그땐 진짜 그게 대단한 건줄 몰라서 조금 빨리 먹였습니다,라고 말 했는데
선생님이 걱정하시면서 조곤조곤 말씀하셨지만 화를 내셨어요. 이건 조금이 아니다.큰 일이다. 아주 많이 잘못했고 큰 책임을 질 수도 있는 거다.
그런 실수로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네가 어떻게 책임질거냐 등등.

그때 아- 하고 반성했는데, 사실 정말 진짜 엄청나게 걱정되고 신경쓰였어요.정말, 완전.진심으로 주변 소리도 안 들릴 만큼 멘붕에 빠졌어요.
혹시 나때문에 큰 일이 나면 어쩌지, 선생님이 나 때문에 뒷감당에 고생하시겠네...아 난 왜이렇게 실수가 잦지 등등..
그래도 애써 추스리고 괜찮다고 생각을 해야 하니까, 괜찮다..괜찮다 하고 애써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는 곤란할때 웃는 편이라, 선생님이 말씀하실때도 네네 하면서 웃고 있었거든요. 그게 좀 가벼워 보였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정말 잘못했다고 느낀 건, 그 일이 일어난 직후에 무슨 율동활동같은 걸 같이 하는데
너무 멘붕에 빠져서 그걸  그때 또 실수한거에요(ㅜ실수투성이) 옆에서 선생님이 그거 아니라고 살짝 짜증?내시고.
(이때 선생님도 제가 약사건을 가볍게 치부했다고 생각하신데다가 율동까지 틀리고 멘붕인줄 모르셨을테니 더 화가 나셨을거에요)
순간 자괴감에 자괴감이 더 들어서 이걸 내가 해서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마저 들어서 혼자 '앉아야 하나..'하고 중얼거렸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였겠지요.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엄청 화가 나셨어요.
반성하고 있는 태도 맞냐고, 나는 오히려 네가 나한테 화를 내고 있는 것 같고, 나같으면 정말정말 너무 미안해했을 것 같은데
너는 그걸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내가 너무 화가 나서 이후 수업을 진행을 할 수가 없다. 넌 너무 뻔뻔하다. 하고요.

그걸 아이들 다 화장실 보내고 유치원 복도에서 굉장히 크게 화를 내시는데 아ㅜ
그걸 반성하지 않았던 게 절대 아녔으니까, 그런 소리를 들을 줄 몰라서 너무 당황스럽고 순간 뭘 어떻게 했어야 할까 머리도 멍해지고
그걸 복도에서 그렇게 듣고 있자니 너무..제 개인적인 느낌엔 수치스러웠다?민망했달까ㅜ...

그렇게 어찌어찌 멘붕의 수업을 끝내고 퇴근하면서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카톡도 보내고 전화도 하게되고 하면서 이제 잘 말을 듣고 하고 하면서 푸는데,
저도 몰랐던 부분인데 제가 선생님이 지적을 할 때 평소 태도가 안좋았대요. 대답을 안한다거나(어휴 잘못했지요 반성중입니다)눈을 안 마주친다거나
회피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나봐요. 그래서 선생님도 아 얘가 내가 하는 말이 잔소리로 느끼나 싶으셨다고.
그리고 그 약도 조금인데요?^^하고 가볍게 넘기는 것 처럼 느꼈다고.(이건 가볍게 생각 안 했다고 말씀드렸지만)
선생님도 뭐 연락해줘서 고맙고 그런 맘 잘 알았으니까 됐다고 앞으로 잘 하자고 뭐 그런 식으로 어찌어찌 얘기가 끝났는데..

너무너무 제 태도가 선생님을 힘들게 했다는 걸 느꼈어요. 정말 이런 걸 지적할 줄 아는게 어른이고 난 아직도 어린애고
ㅠ진짜 생각도 못했는데 이런 데서 내가 어린애구나 싶고 막 정말 여러모로 크게 반성했는데요.

저 개인적으로는 그 수치감이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너무 상처로 남아있는거에요. 지금 심정으론 월요일날 가는 것 자체가 숨이 막힐 것 같고
생각만 해도 너무 우울한데 놀래서 눈물도 안 나오고 잠도 못 자겠고 주말 잘 보내다가도 불쑥불쑥 그 이미지랄까 느낌이 자꾸 떠올라서 슬프고ㅜㅜㅜ

잘못과는 별개로 그게 상처로 남아있는걸까요.

원래 회사가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제가 너무 여린걸까ㅠ싶기도 하고
왜 그 있잖아요 사무실 가면 서류 집어던지고 큰소리나고 뭐 그런 이미지...........
다들 그렇게 사나 싶고 괜히 상처받는건가 싶고 근데 진짜 지금 출근하기가 너무너무 너무 싫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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