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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사이트를 놓아보아요
게시물ID : freeboard_16878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leepin
추천 : 10
조회수 : 134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12/20 17:41:36

가입일은 12년도, 처음 알게된 건 새내기 때였던 09년도.
솔직히 다른 과격한 웹사이트에 비하면, 오유는 참 노잼이었다. 주변에 오유하는 학과 사람들과 하던 얘기는 주로 '오유는 유머는 별론데 분위기가 진중해서 좋다' 등이었으니까... 그래도 커뮤니티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아 전 오유해요'라고 하면 나름대로 자랑스럽던 때였다. 마침 일베의 전성시대가 오기 직전이었으니 말이다.

이후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었고 그 사이 어떤 게시판의 몰락과 흥하는 과정을 종종 마주했다. 며칠만에 들어와보니 시게를 향한 분노와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그 동안 보아온 오유의 모습이 잠깐 새 많이 변한 듯 싶다. 이제 내 주변에 오유하던 사람들은 하나둘 없어지는 실정이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다들 시게에 대한 얘기를 한 마디 씩은 하고 갔으니까. 나도 비판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몇 마디 하고 이 사이트 덕에 즐거웠던 기억만 안고 나갈 것이다. 오유가 얼마나 오래 존속할지는 모르겠으나, 이전의 따뜻한 커뮤니티로 복귀하기엔 이미 갈 데까지 간 부분이 많다. 

시게는 이전에는 좋았지만, 지금은 좋은 게시판인지는 잘 모르겠다. 비단 이건 오유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지만... 정치 얘기라는 것은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조심스러운 주제이기에, 인터넷 커뮤니티의 몰락 역시 정치 관련 게시판에서 시작될 때가 많다. 오유의 시게가 특별히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자정작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자정작용은 '올바른' 정치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뜬금없이 섹스를 외치거나 오버워치 망겜론, 김현수의 엘지행, 호날두의 그것 vs 메시의 왼발, 우리 고양이 세상에서 젤귀여워를 외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자정에 가깝다. 정치는, 때로 술과 같아서 사람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 어떤 타인의 정치도 당신의 정치와 같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김어준, 주진우의 현실과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다만 작금의 현상을 이해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줬을 뿐이다. (K값 논란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그건 나같은 멍청이보다 명석하신 과게 유저분들이 짚고 넘어갈 것이다.) 김어준이 주장하듯 우리 삶은 닥치고 정치이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갉아먹는 정치는 쓸모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글을 쓰고 읽고 대응하는 행위 역시 싫든 좋든 인간 관계의 연장이라는 점을 시게분들이 간과하시지 않길 희망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안착과 마무리까지의 완벽한 여정을 기대하는 것은 시게 본인들 뿐만이 아니다. 또한 박, 최의 몰락에 일조했을지 모르겠으나 그걸 해낸 건 실상 정치에 1만큼의 관심조차 없던 대중들의 문제의식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겠지만 제발, 부디 특권의식 가지고 정치에 '무감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접근하지 말길 부탁한다. 21세기에 계몽같은 건 솔직히 지독히 촌스러운 오래된 유행...같은 것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남들에게 적폐라고 손가락질 쉽게 하지 않길 바란다, 심사숙고 좀 하길 부탁드린다. 설령 그게 지리멸렬한 자유한국당이라고 해도...그건 언젠가 똑같이 돌아올 것이다. 그들 다 몰아내고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고 싶겠지만 이건 본인들 삶을 다 갈아넣어도 부족하고 후대까지 이어지도록 토대를 잘 다져놔야 할 일인데. 빠가 까를 만든다고 정말... 가끔 보면 대통령은 세상 멋있는데 지지자 몇몇은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것 같다. 대통령 잘생긴건 맞으니까 얼굴은 맹목적으로 빨아도 상관없지만, 정책이나 업무 측면에서는 맹목적으로 얻어맞아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줄 알아야한다. 

아무튼 이 논란들이 잘 마무리되고 아무쪼록 오유가 좋은 커뮤니티로 남길. 로그인 횟수 600회 정도 밖에 안되고 대단한 유저는 아니지만 이제 놓아줘야겠다. 내 삶이 피곤한데 이젠 여기 들어와서까지 피곤한 얘기들을 보고싶지 않으니까... 다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라이트유저는 이제 빠져나갑니다. 좋아했어요.  
 
 
  
 
  
 
 
출처 아아 삶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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