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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속에만 담고 살게 뭐있냐고 용기내봤는데
게시물ID : gomin_17052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리제인왓슨
추천 : 4
조회수 : 54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5/17 17:58:30

진짜 별거 아닌 일이었어요
마을버스 기다리려고 서있는 줄에 맨 앞에 서있었는데
양손에 짐을 쥔 아저씨께서  제 앞에 서시더니 땅에 짐을 내려놓더라구요
무거운가보다 다른 사람들 타고서 뒤에 타시겠지 했는데
마을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타시더라구요
새치기를 하신 거죠

버스카드 찍기까지 10초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사소한 일이고, 저 아저씨가 많이 힘들 수도 있는건데요
그순간 그 사실이 너무 기분이 나쁜 거예요
이 일이 내가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나의 기분을 망치리라는 것
분명 집에 가서도 "기분 나쁘면 따질 줄도 알아야지 멍청이 같으니라고" 자책할 게 분명했어요
여태까지 늘 그랬거든요  
소심하기 짝이 없는 성격이지만 혼자 끙끙 앓는 건 싫었습니다
용기내서 말했어요

"아저씨, 아저씨! 새치기하시면 안 되죠."
그랬더니 아저씨 하시는 말
"짐이 너무 무거워서요."

아저씨가 멘붕게 막장사건처럼 적반하장으로 따지시지도 않았고
적당히 변명하는 듯한 말투로 대답하셨습니다

제가 애초부터 사과를 바라고 했던 말은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사과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분이 더 나빴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속에 있는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풀리거나, 속이 시원해지거나 하는 건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겨우 이런 거 가지고 쩨쩨하게 따지는 사람이 되어야겠어?"라는
자괴감이 들더라구요

정말 피곤한 성격입니다. 
어떻게 했어야 좋았을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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