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어느 이상한 마을의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1184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재크와콩나물
추천 : 4
조회수 : 59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6/05/14 06:49:12

옛날옛날에 이상한 마을이 있었어요.

그 마을에서는 몇몇 사람들만 맛있는 과일을 몰래몰래 먹을 수 있었고, 떳떳하게 '나는 과일을 좋아해'라고 말하면 동네 어른들한테 혼이 나는 이상한 마을이었죠.

사과 나무를 키우는 송씨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이 맛있는 사과를 먹는게 왜 나쁜 일이라는거지?"

그래서 송씨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않고 열심히 사과 나무를 심었어요.

하지만 송씨는 사과 나무를 키울 줄만 알았지, 사과를 팔 줄은 몰랐어요. 결국 시장에서 야채를 팔고 있는 김씨를 만나 같이 사과를 팔기로 했죠.

그런데 송씨와 김씨가 사과를 팔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졌어요.

이 사과가 너무 인기가 좋아져서, 마을 사람들이 너도나도 사과에 푹 빠져버린 거예요. 그러다보니 이제 '나는 사과가 좋아'라고 말해도 동네 어른들이 함부로 혼내지 못하게 되었어요.

물론 송씨와 김씨는 큰 부자가 되었어요. 커다란 과수원도 가지게 되었고, 많은 일꾼도 두게 되었죠.

송씨는 말했어요.

"이제 마을 사람들이 과일을 좋아하게 된거야. 사과말고 배나무나 감나무도 길러서 같이 팔아보자."

하지만 김씨는 생각이 달랐어요.

"사과가 잘 팔리면 사과 나무를 더 많이 심어서 팔아야지. 왜 다른 과일을 기르자는거야?"

"하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다른 과일도 맛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걸."

"괜히 과수원에 다른 나무를 심었다가 사과가 덜 팔리면 어쩌려고? 난 반대야."

결국 송씨와 김씨는 헤어지게 되었어요.

송씨는 과수원을 김씨에게 넘겨주고, 과일 나무 기르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웠어요. 김씨는 계속 사과를 팔면서 돈을 벌었지요.

==========================================================

사과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어요. 이제는 오히려 밥도 안먹고 사과만 먹는 사람들이 생겨나서 다른 주민들이 걱정할 정도였죠.

하지만 김씨는 '사과만 잘 팔린다면 다른건 알게 뭐람.'이라고 중얼거리며 과수원을 더 크게 키우고, 일꾼들도 더 늘렸어요.

그런데 점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난 이제 사과가 지겨워. 어제 바나나라는걸 먹어봤는데, 그게 정말 맛있었어. 왜 저 과일 가게에선 바나나를 안파는거지?"

사과에 질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다른 과일도 팔아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진 거예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과가 제일 잘 팔리는 과일이었어요.

김씨는 '다른 과일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조금밖에 없어. 난 계속 사과만 팔거야.'라고 중얼거리며 그 사람들의 요구를 무시했어요.

송씨가 세운 학교에서 공부하고, 졸업한 학생들은 사과에 질린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어요. 배나무도 심고, 감나무도 심으며 다양한 과일을 시장에 내다 팔기로 했죠.

하지만 학생들의 기대와는 달리, 정작 다른 과일을 달라고 했던 사람들은 학생들이 파는 과일을 사주지 않았어요.

"이게 뭐야? 사과랑 맛이 너무 많이 틀리잖아. 이상해서 못먹겠어."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려버린 사람들은, 그러나 그날 밤 그 학생들의 과수원에 몰래 들어가서 과일을 다 따먹어 버렸어요. 그래서 학생들은 다른 과일을 더 기를 수 없게 되었어요. 결국 그들은 김씨를 찾아갔지요.

김씨는 자신을 찾아온 학생들에게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거봐, 사과만 길러서 파는게 가장 많이 남는 거라고 했잖아. 과수원에 일꾼으로 받아줄테니 열심히 일해."

결국 학생들은 송씨에게 배운 다양한 과일 기르는 법은 써보지도 못한 체, 사과 나무를 기르게 되었어요.

이제 그 마을은 과일이라면 오직 사과만 팔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모두 생각하는 이상한 마을이 되었어요.

가끔 송씨의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다른 과일을 팔아보려고 하긴 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하고 김씨의 과수원으로 갈 수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김씨의 과수원에는 이미 너무 많은 일꾼이 있어서 더 이상 이들을 받아줄 수 없었지요.

그래서 학생들은 다른 조그만 사과 과수원의 일꾼으로 들어갔어요.

김씨의 성공을 본 다른 야채 장수들은 너도나도 과수원을 세우고, 사과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이 사람들은 김씨만큼 많은 일꾼을 두지는 못했기 때문에 색깔이 조금 탁하거나, 크기가 조금 작은 사과를 길러서 팔았어요.

비록 김씨의 사과만큼 잘 팔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 사람들도 꽤 돈을 벌 수 있었어요. 역시 그 마을에서는 사과가 가장 잘 팔리는 과일이었거든요.

==========================================================

그런데 갑자기 이 마을에 큰일이 났어요.

저 멀고 먼 이웃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커다란 마차에 다양한 과일을 가득 싣고 와서는 장사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사과밖에 먹을게 없어서 다른 과일이 있다는 것 자체를 잊고 있던 사람들에게, 외국 사람들이 가져온 과일은 너무나도 맛있어 보였어요. 너도나도 그 과일을 사먹게 되었고, 처음으로 사과가 잘 안팔리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예전에 다른 과일을 달라고 요구했던 사람들은 이제 신이 났어요.

"거봐! 다른 과일들이 더 맛있다고 했잖아!"

하지만 그 사람들이 자신들의 과일을 사주지 않았고, 오히려 도둑질만 해갔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학생들은 코웃음을 쳤어요. 그리고는 김씨에게 가서 사과가 잘 안팔리게 되었다고 말했죠.

김씨는 깜짝 놀랐어요.

'이제 어떡하면 좋지? 나도 다른 과일을 키워볼까?'

야채 장수였던 김씨는 과일을 키울 줄 몰랐어요. 다른 과일을 키우려면 송씨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김씨는 송씨를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흥! 내가 왜 그 콧대만 높은 송씨한테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지? 내가 지금까지 벌어놓은 돈이 얼만데!'

그래서 김씨는 차라리 외국 상인들을 만나기로 했어요. 외국 상인들이 가져오는 다른 과일들을 김씨가 사들여서, 다시 팔기로 한거죠.

김씨는 사과 나무들을 몇그루 뽑아내고, 일꾼들도 몇명 내보냈어요. 그렇게 생겨난 공터에는 창고를 짓고, 외국의 과일들을 보관했다가 팔기로 했어요.

김씨는 결국 더욱 큰 돈을 벌게 되었어요.

==========================================================

하지만 문제는 김씨를 따라서 사과 과수원을 만든 다른 야채 장수들이었어요. 안그래도 김씨의 사과보다 못한 사과만을 싼값에 팔아왔던 이 사람들은, 애초에 외국의 맛있는 과일들과 경쟁을 할 수가 없었던 거예요.

조그만 과수원들이 많이 망하고 나자, 이런 조그만 과수원에서 일하던 일꾼들이 주인들에게 말하기 시작했어요.

"이대로는 안돼요. 우리도 다양한 과일들을 길러서 경쟁해야 해요!"

그러나 과수원의 주인들은 일꾼들의 의견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어요.

"저 송씨의 제자놈들은 맨날 똑같은 소리밖에 못하나? 새로운 과일? 다양한 과일? 흥! 그거 하나 길러내려면 돈이 얼마가 드는지 알아? 그럴 바에야 더 쉽게 돈버는 길을 찾아야지!"

안그래도 작은 마을에서 김씨 혼자 사과 판매를 독점하고 있으니 다른 과수원들의 수입이 별로 좋지 못했고, 그렇다고 다른 과일을 기르자니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서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조그만 과수원의 주인들은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옆마을에 사과를 가져다 팔기로 했어요. 그 옆마을 사람들은 과일이라는게 있는 줄도 잘 몰랐는데, 요즘들어 슬슬 과일맛을 알아가는 중이었거든요.

조그만 과수원에서 옆마을에 내다 판 사과들은 이상한 마을 사람들이 보기엔 보잘 것 없는 것들이었어요.

"저게 뭐야? 김씨네 사과만도 못하고, 외국 상인들이 파는 과일에 비하면 먹을게 못되잖아? 저런걸 가져다 팔다니 얼굴도 두껍네."

하지만 그나마도 처음 맛보는 옆마을 사람들은 사과맛에 환호를 올렸고 장사가 매우 잘 되었어요. 조그만 과수원의 주인들은 이제 너도나도 옆마을에 사과를 가져다 팔기 시작했어요.

==========================================================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과수원은 이상한 마을 안에 있었죠. 그래서 새로 사과가 열리면 일단 이상한 마을에서도 조금 팔아보긴 했어요. 하지만 이제 입맛이 고급스러워진 주민들은 더 이상 이들의 사과를 사주지 않았지요.

"우리 마을의 조그만 사과는 이제 먹을게 못돼.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과일이 있는데 아직도 사과를 먹으라는 거야?"

이 말을 들은 일꾼들은 과수원 주인들에게 말했어요.

"사람들이 이제 더이상 우리 사과를 못먹겠다고 해요. 새로운 과일을 길러봐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과수원 주인들은 코웃음을 쳤어요.

"이 조그만 마을의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신경쓰지 않아. 커다란 옆마을에 사과를 내다 팔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걸."

그런데 옆마을에도 하나 둘 씩 사과 과수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상한 마을에 왔던 외국 상인들도 드나들기 시작했지요. 일꾼들은 불안해 졌어요.

"옆마을에도 다른 과일들이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이젠 정말 다양한 과일을 길러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말을 들은 조그만 사과 과수원의 주인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와서 금고를 열어보니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이 수북히 쌓여 있었어요.

'조금만 더 보태면 평생 편하게 살 수 있겠지?'

다음날 조그만 사과 과수원의 주인은 옆마을에서 사과 장사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났어요. 그리고는 과수원을 통째로 팔아넘겼어요.

"난 사과를 팔면서 충분한 돈을 벌었어. 이제 더 이상 사과를 팔 수 없다면 마지막으로 과수원을 처분해 버리고 평생 편하게 살거야."

그래서 조그만 과수원의 일꾼들은 이제 옆마을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며, 계속 사과를 재배할 수밖에 없었어요.

==========================================================

이상한 마을의 사람들은 이 일꾼들을 조롱했어요.

"언제까지 사과만 기를거야? 외국의 저 맛있는 과일들을 보라구! 부끄럽지도 않아?"

"우리가 예전에 길러냈던 다른 과일들을 사주지 않았잖아요? 결국 당신들 때문에 우리는 사과만 기를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 맛도 이상하고, 향도 이상했던 과일 말이야? 그 정도의 과일을 돈받고 팔아먹으려 하다니, 너무 뻔뻔한거 아냐?"

"그 과일이 그렇게 맛없었다면 그럼 도둑질은 왜 했나요?"

"난 도둑질하지 않았어! 다만 옆집의 친구가 한번 먹어보라고 건네준걸 받았을 뿐이야."

"그건 변명일 뿐이잖아요!"

... 이렇게 일꾼들과 이상한 마을 사람들이 티격태격하고 있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송씨는 중얼거렸어요.

'이상한 일이야. 난 단지 사람들이 과일맛을 즐기길 바랬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된걸까? 내가 잘못 생각했던 걸까? 사람들이 잘못한걸까? 혹은 김씨가 잘못한걸까? 조그만 과수원의 주인들이 잘못한걸까?'

==========================================================

김씨는 많은 돈을 벌었고, 행복해 졌어요.

조그만 과수원들의 주인들도 충분한 돈을 벌었고, 행복해 졌어요.

이상한 마을의 주민들은 이제 다양한 과일을 맛볼 수 있게 되었고, 행복해 졌어요.

오직 송씨와, 그 제자들인 일꾼들만이 불행해 졌어요. 하지만 송씨도, 일꾼들도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건지 알 수 없었어요.

옛날옛날에 이상한 마을이 있었어요.

정말정말 이상한 마을이었어요.
 



후새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네요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