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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같이 일했던 선배가 제 월급에 장난을 쳤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7072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WdoZ
추천 : 3
조회수 : 1147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7/05/30 14:24:31
네. 제가 세상물정에 어둡고 꼼꼼한 성격이 아니라

같이 일한지 5년차에 그걸 깨달았네요.


배경설명을 간단히 하자면, 제가 일하고 있는 업계가 굉장히 바닥이 좁습니다. 아주 작은 기회도 얻기 쉽지 않구요. 

처음 그 선배가 같이 일하자고 했을 때는 은인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도 기회라고 생각해서 처음 1년하고 2 개월은 월급도 받지 않았습니다.

제 계발비 명목으로 약 10만원 조금 넘는 돈이 저에게 "투자"됐을 뿐입니다. 즉, 제 통장엔 한 푼도 꽂힌 적이 없습니다.

물론 풀타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글들을 번역해야 했고, 때때로 지방출장, 해외출장을 가야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해야 했고, 바쁠 때는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끊임없이 이메일을 체크해야 했고, 조금이라도 답장이 늦으면 닦달 당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제가 부족하고, 모자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일년 여가 흐른 뒤 선심 쓰듯 제게 월급을 주겠다고 했고, 2개월 뒤에는 5만원이 올랐습니다.

그 돈이 20만원입니다. 

그러다 추석 때는 떡값처럼 더 얹어서 받기도 했습니다. 그 돈이 50만원쯤 됩니다. 

저는 그저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통장 내역을 확인해 보니, 그 전달 월급을 안 줬더라구요. 결국 그 떡값이란 것도 밀린 월급일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제 정력과 시간을 쏟아부을 동안, 생활은 해야했기에 알바를 병행했습니다.

고시원에서 5년을 갇혀 살면서도 딱히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주 조금씩 무기력해질 뿐이었습니다.

회사는 늘 제자리 걸음이고, 선배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썩 탐탁치 않아 하고, 제 몸은 조금씩 늙어갔습니다.

그동안 같일 일하기로 한 사람들이 더 있었지만 결국엔 저와 그 선배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최근에야 제가 너무 힘이 들어 제 일을 도와줄 분을 1분만 더 모시자고 했고 같이 일하게 된지 6개월 정도 됐습니다.


그리고 어제 무심코 통장 내역을 확인하다가

그나마도 두 달 전부터는 제 월급을 다시 5만원 깎아서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회사가 어렵다, 어렵다 해서 깎았나? 이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네. 저 되게 노예 근성이 있습니다. 이 순간에도 갑의 입장을 먼저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다 곧 기분이 아주 안 좋아졌습니다.


처음 그 선배와 일을 시작하게 될 때 그 선배는 "같이 회사를 일구어가자"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저는 그저 걸어다니고 말할 줄 아는 번역기 내지는 선배의 아바타로 전락해 있을 뿐입니다.

물론 선배도 엄청 열심히 일합니다. 다만 저는 그 선배가 회사에서 얼마만큼의 돈을 가져가는지 모릅니다.

이 회사도, 말이 회사지 사업자등록증을 떼보면 '개인사업자'로 나옵니다. 사실상 모든 게 다 선배 것이지요.

저는 계약서도 안 썼습니다. 네, 저 바보입니다. 계약서 안 써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슬슬 돈 생각이 나고 가성비 생각이 나기 시작합니다.

저는 돈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무언가를 얻어가려고 일을 시작한 거였는데, 다른 무언가를 얻지 못 하니 당연하지요.

너무 화가 나서 그간 케케 묵혔던 통장을 가지고 통장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선심 쓰듯 주던 그 떡값들이 사실 밀린 월급과 적절히 상쇄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소름이 끼칩니다.

생활비를 위해 다니는 직장에서 연차를 써가면서 해외 출장 다녔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게 이것입니다.

평일은 풀근무로 회사를 다니고, 주말에는 이 일에 매달려야 합니다. 쉬지 못 하니 피로만 쌓이고 여가 생활이랄 게 없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게 이것입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는데, 어디에 호소를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선배에게 빚진 게 있습니다.

제가 좀 어려울 때 돈을 빌렸었죠. 

사실 작년에 이미 갚을 여력이 돼서 갚겠다고 했지만, 그 선배가 받지 않겠다 했습니다. 더 급한 일에 쓰라구요.

그게 참 고마웠었는데, 오늘에서야 생각해 보니 그것조차 꿍꿍이처럼 느껴집니다.

그거 빨리 갚고 인연을 끊어 버려야 할까요?

아님 지금에라도 계약서를 쓰자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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