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고민게시판이니, 편하게 쓸께요..술한잔 하다가..답답한 마음에 쓰는 글이니,..앞뒤 두서 없어도 그러려니 해 주세요..
30대 초반 남자입니다.
외모요...
어렸을 때부터 잘생겼다는 소리 참 많이 들었고, 고등학교 때는 만화캐릭터 같다는 소리도 들어봤고, 대학 때는 인기 정말 절정이었습니다..연예계 진출했어도 성공했을 것 같다는 소리도 최근에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
대학은...
소위 말하는 명문대 나왔습니다..고등학교는 누구나 아는 D 외고 나왔구요.. 유학도 다녀왔습니다...아니, 유학이라기보다는,..오랫동안 외국에서 살았습니다. 장학금 받으며 유학갔다가 꽤 오래 있었습니다..
재능은...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서..꽤 칩니다..운동도 한다면 하는 편이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합창단 리더를 3년간 했습니다.. 커다란 공연도 몇차례 했구요... 재능이 없는 놈은 아닙니다...
성격은....
어린 시절에는,..친구 할머니께서 저보고, 쟤는 누가 때려죽어도 웃고 있겠다 하셨을 정도로, 순딩이였습니다..제가 생각하기에도 답답할정도로 순하고 여리기만 해서, 고생도 꽤 한 것 같습니다...마음이 너무 여려서...어렸을 땐, 길가다 거지만 봐도..(그 당시에는 길가에 거지가 많았거든요..) 마음이 아파서 일주일씩 밥을 잘 못 먹을 지경이었습니다..
이게 어쩌면 제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누구랑 싸움을 잘 못하는 타입입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어렸을 때도 친구와 말싸움 한번만 하면,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하면서...하늘이 노래지고,...정말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시야까지 흐려지곤 했는데...
이게 한국에 온 후로 정말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독일에 있을 때는 사람들이, 싸워도 소리지르고 싸우는 게 아니라, 좀 말을 길게 하면서 표정으로 화를 내는 편이라,..그렇게 흥분할 일이 없었는데...2008년 가을에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정말 큰 문제들을 몇 번 겪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레 아버지께서 쓰러지셔서 병원에 계시는 동안 의사들과도 몇 번 싸우게 되었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홀로 남으신 어머니를 모시며 지내며,..세입자들과 몇 번 다툼도 있었고,.. 심지어 얼마전에는 가장 믿었던 친구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싸우게 되었는데, 모든 게 감당하기 힘들더라구요..
특히 가장 힘들었던 게 세입자들과 싸운 일이었습니다..
집에 물이 샌다고 해서 가보니 출입문쪽에 한두방울씩 이슬처럼 번지는 것이 있어서, 바로 다음날 공사하는 사람을 불러 공사를 했고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해결이 안 되었었나 봅니다. 그러면 그냥 전화해서 얘기하면 되는 것을, 밤중에 문을 쾅쾅쾅 두드리고,.. 아침에 출근하다 마주쳐서 나름 반갑게 인사하니, 인사는 안 받고, "공사하는 사람 언제 온대요?" 이딴 식으로 행동하길래, 제가 한마디 했었습니다.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공사할 텐데, 왜 이러시냐고. 공사해 달라 해서 바로 다음날 사람 불러서 공사해 드렸는데, 문제가 해결 안 된 게 제 탓입니까? 하루이틀도 못 참고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어제 밤 12시 다되어서 그렇게 문을 쾅쾅 두드리시고, 그러시면 최소한 "미안하다" 란 말이라도 한마디 하시는 게 우선 아닌가요?
이 한마디 했는데, 그 날 난리가 난 겁니다....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며 갑자기 그 아주머니가 소리소리를 지르며 남편을 부르고, 남편은 갑자기 뛰어나와 복도에서 소리를 지르고,... 원래부터 큰 소리에 민감했던 저는 그 순간 바로 갑자기 다시 시야가 노랗게 흐려지면서 중심을 잘 못 잡겠더군요... 저도 화가 너무 나서 소리는 같이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데, 이미 온 몸에 힘이 빠져서 소리는 커녕, 아무런 말조차 나오지가 않는 겁니다...쉰소리 밖에는...
게다가 그 집은 제가 독일로 유학가있던 13년 동안 이 집에서 살았던 사람들이고,..살던 집을 허물고 새로 집을 지었을 때 IMF 가 터져 정말 싼값에(서울 성북구 근처 방 3개, 앞뒤 베란다, 욕실 2개,주방, 거실..에 5000만원) 들어와 13년동안 한번도 전셋값을 인상한 적도 없는 집이었으니...갑자기 정말 너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미치겠더라구요...
아버지는 IMF 시절 이후에도,..괜히 전세값 올릴 필요 없다며, 힘든 시절 우리 집에 들어온 사람들이고, 여기서 잘 지내면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좋은 거라며 몇해전 돌아가실 때까지 단 한번도 전세값을 올리신 적도 없었는데,...고맙다는 얘기는 못 들어도,이렇게 욕을 먹다니... 공사를 안 해 준 것도 아니고, 벽에서 물이 샌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다음날 공사를 해 주었고, 그래도 안 잡혀서 하루만 기다리면 바로 다시 공사를 할 예정이었는데....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어서,
그 날 출근하다가 도저히 몸이 비정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급하게 회사에 전화해서 반차를 요청하고 근처 모텔에 들어가 누웠습니다... 그래도 도저히 감정이 조절이 안 되어서 그 대낮에 술을 몇 병 마셨습니다...
술을 좀 마시니 그나마 좀 괜찮아지더군요...그길로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주머니께 따져 물었지요.. 내가 공사를 안 해 준다 했습니까? 내가 기분나쁘게 이야기했습니까? 도대체 왜그렇게 다짜고짜 화를 내신건지 이유나 좀 알자고,..
그랬더니 다짜고짜, "공사를 해달라 했으면 바로 당일 해결해 줄 일이지, 하루이틀동안 물 새는 거 보는 사람 생각은 못하냐?" 면서 문을 쾅 닫더군요.....너무 어이가 없어서, 다시 문을 두드렸죠... 이게 대체 무슨 경우냐고, 물이 콸콸 새는 것도 아니고, 벽에서 조금 번지는 수준인데, 어쩌구 하고 있는데...또다시 남편이 뛰쳐 나오더군요.
다짜고짜 제 팔을 잡더니 또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겁니다...
이번엔 저도 술기운에 같이 소리를 질렀죠.
"어디 감히 사람 몸에 손을 대냐고. 경찰 부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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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다시 집에 돌아가 완전히 쓰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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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좀 두서없지만.... 그런 일 겪고 나서,...완전히 대인기피증이 생겨버렸습니다...
집 문을 여는 것 자체가 무섭고...심지어 집 안에서조차 걸어다니는 소리를 누군가 들을까봐 무서운 느낌이 들 정도로요.... 아무 일 없던 듯 그 후로도 며칠간 회사에 출근했지만,...다른 사람 책상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나도 깜짝깜짝 놀라고...
제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나 싶어, 산에도 가 보았고, 바다에도 가 보았지만,... 그리고 바다에 가서는 펑펑 울고도 돌아왔지만.... 갑자기 심해진 이 증세가 나아지지를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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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란 사람....지금까지 꽤 괜찮은 사람이었고, 열심히 살아왔다 생각했고,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최선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제가 이렇게 약한 놈은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 문제로 너무 고통스럽네요...
나가지를 못합니다... 싸운 그 세입자들과의 문제만이 아니라, 아예, 무슨 큰 소리가 나는 것 자체가 힘이 듭니다...전철이 들어올 때 경고 소리도 너무 힘들고, 특히 길가다 누군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면 그 때부터 아무것도 하지를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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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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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간,...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집에서 귀마개를 한 채로 있었습니다.. 며칠 지나니 씻는 것도 하지 않게 되더군요.. 오직 모든 신경이 사람들 발자국 소리에만 집중되고... 누군가 시끄럽게 굴면, 마음 속에서 너무 큰 분노가 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