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별거 아닌 일이었어요 마을버스 기다리려고 서있는 줄에 맨 앞에 서있었는데 양손에 짐을 쥔 아저씨께서 제 앞에 서시더니 땅에 짐을 내려놓더라구요 무거운가보다 다른 사람들 타고서 뒤에 타시겠지 했는데 마을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타시더라구요 새치기를 하신 거죠
버스카드 찍기까지 10초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사소한 일이고, 저 아저씨가 많이 힘들 수도 있는건데요 그순간 그 사실이 너무 기분이 나쁜 거예요 이 일이 내가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나의 기분을 망치리라는 것 분명 집에 가서도 "기분 나쁘면 따질 줄도 알아야지 멍청이 같으니라고" 자책할 게 분명했어요 여태까지 늘 그랬거든요 소심하기 짝이 없는 성격이지만 혼자 끙끙 앓는 건 싫었습니다 용기내서 말했어요
"아저씨, 아저씨! 새치기하시면 안 되죠." 그랬더니 아저씨 하시는 말 "짐이 너무 무거워서요."
아저씨가 멘붕게 막장사건처럼 적반하장으로 따지시지도 않았고 적당히 변명하는 듯한 말투로 대답하셨습니다
제가 애초부터 사과를 바라고 했던 말은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사과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분이 더 나빴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속에 있는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풀리거나, 속이 시원해지거나 하는 건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겨우 이런 거 가지고 쩨쩨하게 따지는 사람이 되어야겠어?"라는 자괴감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