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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교차로 길 가로수에서
게시물ID : readers_169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조냐
추천 : 2
조회수 : 32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0/29 19:45:35
나는 그 아저씨를 교차로 왼편 길에 있는 가로수에서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발견이라기보다, 무관심이었습니다. 그대로 지나갔었죠.

나는 매일 아침, 등교하려면 그 길을 지나가야 했습니다.
언제나 한산한 시각에 나는 아저씨 앞을 지나갔습니다. 

두번째 만남. 나는 그때도 무심코 지나가려 했습니다.
아저씨의 눈이 반짝 빛나는 것 같았지만, 내 알바는 아니었으니.
그래서 지나갔습니다.

세번째 만남, 그때에 비로소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나는 기분이 나빠 서둘러 지나갔습니다.

네번째 만남. 그날도 짜증내며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엔 아저씨가 있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했던것이 과신이었을까요,
분명히 있던 것 같았는데 말입니다.

아저씨는 그 길을 지나가도 이제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길에서 만난 아저씨를 금방 잊어버렸습니다. 별거아닌 만남이었습니다. 
자연스레 그 길을 바삐 지나갔습니다. 

아저씨는 있었습니다. 자리를 옮겼더군요.
특별히 사고를 당해서 죽었다거나 다친게 아니었습니다.

아저씨는 저를 힐끔 보더니, 그다음날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다음날, 그 아저씨는 내게 돈을 건넸습니다.
나는 지저분한 손으로 내미는 천원이 더러워 그손을 쳐내고 도망쳤습니다. 

나는 도망갔던 날 이후로 그 길을 피해다녔습니다. 

세달 후, 나는 아저씨가 그 길에서 다른 자리로 옮겼으리라 짐작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쪽으로 지나다녀도 괜찮겠지 싶었습니다.
그 길이 지름길이어서, 그 길을 다니지 않으면 돌아가야 했습니다. 교차로가 있는 동네를 빙 돌아서.

그러나, 여지없이 아저씨는 그곳에 있었습니다. 난 일부러 걸음을 독촉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 아저씨 얘기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다들 내가 예민한거라며 웃었습니다.
돈 이야길 꺼내자 미친 사람이니 경찰서에 신고해라.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신고하고 경위를 경찰에게 설명하는 것, 귀찮기도 하고 왠지모르게 경찰이라고 하면
숨어야 할것 같은. 죄지은 것도 없는데. 

아저씨는 이번에도 뭔가를 떨리는 손으로 내밀었습니다. 글이 적혀 있고, 구겨진 종이였습니다.
손이 저번보다 더럽지 않았습니다. 손날에 굳은살이 있었고 손도 거칠었습니다. 
나는 그 손에서 종이를 받아들고 호주머니에 쑤셔넣고는 냅다 뛰었습니다.

그 종이를 받은 날로부터, 아저씨는 포장되어있는 먹을것을 내게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는 내가 자신의 더러운 차림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어느새 옷도 깨끗하게 갈아입고, 머리도 깔끔하게 한뒤에
그 자리에 늘 앉아있었습니다. 

매일매일, 그 길을 거쳐갔습니다. 

아저씨는 나날이 말끔해진 인상으로, 매일 아침 항상 그자리에. 한번도 내게 손을 대려한적도 없고, 그저 하는 일이라곤 
내게 먹을것을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을 때, 아저씨는 울었습니다. 
펑펑 쏟아지는 눈물에 나는 옆에 앉아서 아저씨가 그칠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학교에 늦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처음으로 폐쇄공포증이 있는게 싫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저씨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 앞에서 운 것이 창피해서 그러나보다 했습니다. 
나는 사람이 없는 거리를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아침이라 공기도 신선하고, 밝았기 때문에 무서움은 느껴본적 없습니다.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습니다. 내가 가면 소리가 이어지고, 내가 멈추면 그도 멈추었습니다.
나는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발자국 소리는 더이상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아저씨는 그로부터 또,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7년뒤, 나는 경찰이 되었습니다. 동네 파출소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첫 근무날, 아저씨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나와 정말 닮은 녀석의 벽보. 10년전, 그는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그의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는 그를 아직도 애타게 찾고있답니다.
그는 나와 정말 미묘하게 닮았습니다. 하지만 그와 내가 분명하게 다른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7년전, 키가 나이 평균보다 작은 편이었습니다. 반올림해서 160. 
그의 키는 실종당시 170. 나보다 10cm나 훨씬 큰 키였습니다. 
내가 아무리 비율이 좋아도, 내가 그 일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아저씨를 다시 볼수 없었습니다.
이윽고, 벽보를 내리라는 상부 명령이 내려왔을 때. 
그저 나를 닮은 녀석이 과거 사진에서 웃고있는 걸 보며 
아주 잠깐 가슴께가 시큰거렸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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