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파주] 정지훈 기자= 플랜B는 없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이 확정됐고, 계약기간인 2018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지휘봉을 잡는다. 그러나 대표팀이 만약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면 계약은 자동 해지된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술위원회(위원장 이용수)를 열어 한국 축구와 각급 대표팀의 상황을 두루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는 2018 여자 아시안컵 예선을 치르는 여자 대표팀,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신태용 감독의 지원방안 등 다양한 안건을 논의했지만 가장 핵심적인 안건은 A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였다.
경질 or 재신임. 두 가지 선택지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재신임이었다. 기술위원회는 경질과 재신임을 놓고 장고를 거듭했지만 플랜B가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감독의 경질은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고, 결과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을 재신임했다.
기자회견을 마련한 이용수 기술위워장은 "기술위원 분들과 감독님의 거취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슈틸리케 감독을 다시 한 번 신뢰하겠다고 발표한다. 과거에도 선수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월드컵에 진출한 저력을 믿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며 재신임 이유를 밝혔다.
# 최악의 여론에도 대안이 없었던 KFA, 결국 선택은 재신임
물론 여론은 최악이었다. 아시안컵 준우승과 아시아 2차 예선 무실점 전승을 기록했을 때는 `갓틸리케`로 불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한 수 아래인 상대들에는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비슷한 수준의 상대들이 있는 최종 예선에서는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특히 이란 원정에서 완패를 당한 이후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며 중국 원정에서도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후 시리아를 안방에서 잡으며 급한 불은 껐지만 `무전술`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대안이 없었다. 한 마디로 플랜B가 없었다. 실제로 모든 상황이 좋지 못했다. 만약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다면 확실한 대안이 필요했지만 완벽한 대체자를 구하기 위해서 시간, 재정 등이 좋지 않았다. 또한, 후임 감독은 최종예선 3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월드컵 본선행이 유력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을 감독이 그리 많지 않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도 교훈이 됐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 최강희 감독이 물러나자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워낙 절대적인 지지를 자랑하던 홍명보 감독이었기에 문제가 되질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철저하게 실패했고, 협회는 그때의 교훈을 잊지 않았다.
확실한 후보군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협회의 예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가 바라는 감독을 데려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물론 U-20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을 비롯해 외국인 지도자, 국내 지도자 등이 후보군에 오를 수 있지만 현재까지 확실한 대안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신태용 감독이 U-20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오더라도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 재신임 받은 슈틸리케, 변해야 산다...수석코치도 보강 예정
결국 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을 선택했다. 여론이 최악인 상황에서 많은 비난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다. 만약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이번 선택은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결정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남은 기간 동안 반전에 성공한다면 최상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변해야 한다. 그동안 독불장군식의 행동과 불통에 가까운 의사소통은 안 된다. 급격하게 여론을 변화시킬 수 없겠지만 남은 3경기를 통해 조금씩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하고, 자신의 부족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확실한 수석코치가 필요한 상황이고, 언론과 주위 사람들의 쓴 소리도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 자신의 무너진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하고, 선수 선발에 대한 의구심도 지워야 한다.
변화를 위해 협회도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할 수석코치의 영입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보강에 착수할 것이라 했다.
이에 대해 이용수 위원장은 "코치 보강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추후에 협의를 해야 한다. 기술위원회에서 건의가 있었다.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할 것이다. 감독님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코치진을 보강할 것이다.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 이용수 위원장 기자회견 전문
-슈틸리케 거취 결론
기술위원 분들과 감독님의 거취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슈틸리케 감독을 다시 한 번 신뢰하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과거에도 선수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월드컵에 진출한 저력을 믿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남은 3경기 결과에 따라 감독 거취가 달라지는 것인가?
경기 내용과 결과는 지금 따질 부분이 아니다. 남은 3경기가 더 중요하게 됐는데 기술위원회도 비상사태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 3경기 결과에 따라서 다음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기술위에서 어떠한 의견이 나왔는가?
비상사태라고 말한 것은 1경기 결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 경기뿐만 아니라 다섯 국가의 경기 결과도 우리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기술위 단계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지금 말하지는 않겠다.
-대표팀 내부에 전술 문제가 나왔는데?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뒤 나름대로 전술 계획을 최종예선에서 나타났던 몇 가지 결과와 아쉬운 부분은 준비 과정에서 우리가 충실하지 못했던 요인이 있다. 상대는 2~3주 준비를 하지만 우리는 이틀 훈련하고 경기에 임해야 했다. 변명이긴 하지만 대표팀 내에서 전술적인 준비는 선수들이 하는 것은 여러분이 느끼지 못할 만큼 치열했다.
-수석코치 보강
코치 보강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추후에 협의를 해야 한다. 기술위원회에서 건의가 있었다.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할 것이다. 감독님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코치진을 보강할 것이다. 최대한 슈틸리케 감독을 지원하겠다.
-슈틸리케 감독의 문제
감독님의 문제에 대해서는 기술위원장의 입장에서 말씀드리기 어렵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슈틸리케 감독님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는 고민을 했다.
-슈틸리케를 확실히 믿는 것인가? 최악의 상황 대비는?
감독님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갈 것이다. 1경기 결과에 따라 감독님의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1경기 못한다고 해서 감독님을 경질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최악의 상황이 오면 안 되겠지만 기술위원회에서는 준비를 할 것이다.
-재신임 이유는?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평가는 최근 1경기만 놓고 평가하지 않았다. 적절하지 않다. 아시안컵부터 2차예선, 최종예선까지. 전체적인 평가를 했고, 다시 한 번 신뢰를 주겠다고 결정했다. 오해가 있어서 다시 말씀드린다. 감독님의 전술은 좋았는데 선수들이 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그동안 대표팀이 2일 훈련하고 경기를 했다. 어떨 때는 세트피스 훈련도 못하고 경기를 하기도 했다. 조금 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6월에 카타르 원정이 있는데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은 조금 더 분석해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출처 | http://v.sports.media.daum.net/v/2017040315464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