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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떄문에 힘들어 하는 분들.. 본인 잘못 아니예요, 당당하세요.
게시물ID : gomin_16914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2ttb
추천 : 1
조회수 : 26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2/27 17: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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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에 처음으로 글 쓰는거 같아요.

전 올해 30대 중반에 들어선 사람입니다.

결혼전까지 아버지에게 욕설+폭력,

친오빠의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2학년 까지의 성폭행,

지속된 아버지의 외도와 그걸 불쌍하다고 이해하라는 어머니 밑에서 살았습니다.


저희 어머니, 외동딸로 중학교 전에 부모님 두분 다 잃고

친척집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할머니와 함께 이곳저곳 전전하면서 살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와 오빠에게 자신과 같은 부모없는 설움을 안겨주고 싶지 않으셨다고

그래서 이혼을 못하셨다고, 그러니 너가 이해해라. 라는 말씀을 항상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래야 하는줄 알고 자랐습니다.

술을 드시고 오셔서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때리고 욕하고,

학교에 보내지도 않고, 밤새 무릎 꿇고 앉아 있으라고 하셔서 잠드신 아빠 옆에서 10시간 넘게 다리한번 못피고 앉아있다가

다음날 태연히 술을 깨시고 너 왜그러고 있냐고, 방으로 가라는 말에 펴지지 않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 방까지 기어갔던 적도 있었습니다.


세상 어느 집이든 사연 없는 집 없고,

한국 남자들중에 바람 피지 않는 남자 없다고, 그러니 아버지가 바람 피는건 당연하다는 그말 들으면서도

엄마가 참으니까, 나도 엄마 생각해서 참아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참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저희 남편 만나고, 정말 정상적이고 건강한 정신 가지신 시부모님 만나면서

세상엔 바람피지 않고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지만 이미 엄마와 오빠는 아빠의 그런 외도에 익숙해 졌고,

제가 아무리 잘못된 거라고 말 해도 그건 부부의 문제라고 관여하지 말라시길래 그냥 저도 덮었습니다.


오빠의 성폭행, 이건 중학교때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말씀 드렸던 당일날 저녁에만 오빠를 때리고, 저에게 미안하다고 말씀하시고선 아무런 조취도 없으셨습니다.

오빠가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기 위해 끙끙거리는 소리를 들어도

자면서 잠꼬대를 하는 소리가 들려도

제가 당했던 일들이 생각나서 전 며칠동안 내내 앓았습니다.

엄마에게 힘들다고 말해도 내가 뭘 어쩔수 있겠냐, 라는 대답뿐이었죠..

그 이후부터 전 결벽증이 심해졌고, 심각한 감정기복이 생겼고,

남편을 만난 후 많이 극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증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작년 추석때 엄마깨서 뇌종양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10년 동안 천천히 자라온 것이고, 희귀 종양이고, 수술도 굉장히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다행이 수술을 끝내시고 중환자실에서 나오자마자 제 신랑에게 하셨던 말씀이

제게 사랑을 가르쳐 줘서 고맙다는 말씀이시더라구요.

제가 결혼하고 많이 밝아졌다고. 고맙다고..

두달내내 엄마 간병을 하면서, 드시지도 못하고 거동도 못하시고, 산소도 못떼시는 엄마를 보면서

태어나서 여자로 사랑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엄마 인생이 불쌍하고 가엾어서 밤에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제가 잠시 설에 가게 되서 아빠가 대신 있어주시겠다고 하셨을때

그래도 같이 살아온 정이라고, 아빠도 정신 차리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해해야지..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잠시나마 나쁜 마음 먹었던 것이 죄송해지기도 했구요..

그런데, 저희 아버지.. 바람을 폈었던, 그리고 현재도 같이 일하고 있는 여자가 싸준 반찬을 싸오셨더라구요..

그때 느꼈습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고, 고쳐쓸수도 없다는 걸요..


전 이제까지 그래도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 같은걸 안고 살았었습니다.

속된말로 착한여자 컴플렉스 같은거.. 였던거 같아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봤을때 아버지가 그러시더라구요.

자신이 외도를 한것도,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것도 다 제탓이라구요..

그 순간..

갓 태어난 아이가 뭘 알아서 어떤 행도을 했길래 태어나기 전부터 아비가 했던 외도의 책임을 져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다신 친정부모와는 보지 않고 살기로 다짐했어요..

제가 가졌던 제 죄책감..

저만 조용히 있으면 남들 눈에는 행복한 가정으로 보이니까.. 라는 무언의 압박과

그걸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살아왔던 제 인생이 참 허무하더라구요..


제가 외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귀국한 이후에 뼈져리게 느꼈던 점이

우리나라는 참 가정폭력에, 술에 관대해요..

부모가 때리면 자식은 잘못이 없더라도 무조건 맞아야 하고

말이 안되는 논리를 펼쳐도 부모는 무조건 맞고, 자식은 무조건 틀린..

혹여 부모에게 올바른 소리를 해도, 부모에게 일갈 했다는 이유만으로 패륜아가 되는

그런 이상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자식은 자식이란 이유로 계속해서 죄책감을 가져야 하고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지만, 왠지 사회적 시선때문에 내 자신이 잘못한것 같은..

그런 기분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그랬던것 처럼요..

그런 분들.. 절대 죄책감 갖지 마세요..

당당해 지세요..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이제 부모가 될 나이가 되고보니 세상엔 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그 사람들 중에는 본인이 부모로서 최고의 부모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저희 아버지처럼요..

그걸 인정하세요. 세상엔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나이만 먹은 겉모습만 어른인 사람들도 많다는걸..

그리고 자신은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해 버리고, 행동하면 되는것 같아요..

제가 3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제대로 생각과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가진 남편과 시부모님을 만나고.

그런 주위의 가정들을 겪고 나서야 느낀 그런 생각을

다른 분들은 조금 더 일찍 느끼시길 바래요..

그리고 자신을 조금 더 일찍 사랑하는 방법을 깨달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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