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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별 - 좌절해도 별은 떠오른다
게시물ID : society_17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시민김씨
추천 : 1
조회수 : 2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02 13:08:30
* 지난 광화문 청계광장 집회때 참가하면서 겪었던 일들과 그때의 감상을 적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참가하면서 이 나라에 희망이 찾아오기를 바라겠습니다.
 
* 여러 게시판을 찾아 보았지만 '시사'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자유'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무겁기에
   그래도 이 '사회면' 게시판이라면 합당하지 않을까 하여 올리게 되었습니다. 더 나은 게시판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은 쉽게 냉소에 빠지는 것 같다... 마음 먹은대로 무언가 해 보려고 해도 제대로 되는 거 하나 없는 세상...
10월의 마지막 날도 되는 것 하나 없는 날이었을 뿐이었다. 지난 토요일의 그 감동에 이끌려 다시 별들이 떠오르던 청계광장으로 나섰다.
날씨는 여전히 추웠고, 행인들은 무관심한 듯 제 갈 길을 갔다. 그리고... 오늘은... 정말로 조금만 모였다...
허세를 부려 보려고 모인 수많은 깃발들조차 지난 날의 기세를 잃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을 뿐이었고,
"뭐야, 이거 밖에 안 왔어?"  "일반 시민이 더 와야 하는데" 하는 시위꾼들의 투정과 볼멘소리가 귀에 거슬렸고,
예의를 잃고 허락도 없이 찍어대는 카메라 세례에 눈쌀마저 찌뿌러졌다.
너네 같은 시위꾼들 때문에 너네가 그토록 원하는 일반 시민들이 자리에 나서지 못하는 건데!
더구나 함께 행동해야 할 우리인데 "이 곳에 오지 않은 민주당과 국민의 당은 야당의 자격이 없습니다!"
하며 분란을 조장하는 연설들에 나도, 몇 안되던 그 일반 시민들도 서서히 가운데에서 변두리로 떠나갔다.
 
  그렇게 실망에 사로잡혔을 때 친구의 카톡이 왔다. "나 퇴근했는데 저녁이나 같이 먹을래?"
마침 광화문에서 일하는 녀석, 더이상 환멸이 들었다간 촛불을 들고 서 있는 것조차 못할 것만 같아서, 잠시 자리를 떴다.
녀석과 나눈 이야기는 여기에 적지 못하겠다... 녀석을 까내릴 생각은 없지만, 그렇게 되버릴 것만 같아서다...
확실했던 건 녀석은 모르는게 너무나 많았고, 나는 그 녀석을 가르쳐 버렸다는 거였다.
"역시 종교랑 정치 얘기는 친구랑 하면 안 되"  녀석이 했던 이 말 한마디가 북어국을 먹던 그 시간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렇게 한 시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만 자리를 비웠는데,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집회에 모인 사람들이
콧배기도 보이지 않았다. 나처럼 얼마 안 되는 사람들 수에, 시위꾼들의 협잡에 실망하고 집에나 간 건지...
허탈한 마음에 집에나 콱 가 버리려고 광화문역 5번 출구에 들어서려는 그 순간, 군화소리가 들렸다.
우르르 몰려 나오는 전경들. 일사불란하게 뛰쳐 나오는 단단하게 굳은 얼굴들. 혹시 나를 잡으러 온 건 아닐까...?
안 되... 도망가야 해... 하지만 도망갈 수도 없었다... 그저 우두커니 제 자리에 서서 공포가 나를 핡키고 지나가는 것을 참아내야 했다.
손이 떨렸다. 황급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렇게 백명이 넘는 잔인한 군화소리가 지나가고 나서야 움직일 수 있었다. 이대로 집에 가야만 하는가, 아니다.
그들은 분명 사람들을 붙잡으러 간 것이다! 나는 멀찍이서 그들을 따라 갔다. 종각으로 이어지는 그 길에 사람들이 보였다.
아니, 그들이 들고 있던 깃발이 보였을 뿐, 수백명이 넘는 전경들이 그들을 포위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방에 경찰들이 깔려 있고, 사복을 입고 무전기를 들고 진두지휘하는 사복 형사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여러분들은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경찰관에게 폭력 행사 시에는 영장 없이 즉시 체포합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으름장 소리. 백명이 넘을까 말까하는 몇 안되는 작은 시위대를 수백이 넘는 경찰들이 테러리스트를 체포하듯이
방패로 둘러 쌓고선 그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협박을 하고 있었다. 마치 양아치들이 약한 애를 둘러 싸고 줘 패는 모습이었다!
이게 뭐 하는 짓거리란 말인가! 그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다고! 청와대로 진격했나? 아니다. 시민들을 겁박했나? 아니다.
그저 억울한 목소리를 내뱉겠다고 거리로 나선 것 뿐이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 사람들 앞에 나선 것 뿐이다!
그런 나약하디 나약한 목소리를 공권력이 무참하게 짓밟고 있었다...
 
  나는 좌절했다. 매일 청계광장에 나서겠다는 그 결의도 잊은 채 PC방으로 갔다. 그저 게임을 했다. 게임을 하면 현실을 잊을 수 있으니까.
회사를 다니다가 이렇게 사는건 사람 사는 꼬라지가 아니어서... 버텨도 버텨도 앞날이 보이지가 않아서... 글을 써보겠다고 다 때려치고나와
도서관에 다니며 책을 읽으며 몇 개의 소설을 써 보고... 인터넷에도 올려 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래, 시발, 다 헛짓거리지. 내가 청계광장에 나선 것도...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다 헛짓거리지... 좌절하고 좌절해서 게임이나 했다!
그렇게 밤이 되서야 집에 들어왔다... 마치 열심히 글을 쓰고 온 것 처럼...
 
  하지만 뉴스를 보게 됬을 때 사람들이 나처럼 헛짓거리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고, 수많은 단체에서 시국선언이 잇달았다.
게다가 화요일에는 월요일과는 달리 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내가 갔었던 청계광장 그곳에 촛불을 들고 모였었다.
사람들은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서 청계천에서 종각을 거쳐 인사동까지 걸어갔다고 한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새누리당도 공범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고 한다.
취업난에 허덕이며 서류를 넣고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월요병에 시달리며 산더미같은 일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도,
수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어 이대로는 안된다고, 권력과 비리로 가득한 이 나라를 바꿔야 한다고 들고 일어섰다!
 
   부끄러웠다. 꼴랑 두번 나가놓고 실망에 가득차 또 모든 것을 내팽겨 쳐 버리다니... 다시 거리에 나서야겠다.
소속된 단체 같은 것도 없는 나로선 청계광장만이 내가 나설 수 있는 곳이다. 비록 갈 때는 혼자겠지만...
그곳에 서게 되면 나는 혼자가 아니다! 이 나라가 바뀌기를 희망하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서 있다.
오늘은 그저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순수한 희망으로 하나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다시 거리로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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