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과 함께 영화를 접했다.
개봉 했을 당시의 이 영화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여느때처럼 주변 일은 돌아보지 않고 정신을 놓고 지내고 있었겠지..
내가 여태 봐온 대부분의 일본 연애물들이 그렇듯,
약간은 작위적인 설정이다. 장애인과의 사랑이라..
러브 레터, 연애사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등에서 보았듯이 일본 영화는 조금은 환타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일본 영화의 강점은... 음..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할까.. 동양적인-정확히는 일본적인, 약간은 신비로운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잘 활용하여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꼽는 영화 '시네마 천국', '스모크'나 '비포선셋'이 가지고 있는 어떤 일상생활속의 사랑, 미움, 그리고 삶.. 그 속에 담겨진 인생의 의미를 다룬 일본 영화는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내가 여태 그런 영화를 못 만난 것일뿐, 분명 그러한 일본 영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들 중에서 그런 영화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그로 인해 생긴 일본영화에 대한 무의식적인 기피가 작용했기 때문에 더더욱 접하지 못했을 수도..
어쨌든 이 영화는 조제와 사랑을 하게 되는 남자주인공(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원래 영화 속 남자애들 이름은 잘 기억 안한다..)을 보여준다. 너무 뻔하다. 사랑을 나누고, 갈등을 겪고, 결실을 맺고..
..그러나 이 영화의 묘미는 마지막에 있었다..
후반부에 조제와 함께 간 바다는,
남자 주인공이 조제를 가족들에게 소개하려다
결국 그럴 자신을 잃어버려 가게 된 곳이다.
이 장면이 갈등의 최고조,
결국 대단원을 향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끝나기 직전까지도
결국 조제와 나는 사회의 관념에 맞서 싸웠다고..
가족들도, 주변 사람들도 설득하고..
그래서 결국 결혼하게 됐고 행복했다..라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마지막은 남자주인공이 조제와 이별하게 됐음을 얘기한다.
'...이별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니다, 사실은 내가 도망쳤다...'
라는 대사는 충격적이었다.
남자 주인공이 옛 애인을 만나 걷다가 울어버리는 장면은,
그리고 그 후에 조용히 롱 쇼트로, 혹은 클로즈 쇼트로 조제의 남겨진 모습을 덤덤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가슴아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장면속의 조제는.. 슬퍼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더 묘한 여운을 남겨주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래, 사랑이, 삶이.. 영화처럼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냐만..
그렇지 못하잖아.
매번 영화처럼 사랑에 빠지길 기대하고,
영화처럼 사랑을 나누길 바라고,
영화같은 이별 뒤 해후가 있기를 원하고,
그 해후 뒤에 정말 영화같은 재결합이 있길 갈망하지만..
그렇지 못하잖아..
..사랑한다는건 참 좋은건데,
생각할게 너무 많은 것 같지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