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숫자가 바뀌었다 달라진 것은 1월 1일 네이버에 섹스를 쳤을 때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머릿속으로 상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성인인증, 그 얼마나 고통스러운 행위인가.
내가 남자였다면 그 날 수억마리의 정자가 공기를 들이마쉬고 푸쉬쉬 죽어갔겠지. 새벽 3시 잠자리에 들면서 나는 내 주민등록번호를 소리내서 읽었다. 891200..249..0000 불현듯 들이닥친 공포감은 목 언저리를 감싸다가 등을 타고 둔부를 지나 종아리를 타고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앞으로 나는 2라는 숫자를 달고 10년을 살아내야 한다.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막막함이 뇌를 만들고 장을 만들고 항문을 만들고 피를 만들고 난 더이상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늘이 아니라 앞으로 10년을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2를 단 첫 하루의 반이 훌쩍 넘었다.
3년을 살아냈다. 1095일을 살아냈다. 첫 하루의 8시간의 길이처럼 1094일은 지나갔다. 게임으로 8시간을 보내고 잠으로 10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어딘가에 묻어둔다. 2를 달고 성인인증을 했던 그 날의 나는 오늘의 나처럼 오늘의 나는 그 날의 나처럼
막막함은 발톱 끝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7년뒤를 노리며 옹기종기 기회를 엿보고 있다. 난 발톱 끝을 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막막함일랑 없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