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특별히 선호하는 대상은 있을 수 있다.
그 대상으로 색이나 음악, 영화, 음식 등등 다양한 것이 가능하다.
정치성향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선호하는 정당이나 기조가 있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색이나 음악, 영화나 음식과는 달리
정치성향을 남들에게 드러내는 것을 대단히 조심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두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수 있을듯 하다.
첫번째 관점에서 보면 선호하는 음악이나 음식과는 달리
선호하는 정당은 옳고 그름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즉, 정치성향에는 "그래야만 한다" 라는 당위명제형 성격이 있다.
그리고 대개 사람들은 "다름"에는 관대한 반면 "그름"에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다름"은 그럴수도 있는 현상적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는 자신의 신념과 직결된 것이고
누구도 자신의 신념이 위협받는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정치성향이 다를수도 있는 타인의 그름을 (의도하건 아니건) 간접적으로 지적하고 비판하는 행위가 된다.
그리고 대개 사람들은 이렇게 주변사람의 신념을 건드려서 불편하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물론 그것을 의도할 만큼 신념이 굳건한 사람들은 정치성향을 드러내겠지만.
두번째 관점에서 보면 음악이나 음식과는 달리 정당은
자신의 선호가 타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음악은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음악을 좋아하던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은 언제든 들을수 있는 반면
정당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정당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내가 누리고 싶은 정책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정치성향이 다를수도 있는 타인의 정책적 욕구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행위가 될수도 있다.
만약 정치성향이 맞는 사람들 끼리 모여서 나라를 세워나가야 하는 역사단계라면 (말도 안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자신의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별로 조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만약 음악을 한 장르만 듣게 되었고 그것을 골라야 하는 사회적 단계라면 (이 또한 말도 안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선호음악을 드러내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