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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매일 매일, 일주일 - 1
게시물ID : gomin_16922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WliZ
추천 : 0
조회수 : 15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3/04 01:27:29
쉼표,

도토리 자매에서 나왔을때 처럼, 안 바쁠때는 그냥 그렇게 흐름에 맞기기로 했다.
괜히 없는 관계에서 스트레스 봤고, 시간이 흘러가는것에 후회만 하기보다.

그냥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지 하면서.


생각해보면, 난 의대를 '나 자신을 바꿀 기회' 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했다.
불편해도, 참고.
난 더 나이가 많으니깐, 더 이해하고.
평생 친구를 만들어야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무엇보다 내가 추구하는 삶에 더 가까이 가기위해서.

어쩌면 이런 강박감이 점 점 나를 좀먹었는지 모른다.


반의' 건강'을 자처하면서, 사람과의 관계에 쉽게 상처를 입고, 의구심이 들고, 소심해지고, 그리고 그냥 아예 무시하기로 했다.
나를 소중하게 대해준 사람은 거기에 맞게 대해주지 못했으면서 말이다.
음....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 뱀 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마워해야할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했다.


그리고 점점 공부가 어려워졌다.
하기 싫었다.
싫증이났다.
이제는 친구도 없는것 같았다. 나한테 그 어떤것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바쁘다는 주말이 나에게는 비어진 시간이였기에...
가족은 멀리 살았고, 가끔씩 삶의 스트레스로 서로에게 몹쓸말, 상처주는 말, 아픈 말을 하며 고름을 만들어냈다.

다른 사람들은 '의대생' 하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학기 초에만 머문다는 'Imposter syndrome' 이 나에게는 매일이였다.
특히 정말 수재인 다른 반 아이들을 볼때마다 그렇게 생각했다. 왜 나는 그정도 할수 없지? 
왜 나는 안되는거지? 
왜 나는 느리지?
아마 나는 무의식적으로 항상 이런 생각을 하며 나를 비교하고 그랬던것 같다.

그리고 그게 최고로일때, 엄마께서 아프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우울증과 슬픔이 투영되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거기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난 지극히 나만 아는 인간이기에.
하지만, 그랬다,
아플때까지 제대로 못돌봐준 가정의가 미웠다.

아직까지 엄마 얘기를 하면 눈물이 난다.
아마 그래서 이번에 레지던시가 결정되었을때 크게 기뻐할수가 없었을지도.
그나마 경쟁력이 없다는 가정의가 가면서 (내가 과연 행복할까?) 비인기가니깐, 내가 갈수있는데를 갈수있겠지, 하고 크게 인기가 없는 고향 프로그램을 택했지만, 마지막에서 2번째로 택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것도 첨부터 별로라는것을 알고있었던 프로그램을.
이렇게 결정되면서 왠지 자연스럽게 나의 값도 헐값이 된것같았다.
특히 '어...?' 하는 애들의 표정을 볼때.

앞에선 다른 사람에게 내가 갈 프로그램에 좋은점을 말했지만 안에서는 너무 아팠고, 그러기에 내 주위에있는 애들은 행복했기에 쉽게 나의 슬픔, 아쉬움 등을 드러낼수가 없었다.
다른 애들이 열심히 파티를 할때, 난 쉽게 피곤을 느끼고, 더이상 파티를 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냥 혼자 있고싶었다. 있어도 귀찮게 할 사람/친구도 없고,
그냥 아무 생각도 할수가 없어서, 일주일전에 이번주에 쉬면 할일을 그냥 꾸역꾸역 하고 있다.
그냥 배워둔 운동동작을 하듯이. (다행이다 일주일전에 이런걸 미리 계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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