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개천에서 용도 나와야">
"'기회균등할당제' 국가 경쟁력의 핵심전략"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대학총장들과의 토론회에서 '도덕적 가치'를 키워드로 내세워 참여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대학측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데 주력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저소득층 대상 대입 특별전형 쿼터를 2009년 11%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기회균등할당제'를 도덕적 가치의 실례로 들면서 "이 사업이 국가 경쟁력에서도 핵심적인 전략이라는 생각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요즘 도덕적 가치를 얘기하면 별로 인기가 없고, 경쟁력 전략을 얘기하면 잘 먹히는 세상이어서 경쟁력 전략이란 관점에서 이 정책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지금까지 우리가 국가 사이의 경쟁을 얘기할 때 항상 가장 우수한 사람, 가장 우수한 지도자 집단, 지도층 집단의 역량을 갖고 국가경쟁력을 구성해왔고 실제로 그렇게 경쟁력을 평가해왔다"며 "그러나 이제 지식이 보편화되고 세계가 전체로 하나로 통합되고 정보의 공유 수준이 아주 높아져 버린 이 사회에서는 엘리트 집단간의 경쟁만으로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개천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개천에서 골목대장만 할 것이 아니라 개천에서 때때로 용도 나고 잉어도 나오는 코스를 만드는 쪽으로 충분히 섬세하게 이것들을 설계해서 폐단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특히 "한국 사회가 배려가 부족한 사회라는 것은 틀림없다"고 지적하는 대목에서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노 대통령은 자신과 총장들은 사회의 강자라며 "우리 사회는 강자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너무 일방 통행하고 있다"며 "강자가 강자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 내고 강자를 위한 정책이 일방통행하게 됐을 때 우리 사회는 결국 분열된다. 그건 도덕적 사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한국사회, 한국의 지성사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대학과 언론을 싸잡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교육정책에서 학생들의 애로를 얘기할 때 절반은 외고학생들 얘기하는 것 같다"며 "외고는 설립 목적이 특수목적고 아닌가. 입시학교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한 뒤 "(학생이) 스스로 선택한건데 그 것(내신불리) 해결해 내라고 언론들이 지금 발칵 뒤집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토론회의 최대 관심사였던 2008학년도 대학입시 내신반영률 문제는 "정부도 융통성을 발휘하기로 하겠다"며 "여러분도 도와주시면 고맙겠다"고 대학의 협조를 당부하는 선에서 넘어가는 듯 싶었으나, 노 대통령이 양복 안 주머니에서 준비된 메모를 꺼내자 장내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노 대통령은 "분명하게 언론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다"고 운을 뗀 뒤 "사실을 정확히 전달해 달라"며 작심한 듯 신뢰의 문제를 제기했다. 2008년 대입제도는 2004년도에 정부와 대학간에 국민적 합의로 수용된 것인데 지금 와서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려고 한다는 얘기였다.
노 대통령은 토론회 후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도 언론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모든 영역이 선진국으로 가고 있는데 뒤쳐진 것은 정치, 언론, 사회연대의 정책과 문화 세 가지"라고 진단하면서도, 교육에 대해서는 "결코 낙후지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교육 때문에 나라가 망할 것처럼 말하지만 세계는 놀라워한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다만 우리 대학 스스로 사회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변화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중등교육이 다앙한 교육과정을 통해 미래가 요구하는 창의력 넘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이 배려하고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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