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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성묘
게시물ID : art_17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르트르
추천 : 0
조회수 : 58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10/14 16:13:40

성묘

배꼽이 간지러워
고개를 숙인 채 긁고 싶어지는 오후에요
따끈한 차를 한 잔 내올게요
당신의 꽃에 물을 주네요
오늘도 연기는 자욱해요

무덤같이 쌓여있는 당신의 흔적들이
눈동자를 치밀고 올라오네요
웃고 있는 당신
바람이 맴돌고 간 옷깃이 
머리칼처럼 늘어집니다

울긋 불긋한 코스모스가 보고 싶어지는 오후에요
당신의 꽃이 촉촉하게 젖었네요
고양이 한 마리 없는 방에
당신은 마치 웅크린 고양이 같아요

당신의 오년 전 오늘은 어땠나요
잔뜩 부풀어 오른 당신 위로 
거대한 물방울이 맺혀있네요
작고 뚱뚱한 사내가 당신의 머리 맡에 물조리개를 놓아두고
바다를 건너갔어요
당신의 오년 전 오늘은
물조리개 같았나요

참으로 이상한 오후에요
오늘은
배꼽이 간지러운 나는 고개를 숙이고
당신의 꽃을 긁습니다
배꼽에서 시작된 발아
오늘은 배꼽을 맞추고 싶은 날이에요

나는 조금씩 작아지고 뚱뚱해지네요
다음날은 내 손에 또 다른 꽃이 들려있을 것만 같아요
따끈한 차를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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