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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했던 사소하지 않은 참 잘한 일
게시물ID : humorstory_1703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츄라
추천 : 10
조회수 : 84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9/08/28 18:47:14
며칠 전에 '내가 했던 사소하지만 참 잘한 일'이라는 글을 올렸던 사람입니다. 
http://todayhumor.paran.com/board/view.php?table=bestofbest&no=30522&page=1&keyfield=&keyword=&sb=
베오베까지 가고 이야~~ 기분 좋네요. 이런 류의 얘기에 재미 들린 건 아니지만 비슷한데 약간 심한 사건이 하나 더 있었어서 들려드립니다. 물론 100% 실화입니다. 

때는 제가 고 3 때였어요. 저는 학교 주변에 있는 독서실을 다니고 있었고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갔죠. 
실은 독서실 공부 잘 안되요. 근처 고등학교 학생들 모이게 되고, 저희는 남학교였는데 독서실 다니는 여학교 애들과 노닥거리거나 노래방가거나 이럴 기회가 많아서요. 

아무튼, 그 날은 전 그날 친구와 독서실 갔다가 빠져나와서 친구와 둘이 '카투리'라는 꼬치집가서 피쳐하나씩 먹고(나쁜학생들은 아니었지만 가끔은 일탈도 했습니다.학생들은 따라하시마삼.) 나니 독서실 봉고시간 지나서 집까지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둘이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함께 걸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새벽 두시정도 됬던것 같습니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여름이었던것 같네요. 갑자기 비가 억수로 퍼부었습니다. 친구가 가지고 있던 우산 하나를 둘이서 쓰고 한참 걸어가고 있는데 가로등없는 왕복 4차선길 너머 대략 70미터 떨어진 공터 한가운데에서 남자와 여자가 싸우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나기가 퍼붓고 있는데다 우리가 걷는 곳에만 가로등이 있고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여자가 남자를 막 때리려고 하고 남자는 여자의 두손을 잡아 방어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여자가 뭐라고 소리치는 것 같은데 소나기 소리에 정확히 들리진 않았습니다. 

나 : "야, 비가 이렇게 오는데 저기서 저러고 있냐.."
친구 : "어디? 아아.. 미친것들..." 

우리는 둘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며 가던 길을 계속 걸었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여자를 자빠트리더니 위에 올라가더니 둘이 포개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진짜? 구경거리가 생긴줄 알고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나 "야! 쟤네 봐"
친구 "조용히해"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보는데, 둘의 행동이 좀 이상했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몸짓인줄 알았는데 남자가 여자위에 올라타서 제압하고 때리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산을 친구에게 맡기고 그 쪽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퍼붓는 비를 맞으면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사태를 파악하고 싶었던 건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친구 : 야! 가지마 임마. 
나 : 잠깐 있어봐. 
친구 : 야 가지 말라니까!!

위험을 감지한 친구는 관여하지 말고 그냥 가자고 저를 잡아 끌었습니다. 저는 친구를 뿌리치고 천천히 그 쪽을 향해 걸어갔죠. 친구는 '아 이새끼 왜이래...' 하며 뒤에서 따라왔습니다. 

미리 말씀 드리는데 저는 결코 용감하다거나, 남자답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키는 183이고 덩치도 좀 있어서 싸움 잘할 것 같아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초등학교때는 별명이 '맹탕'이었습니다. 꾀 늦게까지 종이인형 오려서 옷입히는 놀이 혼자서 했구요. 좀 커서는 기타치고 노래하는거 좋아하고 책읽는거 좋아하고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편지 썼다가 지웠다가 했습니다. 
대학생때는 만취해서 혼자서 8명에게 시비걸었다가 눈에 모세혈관터져서 '피눈물' 흘릴 때까지 맞아 본 적이 있는데 단 한대의 '유효가격'도 못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정의감에 불타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거나 하는 타입도 물론 아니겠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깡이라면 오히려 같이있던 친구녀석이 좋았죠. 심심하면 적벽돌을 이마로 깨는 괴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왜 제가 많이 위험할 지도 모르는 곳에 아무 거리낌 없이 걸어갔는지 이해가 잘 됩니다.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행동인것 같습니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날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망설임도 없었고 겁나지도 않았습니다. 

무슨 상황인지 잘 파악이 안되다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두사람의 모습이 조금씩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좀더 가까워지자 여자 위에 올라가 있는 녀석이 여자의 옷을 찟는게 보이는겁니다. 순간 제 머릿속에서 스파크같은게 튀었습니다. 세게 따귀맞았을 때 처럼 번쩍번쩍 하는 느낌이요. 

저는 바닥에 있던 벽돌 깨진 것을 주워들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습니다. 어떻게 하자는 계획은 없었습니다. 계획이 없으니 '멈춰!' 라던가, '뭐하는거야!' 라던가 '경찰아저씨!!' 라던가 '도와주세요!1'라던가 그런 말도 못하고 생각도 못하고 그저 오른손에 벽돌하나를 꽉 쥐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은 남자가 전력 질주로 도망가는 겁니다. 

"야! 여자 맡아!!" 하고 친구에게 말하고 저는 쫓아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는 "야!!" 하고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납니다. 
농구서클의 센터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느린 편은 아니었지만 그 남자도 매우 빨랐습니다. 죽기살기로 뛰는거겠죠. 공사부지로 학교운동장 만한 공터였습니다. 저는 전력질주를 해서 둘사이가 5미터 정도로 좁혀졌을 때였습니다. 
저는 있는 힘껏 제가 가지고 있던 벽돌을 '남자'의 머리를 향해 던졌습니다. 아쉽게도 그와 동시에 저는 균형을 잃고 진흙탕 속에 미끄러져 넘어졌고 남자는 등짝에 벽돌을 맞고 한 번 비틀 하더니 달려서 비가 퍼붓는 아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저는 여자에게 달려가 보았습니다. 친구가 그 여자 옆에 서서 각목을 구해들고는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나 : "놓쳤어" 
친구 : "완전히 도망갔어?"
나 : "어"
친구 : "패거리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새끼 혼자였나봐" 

여자를 보고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와 같은 독서실을 다니는 인근 여학교 고 3학생이었던 것입니다.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어서 안면이 있었습니다. 160이 좀 안되는 외소한 몸에 허리까지 긴 생머리를 기른 귀엽게 생긴 애였습니다. 
교복의 윗도리가 찢어져 풀어해쳐져 있었고 양 손목에 찰과상이 있어서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여학생은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었습니다. 손과 어깨가 경련일어난 것 처럼 떨리고 있었습니다. 
나 : "나 알겠어?"
그녀 :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 : "다른데 다친데 없어?" 
그녀 : 다시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 "아까 그사람 아는 사람이야?"
그녀 : 고개를 젓습니다. 
나 :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하고 저는 여학생의 어깨와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안떨리게 말이죠. 그랬더니 좀 지나서 울음을 터뜨리는 것입니다. 저는 꼭 안아주었습니다. 괜찮아 하면서 말이죠. 

잠시 뒤에 그녀가 좀 진정되고 저는 경찰서 갈래? 하고 물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집에 가고 싶어'라고 어렵게 말했습니다. 친구는 그녀에게 우산을 받쳐주고 손수건을 꺼내서 피가 나는 곳을 닦아주었습니다. 몇번 얘기해 봤지만 병원도 경철서도 안가고 집에 가겠다고 합니다. 
저와 친구는 상의해보고 택시를 잡아주었습니다. 저는 돈을 선불로 내주고 택시기사에게 사고를 당했다고 잘 부탁한다고 하고 택시넘버 적고 여학생을 차에 태웠습니다. 그리고 우산을 넣어주었습니다. 
'조심해가'하고 얘기했지만 그녀는 별 대답이 없었습니다. 

하나있는 우산을 줘버리고 비를 맞으며 걸어서 집으로 갔습니다. 

그런 뒤 며칠이 지나서 였습니다. 학교 끝날시간즈음 됬는데 다른반 친구 몇명이 우르르 우리반에 들어오더니 저에게 달려와서는 
'야~ 이색기 어쩌구 저쩌구...' 합니다. 뒤통수를 떄리는 놈도 있고... '아...뭐야..' 하니까
'야 어떤 여자애가 정문에서 너 기다린다. 너 좀 불러달래' 

그녀는 편지와 우산 두개를 들고 학교 정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여학생 : "독서실에서 총무한테 물어서 니 이름 알았어."
나 : " 어..." 
여학생 : "이거.. 그 때 니가 빌려준 우산이랑, 하나는 선물로 샀어.. 고맙다구..그땐 말 제대로 못했던것 같아서.." 
나 : "어.. 뭐 이런걸... 몸은 괜찮아?" 
여학생 : "어... 그리고 이거 편지..."

편지에는 독서실 봉고를 놓쳐서 택시타려고 했었고, 구해줘서 고맙고.. 뭐 이런 얘기들이 씌여있었습니다. 그 뒤로 여학생은 독서실을 그만두었습니다. 몇번 마주친 적은 있는데 기대하실지 모를 로멘스는 안일어났네요. 

여학생이 다녀간 날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된 그 때 같이 있던 친구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야! 이런 쉬발 내 우산인데 왜 니가 선물을 받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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