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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기를 안고 펑펑 울었어요
게시물ID : gomin_16946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키작은연필
추천 : 14
조회수 : 2428회
댓글수 : 81개
등록시간 : 2017/03/16 03:12:11
작년에 임신소식으로 오유분들께 많은 축하를 받았던 유부징어예요~^^ 늦게나마 이렇게 소식 알려요!! 정말 감사했어요

막달 임신중독 판정 받고 유도분만으로 3주 아기를 일찍 만났고 이제 백일을 코앞에 두고 있어요 슬슬 통잠을 자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100의 기적이 정말 있나봐요!!!

임신 중.. 좀..힘들었어요..
시어머니와의 불화로 연락 끊기 위해 급하게 이사를 한거라 외진 곳으로 갔어요 주변엔 논밭이 보이고 마트를 가려면 차가 있어야했구요
남편과는 주말부부라 거의 혼자 지냈는데 끼니 챙기는게 쉽지 않더라구요  장볼수 있는 곳도 없고 주말에 남편이 와야 같이 마트 갔어요 그래서 거의 시리얼과 고구마로 끼니를 때웠는데 정기검진 갔다 경과가 안좋아져서 열심히 밥먹고 관리했어요
그래도 뭔가 고립된 느낌에 무섭기도 외롭기도 하더라구요
내가 여기서 뭐하나 싶고..이렇게 된게 다 시어머니 탓 같아 시어머니가 너무 밉고 .. 스트레스 받으니 살은 자꾸 빠지고 그래서 걱정되고..그렇게 산전우울증이 욌었나봐요

그래도 무사히 아이를 낳았는데..낳은 줄 알았는데 낳고 다음날 아기가 상태가 안좋아져서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로 들어갔어요
한 번도 제대로 안아보질 못했는데 넘 맘이 아프더라구요
다 내탓인것 같았어요..아니다 내탓이 맞죠^^;;
그래도 우리아기가 장하게 이겨내고 퇴원해서 같이 집으로 돌아왔어요 
조리원 나오고 도우미 선생님 방문기간까지 끝나니 혼자 아기 보는게 너무 겁나더라구요
모유수유를 하고픈데 아이는 기겁하고 울고.. 밤엔 2시간 마다 일어나 울고 초보엄마라 영문도 모르고 발만 동동 굴렀어요
쪽잠만 간신히 자니 어느 순간 이명이 들리고 귀가 계속 멍하더라구요
병원에가니 수면부족과 스트레스가 원인이니 쉬라고만 하더라구요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으니 너무 힘들고 아기는 울고 ... 정말 그땐 아기가 밉더라구요
아기를 낳으면 모성애가 당연히 생길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맘이 안생기니 제가 나쁜엄마 같아서 너무 괴로운거예요.. 사랑하는 마음은 커녕 아기가 미웠거든요
새벽에 또 아기가 울기 시작했는데 정말 정신이 멍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베란다 가서 창문 열고 창틀 딛고 서있었어요 
아..뛰어내리면 다 끝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아기가 우는데 달래는 소리가 안들리자 남편이 깼나봐요
 분유타러 나오다가 베란다 창틀 딛고 서 있는 저를 보고 남편이 급하게 말리고 절 안아주더라구요 낼 상담 받자고..
남편도 최근 제 상태가 좀 걱정스러웠나봐요 그래서 날 밝고 바로 정신보건센터에 가서 산후 우울증 상담을 받았어요
상담 후 약물 치료를 권하더라구요 첨엔 무서워서 보류했는데.. 정말 이러다 내가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약물복용도 몇 주 후에 효과가 있으니 꾸준히 먹으라고 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내원해서 상담받고 약도 꾸준히 먹었어요
그런데 쉽지 않더라구요 새벽에 또 목을 매달았어요  그런데 끈을 잘못 묶었는지 고정이 안되고 쓱 늘어지기만 해서 우당탕 소리만 내고 실패했어요
우딩탕 소리 듣고 남편이 놀라 와보니 와이프가 얼굴 파래져서 목에 천을 감고 있는거예요..남편이 얼마나 놀랐을까요
가위로 급하게 자르면서 울더라구요 왜 그러냐고 정말 미쳤냐고
저 정말 나쁜 와이프 같아요 지금도 미안해요 남편한테..너무 큰 상처를 준 것 같아서
남편은 도저히 혼자서 감당이 안되는지 친정에 연락을 했고 엄마가 급하게 오셨어요 
엄마는 놀라서 왜그랬냐고 절 때리기도 하고 안고 울기도 하고 ...전 계속 울고.. 거의 실신하려고 해서 남편이 약을 먹이고 절 재웠는데 잠드는 도중 엄마 울음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그리고 친정에서 한동안 지냈어요

서론이 너무 길었죠?? 죄송해요^^;;
상태가 호전되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기가 더 이상 무섭지도 밉지도 않고 사랑스럽과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아기를 보며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그런데 어제 배탈이 났는지 너무 배가 아프더라구요
아기는 잠에서 막 깨어나 우는데 도저히 안되겠는거예요
아기를 바운서에 앉혀놓고 급한일만 대충 해결하고 나왔는데
아기가 꺼이꺼이 서럽게 울더라구요
미안해서 아기를 안아 달래는데 숨도 헐떡이고 눈에 눈물 그렁그렁해서 우는 모습을 보니까 넘 마음이 아픈거예요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엄마가 생각나는 거예요
아..난 정말 엄마한테 해서는 안될 짓을 했구나 .. 내 새끼가 잠깐 이렇게 우는 것도 맘이 아픈데.. 딸이 죽으려고 목매달았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 맘은 어땠을까..
그 생각을 하니 너무 죄송해서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펑펑 아기를 안고 울었어요
평생 못갚을 죄를 지은것 같아서 너무 죄송하더라구요
아마 남편에게도 엄마에게도 평생 마음의 짐으로 갖고 살 것 같아요
오늘 친정에 다녀왔어요 그래서 괜히 엄마만 꼭 안아주고 왔어요 그리고 잘못했다고 빌었어요 엄마는 토닥토닥해주시는데 더 눈물이 나더라구요
아기를 키워보니 엄마의 맘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평생 갚아야겠어요
괜히 오랜만에 와서 이상한 이야기만 했네요
그래도 지금도 열심히 치료받고 웃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 주 상담에선 의사선생님이 경과가 좋다고 칭찬도 해주셨구요 앞으로는 더 나아지겠죠!!!

글솜씨도 없고 글도 터무니없이 길지만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아기도 자고 오늘 친정엄마도 보고 괜히 마음이 울컥해서 글을 남겨보았어요
 그래도 오유분들께 넋두리를 남겨보니 맘이 편하네요
헤헤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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