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간혹 또는 자주 언급하는 말입니다만, 오쇼 라즈니쉬가 한 말 중에 이 세상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의 원인을 지적한 것으로 생각되는 게 있었죠.
기독교 가족에서 태어난 아이는 기독교도가 되고 이슬람 가족에서 태어난 아이는 무슬림으로 길러지고 공산당 가족에서 자란 아이는 공산당이 되어야 하는 이런 일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이자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라고요.
아이는 어른의 소유물일 수 없는데, 단지 무력하고 스스로 생존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어른들의 복제품으로 길러지고 그들과 그들이 가진 사상의 생물학적 수명연장 도구처럼 이용되고 있다는 거죠.
저 인용부에서 '가족'을 '국가'로 바꿔도 마찬가지가 되죠. 애초에 가족을 뜻하는 영어 family는 고대의 소규모 노예농장이었던 라틴어 familum에서 나왔다고도 하더라고요. 국가 최소의 생산단위, 그게 바로 가족인 겁니다.
김일성을 까면 우파, 김일성을 받들면 좌파라는 정말이지 말 그대로 개병신 허접 쓰레기 수준의 한국 사상계에서는 생소한 얘기일런지는 몰라도 진짜 좌파는 우리를 지배하는 도덕과 제도, 권력과 억압, 복종의 이데올로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그것을 어떻게 하면 타파하고 모두가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되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같이 살아갈 수 있는지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현존하는 제도로서의 자본주의적 대의 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의 순수한 근본 이념을 추구하는 자야말로 진정한 좌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념적으로는 리버태리어니즘과 아나키즘이 본질적으로는 가장 순수하게 좌파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적당히 어울리며 살 수 있도록 '사회화'되었습니다. 이 사회가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였다면 아마 그냥 '사회화'였겠지만 벌거벗은 욕망과 자본, 그리고 귀족화한 관료집단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사회에 대한 사회화는 결국 '노예화'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저는 김영삼 시절에 병역을 마쳤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는 제 의사와는 관계없이 가진자들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저임 강제노동, 노예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의 우리 젊은이들 또한 마찬가지겠죠. 과연 자신의 자유의지를 제한당하고 강제 징집되어 사실상의 노예생활을 견뎌내며 지켜야 할 만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정당한 대가를 받아가며 병역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요.
사람들이 흔히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면, 그는 살아 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기본적인 욕구만 통제하면 다루기 쉬운 생체기계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그런 생체기계였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거나, 저는 적어도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사람은 일종의 스위치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스위치를 켜면 사람이 됐다가 스위치가 꺼지면 개돼지가 되는 류의... 어떤 사람도 항상 완벽할 수 없으며, 실수하지 않거나 오류를 범하지 않는 사람도 없고요. 젊어서는 멀쩡했던 사람이 나이 들어서는 흔히 말하는 개돼지가 되는 일도 있을 수 있죠. 스위치가 켜진 상태를 유지하도록, 꺼지지 않도록 항상 자신을 돌아보며 사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 나이 70을 먹었던 80을 먹었든 지금까지 나는 그 긴 세월 동안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며 살았다고 당당히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침에 도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공자님의 말씀은 바로 이런 뜻에서 한 말씀이 아닐까 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지금까지의 과오를 인정하고 자신의 과거 행위를 반성하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느껴지니까요. 그런 '죽을' 각오가 없다면 감히 입에 '진리' 따위를 올려서는 안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