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형편으로인해 군대를 면제받아
비교적 빠른나이에 취직한 고졸 26살 남자입니다.
터놓을 곳이 없기에 익명성에 기대어 푸념해봅니다.
솔직히 제가 성실이랑은 거리가 멉니다
맨날 지각하고..게을러서 일은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에 후딱 처리하기 바쁘고, 그러다보니 실수가 너무 많아서
간단한 업무조차 같은 실수가 끊임없이 반복되네요
좋게말하면 심각하게 낙천적인거고.. 나쁘게말하면 답이 없이 게으른것이겠지요.
직원들과도 사이가 좋을리 없습니다.
남직원이 저 하나 뿐인 조그마한 회사고, 다들 나이대가 30대 중반 여자들 뿐이라
다들 저를 하대하고, 사실 같은 직원이라고 인정해주지도 않습니다. 왕따라고나 할까요
사무실에 앉아있는것 자체가 고역이네요.
직원 입장에서도 이해가 안되는건 아닙니다.
말도 없고, 맨날 지각하고, 일을 시켜도 실수 투성이니까요
다만 제가 맡은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성과가 좋아 대표님은 저를 끝까지 데리고 가고싶다고
항상 얘기하시고, 그만두고 싶다고 몇번이나 얘기했지만 제 가능성을 봐주시는 감사한 분입니다.
요즘 흔치 않은 정의롭고, 합리적인 성향의 대표님이시지요.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는 항상 사랑받는 막내였습니다.
그 때도 지각도 했고, 실수도 많았지만 맘을 기댈 동료들도 있었고
재밌고 행복한 추억들도 많았습니다. 제가 분위기메이커라고 불렸으니까요.
지금은 회사에 나갈때마다 죽을만큼 고통스럽습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묵묵히 일해야하고
하루에 말을 세마디도 안합니다. 걸어주는 사람도 없고, 저도 먼저 말을 걸지 않는게 습관처럼 굳어버려서
제가 먼저 말을 걸지도 않습니다. 원래 저는 넉살도 좋고 말하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는걸 뻔히 알다보니 먼저 얘기하기도 무섭습니다.
말도 융통성 있게 잘 하고, 대화를 즐기는 스타일이었는데
어느순간 대화가 무서워지고, 사무실에서 누가 말을 걸면 당황해서 말을 더듬기 일수고
사무실에서는 전화도 못받습니다.
주변사람들한테 얘기하면 믿지도 않습니다
항상 활발한 너가 그럴리가 없다면서요.
이미 저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사람들을 회유해가며 일을 해야하는게 맞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제가 정신병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드는데 말이지요.
그만 두면 이만한 조건의 직장을 내가 다시 다닐 수 있을지, 이렇게 나에게 잘해주는 대표님을
배반하는건 아닐지.. 이 두 가지 생각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