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크리스핀이 말하길, 정말로 국가를 이끌 인간은 정치가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대. 그렇게 노래했다고. 진짜 천재 아니냐? 파시즘은 파시즘의 탈을 쓰고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말했다니까. 이 얼마나 예리한 지적이냐."
"정치가는 죄다 오십보백보, 거기서 거기 아닌가?"
"이런 바보 자식."
이와니시가 또 장광설을 늘어놓을 태세로 말했다.
"같은 물에 담긴 것은 같이 썩는다는 말도 모르냐? 같은 사람이 계속 정권을 쥐고 있으면 썩기 마련이야.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면 더더욱 정기적으로 바꿔줘야지. 안 그럼 고인 물처럼 이끼가 끼고 썩어들지 않겠냐고. 이렇게나 긴 세월 같은 당이 집권하는 나라도 드물 거야."
이사카 코타로 의 "그래스호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