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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뭘 모른다 할때
게시물ID : freeboard_17093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밋밋한
추천 : 4
조회수 : 20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1/30 17:36:56
오래된 사진 속의 나는 언제나 어색한 듯 자명하게 서 있다.
정확히 어떤 색이라 불러야 할지 모를, 1970년대 때깔 혹은 낙관적 파랑을 등에 인 채, 코닥산 명도, 후지식 채도에 안겨 있다.

어느 때는 너무 흐릿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표정을 하고, 누군가를 향해, 그 누군가가 원한 미래를 향해 해상도 낮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사진 속에 붙박인 무지, 영원한 무지는 내 가슴 어디께를 찌르르 건드리고는 한다.

우리가 뭘 모른다 할때 대체로 그건 뭘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뜻과 같으니까.

무언가 주자마자 앗아가는 건 사진이 늘 해온 일 중 하나이니까.

그러니 오래전, 어머니가 손에 묵직한 사진기를 든 채 나를 부른 소리, 삶에 대한 기대와 긍지를 담아 외친 "정우야"라는 말은, 그 이상하고 찌르르한 느낌, 언젠거 만나게 될, 당장은 뭐라 일러야 할지 모르는 상실의 이름을 미리 불러 세우는 소리였는지 몰랐다.
출처 바깥은 여름
150~151p(풍경의 쓸모)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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