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예상못한 신용융자 폭증이 가짜 유동성 불 질러”
<下> 정동희 불뷰닷컴 대표
애널리스트의 고백 "고공행진 주가, 왜 예측 못했나"
6월까지 신용융자·미수금 7조 넘어 “연말 주가 1100까지 떨어질 수도”
글=조의준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이태경 객원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 2007.07.04 21:54
▲ 정동희·증권 정보 사이트 불뷰닷컴 대표 ‘악마의 숫자 13.’
지난 6월 5일 주식시장이 13주 연속 상승하자 증권 정보 사이트인 불뷰닷컴 정동희 대표가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제목이다. ‘숫자는 중간 매개체다… 1년 12달, 하루 24시간이 의미하는 12진법의 완벽함 속에서 1이라는 숫자를 더해 과욕을 부리는….’ 그는 13이란 숫자를 빌려 폭락을 주장했다.
정씨는 신문사에서 선정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힐 정도로 잘나가던 증권맨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틀에 박힌 분석이 싫다며 증권업계를 떠났다. 불뷰닷컴은 그의 생각을 알리는 창구다.
그의 폭락주장 이후에도 주가는 1800을 넘어섰고, 여러 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그는 아직 낙관론으로 ‘전향’하지 않았다. 증권사 소속 ‘제도권’ 애널리스트들이 증시 전망을 상향 조정하지만, 야인(野人)인 그는 “올 초 주식이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오를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다”면서도 “4분기 하락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고집한다. 지난달 28일 서울 도곡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정씨를 만났다. 방은 어두컴컴했다.
◆돈, 증시, 그리고 거짓말=정씨는 상반기 상승 이유를 “‘가짜 유동성’이 증시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논리는 단순했다. 유동성이 늘려면 기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나 바깥에서 돈이 들어와야 한다. 외환위기 후 주가가 급등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올 1~5월 경상수지 적자는 28억 달러다. 그런데도 시장에는 돈이 넘친다. 이는 낮은 금리로 빚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자산에 대한 투자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가 주장하는 ‘가짜 유동성’의 본질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2001년 1월 이후 주택담보대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후 75개월 동안 주택담보대출은 쉬지 않고 늘어났다가 지난 5월 처음으로 감소했다. 5월 말 현재 잔액은 217조원에 달한다. 정씨는 “5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자전거는 바퀴가 멈추면 넘어지듯이 부채경제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동성은 폭발하고 있다. CJ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이머징마켓(성장시장)의 해외차입은 3300억 달러로 지난 2002년보다 4배 늘었다. 또 빚을 얻어 기업을 인수하는 LBO(차입인수) 규모도 2006년 전년 대비 70% 증가한 4000억 달러에 달했다. 세계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신용융자 가짜 유동성에 불질러”=주택담보대출로 풀린 돈이 올 상반기에만 특별히 주식시장으로 들어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씨는 “올 상반기엔 신용융자가 활성화되면서 유동성에 불을 질렀다”고 분석한다.
증권업계는 지난 2월부터 3개월 이상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제도를 활성화했다. 3일 만에 돈을 갚아야 하는 미수제도를 대체해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증권업계는 그동안 막아놓았던 신용융자를 이용한 ‘연속매매’, 즉 단타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에 5월부터 미수거래 제한조치까지 취해지면서 신용융자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올 초 신용융자와 미수금을 합한 금액은 1조2733억원에 불과했지만 2월 이후 급증하기 시작해 3월에 2조원을 넘고 5월에 4조원, 6월에 7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도 “솔직히 이렇게까지 늘어날 거라곤 예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프는 이 같은 정씨의 추론을 뒷받침해준다. 올 상반기 미수와 신용융자를 합한 금액의 증가 모습은 주가지수 그래프의 상승 모습과 거의 일치한다. 〈그래프 참조〉 이에 대해 한국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시가총액 1000조 시대에 신용융자 7조원이 시장을 밀어올린 원동력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미래는 정말 어두울까=그의 예측은 ‘종말론’을 연상케한다. “미용실 값도 올랐고, 식료품 값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오르면 ‘가짜 유동성’은 종말을 고할 겁니다. 올 연말까지 1100까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은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4일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1838.41로 마감했다. 1100까지 떨어지려면 40%나 폭락해야 한다.
2005년
"주가 2000 시대는 4~5년 후의 일… 지금 상황에서 1400 이상은 무리"
사표 낸 '증시 최후의 비관론자' 유동원씨
최흡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 2005.12.19 17:54 / 수정 : 2005.12.19 17:54
유동원 “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지수 전망이 맞고 틀리는 것보다는 얼마나 납득할 만한 논리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올 들어 많은 증시 전문가들이 낙관론으로 돌아서는 와중에서도 끝까지 “주가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아 ‘최후의 비관론자’로 불렸던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유동원 상무가 지난 12일 사표 제출 후 처음 입을 열었다. 그는 “주가(코스피지수)는 4~5년 후에 충분히 1800~2000까지 오를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1400선이 넘으면 조정(하락)을 대비해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
- 사임 후 ‘타의로 퇴출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는데····.
“확실히 나의 올해 주가전망은 틀렸다.(올 초 그는 올해 주가를 800선으로 전망했었다.) 애널리스트 13년 경력에 이렇게 예상이 크게 빗나간 적은 2002년 신용카드 대란을 예측 못하고 (증시)강세론을 주장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예측이 틀렸다고 해서 회사가 그만두라고 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틀린 데 대한 부담이 컸고, 이 기회에 바이사이드(펀드 등 주식을 사들이는 직책)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에 사표를 냈다. 사표를 낸 후 격려 편지를 많이 받았다.”
- 일부 증권사에선 애널리스트가 비관론을 주장하면 영업사원이 손님들에게 주식을 사라고 권하기 어려워진다는데····.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일반인 대상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부담이 적었다. 오히려 대부분의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은 지수예측이 맞고 틀리는지 여부보다는 독창적인 논리에 주목한다. 내가 재직할 때 증권사 영업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같은 팀 내에서도 비관론과 낙관론을 펴는 경우가 있다. 그 점에서 국내 증권사보다는 다소 앞서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 증시의 ‘마지막 비관론자’ 가 시장을 떠나면 시장 전망이 모두 같은 목소리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솔직히 비관론자라는 평가는 부담스럽다. 1998년과 2003년, 2004년에는 강력한 강세론자였다. 분명히 우리나라 증시가 (좋은 방향으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본다.”
- 향후 증시는 낙관할 수 있다는 뜻인가.
“4~5년 후에 1800~2000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1400~1450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내년 2월, 혹은 정부 정책 등으로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경우 11월 이후에는 역시 큰 조정(주가하락)이 올 수 있다고 본다. (1400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올라가려면)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유 상무의 사표는 내년 1월 말에 수리될 예정이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가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에서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1993년 국내에 돌아와 애널리스트가 됐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순수 국내파보다 더한 ‘애국청년’이 됐죠. 그래서 2003년 미국 영주권을 포기했습니다.”
이나라가 어쩌길 바라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