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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돌아보기 - 4
게시물ID : freeboard_17093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번째커튼콜
추천 : 3
조회수 : 23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1/30 18: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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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내가 중학생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머니께서 매일 다니시던 병원에 따라 간적이 있었다. 그곳은 신경정신과 였는데 그제서야 어머니가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주무신다는 것과 꽤 오래 전부터 신경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아오셨던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어머니는 나또한 자연스럽게 상담치료를 받게 하셨는데 형보다 더 예민했던 내가 별로 좋지 않은 상태인것을 눈치채신 모양이였다. 실제로 중학교시절의 나는 유난히 감정기복이 심했고, 가끔 이유없이 우울감에 빠지고 의욕이 없는 등 꽤나 중증의 우울증과 조절장애를 앓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의 환경이 조금씩 나를 병들게 했던 모양이였다.

그 이후로 매주 어머니가 병원에 가실때 따라가서 상담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한번은 스트레스 수치검사인가 그런 검사를 받았었는데 모든 항목이 검사에서 표시되는 수치를 한참 상회하는 수치가 나와서 그 결과지를 놓고 원장 선생님과 어머니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원장선생님은 날 먼저 나가있도록 하셨다.) 그 이후로 약간의 약물치료도 병행되어 매일 자기전 조그마한 알약을 어머니께서 챙겨 주시곤 했다.

이미 어머니는 일반 수면제가 듣지 않는 정도의 상당한 상태였다. 내 약봉지에 작은 알약 반알이 들어있었다면 어머니의 약봉지에는 몇가지의 종류별 약이 여러개 들어있었다. 또한 의사선생님께선 아버지를 함께 모시고 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는데 다른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시는 아버지의 성격상 절대 불가능한 일이였다. 물론 아버지 스스로께서도 본인의 잘못됨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시기도 했다.


아버지가 백주대낮에 어머니를 사람들 앞에서 개처럼 끌고 다녔던 그날 이후로 많은 것이 변했다. 이제는 아버지의 폭력이 술에 취했을때만이 아니라는점, 아니 혹은 그 이전에도 꼭 술을 드셨을때만 폭력적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또한 사람들이 많은 상가 한복판에서 이뤄졌다는 점 역시 내 마음을 뒤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무렵 어머니에 대한 나의 감정도 이상한 변화를 겪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불쌍하고 안타까운 연민의 감정과 어머니가 보기 싫은 미움의 감정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 이상황을 나에게까지 오게했다거나 피하지 못하신다는 답답함이 미움으로 변형된것이였던것 같다. 왜 어머니께 미움의 감정이 전파되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미움이라면 아버지에게의 미움이 당연할텐데 아버지라는 존재는 두려움 이외에 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 악몽같았던 날이 몇일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 담임선생님이 나를 복도로 불러내어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위중하여 병원에 실려가셨으니 어서 병원으로 가보라고. 아침에도 웃으며 인사했던 어머니가 갑자기 병원에 계신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서둘러 가방을 챙겨 학교를 나섰다.

어떤 경위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때는 어머니는 이미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상태였고 면회시간 외엔 어머니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그날부터 어머니가 깨어나시기 까지 보름이 조금 넘는 날들동안 나는 매일 학교를 마치면 바로 병원으로 가서 중환자실 면회시간 10분동안 의식이 없는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일어나라고 속삭이곤 했다. 어머니는 겉보기엔 평안히 잠이 들어있는 모습이였지만, 어머니가 이대로 일어나지 않을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더 필사적으로 어머니께 말을 걸곤 했다.


보름이 조금 지날 무렵 어머니는 깨어나셨고 곧 집으로 돌아오셨다. 집은 다시 별일 없었던듯 원래대로 돌아왔고 아버지는 더이상 미용실 사장님과 어머니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으셨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후에 알게 되었지만 그건 어머니의 두번째 탈출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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