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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아 / 파도 여인숙
게시물ID : freeboard_17031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ir
추천 : 3
조회수 : 3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1/15 02:51:43



나는 버림받을 여자가 아니에요
창문마다 네모랗게 저당 잡힌 밤은
가장 수치스럽고 가장 극적이에요
담배 좀 이리 줘요
우리 어디선가 본 적 있지 않아요?
여기는 바다가 너무 가까워요
이 바다가 정원이라면
당신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부자로군요
이정도면 나, 쓸만 하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우스워
다 이해 하는 것처럼 고개 끄덕이지 말아요
밤 밖으로 수평선이 넘치고
아 이런, 술잔도 넘쳤나요
지금 걱정하고 있군요 취하지 않을 때가
가장 위험할지 몰라요
오래 될수록 좋은 건 술 밖에 없어요
갈곳도 없고 돈도 없다고
내가 유혹하는 것처럼 보여요?
당신 마음은 어떤가요
죽고 싶어 보지 않은 사람은
살았던 게 아니에요
부서지기 위해 바다 끝으로 밀려온 파도처럼
이곳까지 떠나온 게 아니던가요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여긴 정말 파도 말고는 아무도 없군요
그런데 왜 자꾸 아까부터
그 큰 눈을 그리 꿈벅대는 거예요

파도처럼 이리 와 봐요 
나는 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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