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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잊을 수 없는 고문관 선임 이야기2
게시물ID : military_17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hathell
추천 : 26
조회수 : 199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7/23 17:05:43

지난번에 올린 글이 추천을 한 3 받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10을 넘겼습니다...ㅋ

기대하지 못한 일이라 좀 놀랍기도 합니다ㅎ

그럼 이제 얘기를 잇도록 하지.

 

그렇게 개인장구류 검열에서 신나게 털린 이XX이병. 군인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개인장구류, 그것도 개인 목숨과 연관되어 있는 야삽을 잃어버렸으니, 당연히 사유서를 써야겠지? 근데 이놈이 음치인줄만 알았는데 작문실력도 형편 없는거야. 말 그대로 양 채우려고 했던말 또하고, 쓴 얘기 또써.

간략히 정리하면 이래.

"제가 부주의로 야삽과 쥬지핀을 잃어버렸습니다. 제가 정신이 없던터라..잘못했습니다. 제가 야삽과 쥬지핀을 잃어버렸는데 정신이없었습니다."

군필자들은 알거야..쥬지핀?.. 지주핀이 아닐까? 그래도 그러려니 했어. 그 뒤로도 크고 작은 일을 몇번 쳤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휴가통제를 당하거나

얼차려를 받는 일이 없었지. 이런게 있잖아. "적당히 못하면 고치려는 의욕이 있지만, 이미 선을 넘어가면 포기를 한다."

얘가 딱 그 사례였어. 휴가통제 안당하고 얼차려를 안당하는 대신에, 그 이XX이병은 담배를 피기 시작하더라고.

"아 군대가면 이래서 담배를 배우는거구나.."싶었어. 게다가 그놈 식욕도 늘더라고.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늘게 된다는 말도 맞나봐.

정말 보기 싫었던게, 분대 회식 내지 생활관 회식을 한다고, 선임들이 분지비(분대지원활동비)에다가 자기돈을 보태서 과자파티를 열어.

선임이 "야! 눈치보지말고 달려들어서 먹어!" 하면 우린 신나서 먹었지. 근데 얘는 좀 달랐어. 그 와중에도 계속 선임 눈치를 보는거야.

많이 먹는다고 욕할 사람도 없는데, 계속 두리번 거리더니 자기 주머니에 과자를 넣는거야. (오예스나 빈츠같이 낱개포장된 과자)

선임들이 당연히 열받지. 그 자리에서 신나게 한바탕 즐기면 되는것을, 자기 욕심 챙기겠다고 주머니에 넣어서 관물대에 짱박으니깐.

(음식물을 관물대에 보관하는 행위는 병영생활 규정 위반이야. 가장 큰 이유는 음식물이 부패할 수도 있고 미관상 좋지 않아.)

여기까지는 내륙부대 생활을 했을때이고..해안 GOP에 들어가서 더 큰일이 있을 줄 아무도 몰랐지. 그 누구도 몰랐어.

처음 해안경계를 들어가서 타 대대 아저씨들에게 근무 요령이나 노하우를 인수인계 받는 기간으로 일주일이 주어졌어.

물론 낮과 밤이 바뀌는 일 자체가 굉장히 고달프고, 추운바람, 뜨거운 열기 맞아가면서 6시간 가까이를 서있는다는것 자체가 고된 일이였지.

아무리 체력이 좋고,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더라도 이 적응기간 일주일은 정말 힘들었을거야. 나도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그 이XX일병(진급ㅋ)에게는

더욱 지옥같았겠지.

역시나 "클래스는 영원하다." 라고, 해안 생활 일주일만에 사고를 치기 시작했어. 한창 군기 잡는다고 빡세게 돌리니까 말년병장도 몸사리는 그 마당에

건빵주머니에 초코파이랑 담배를 넣어갖고 근무를 나갔다가 걸린거야ㅋㅋㅋ

이게 왠 망신이야ㅋㅋㅋ 이제 막 해안 들어온애들이 벌써 땡땡이 치니까 욕을 먹는거지ㅋㅋ 심지어 아저씨들도 그놈을 갈구는거야. 그래도 정신을 못차리더라고. 당연히 부대교대 끝나고 우리 소대의 생활이 시작되자, 그놈은 난리도 아니였지. 나름 물일병이여서 초소근무를 사수로 나가게 된거야.

"호랑이없는 굴에는 여우가 왕이다." 라고.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쳐서 난리도 아니였어. 초소에서 뻘짓하다가 중대장, 대대장한테도 걸리고..

특히나 소대장, 중대장에게 많이 걸렸는데 불과 한달만에 "그놈을 어떻게 해야할까.."가 우리의 공통된 주제였어.

처음 내놓은 대처방안으로는 "말년병장 사수+그놈 부사수" 조합이였어. 그놈보다 후임인 애들도 사수로 나가는 마당에, 짬 되는놈이 부사수로 나가봐.

얼마나 이게 치욕적인건지 모를거야. 난 이때 또 깨달은게 있어. "왜 말년병장이 위대한가." 소위, 중위보다 한 수 위야. 물론 군사적 지식은 해박하지 못할지언정, 사람 다루는 법을 알거든. 우리 소대장도 그 말년병장에게 "네가 한번 해봐라." 라는 암묵적 지시를 내렸어.

그 말년병장이 한가지 실수를 한게, 얘를 때린거야. 소초에서 잘못했던 일을 초소에 가서 얼차려를 부여했대. 뭐 앉았다 일어나기를 시켰대나?

이건 내가 봐도 정말 인간적인 얼차려야. 근데 이걸 못하겠다고 하니까 때린거지. 그놈도 참 뻔뻔한게..그걸 '소원수리'에 쓴거야.

"군장검사(감시장비를 챙기고, 근무시 유의사항을 전파받음)할 때 감시장비를 제대로 안챙겼다고 앉았다 일어서기 등의 가혹행위를 시켰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참 ㅅㅂ 말년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랬더니, 똥을 밟은 셈이지. 덕분에 그 말년병장을 영창 보내는데 성공을 하더라고.

(후에 그 말년병장은 영창 갔다온 후, 중대본부에서 전역대기 하면서 소초 돌아다니며 잡역을 했음. 한번 우리소초 왔었는데ㅋㅋㅋㅋㅋㅋ

말년병장이 "XX아, 덕분에 잘갔다왔다! 이제 우리 아저씨네?ㅋㅋ" 라니깐 눈치보면서 도망가더라고 ㅋㅋㅋㅋ)

 

그 뒤로도 정신을 못차렸어. 그러자 한번 얘기 나온게 이거야.

"초소근무 내보내서 대대장, 연대장한테 깨지느니, 차라리 상황실 근무를 시키면 낫겠구나. 하라는대로만 하고, 말만 안하고 있으면 괜찮을 것이다."

그렇다고 상황병을 시킬 수가 없었어.(본인은 상황병. 사고친거 아님ㅋㅋㅋ) 

상황병이란..음..소초의 행정병 같은것인데, 경계작전이 잘 되는지 보고받는 일부터 소대원들 휴가며, 지휘보고 등의 업무도 해야하는데 도저히 시킬 수가 없던것이지. 그래서 TOD를 시키게 되었어. TOD란 일종의 야간감시장비인데 CCTV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

사수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서 모니터 앞만 주시하며 근무를 서야하니까 적어도 딴생각은 못하더라고. 처음에는 그놈도 너무 고마워했어.

힘들게 경계근무 안서도 되니깐. 따뜻한 상황실에서 편히 앉아서 손가락만 까딱까딱 하면 되니깐.

근데 사람이란게 있잖아? 타성에 젖으면 정말 달라진다? 처음에야 열심히 한다 쳐도, 그걸 오래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나태해져. 그놈은 타성이 빨리 찾아오는 부류였어. 근무를 편하게 서니까(밤을 1/2로 나눠서 5~6시간 정도?) 잠이 안오는지 소초를 들쑤시고 다니는거야. 딴 애들은 밤새 근무서고 힘들어서 시들거리는데 말이야. 역시나 그 근성 어디가겠어. 지 후임들을 아주 짜증나게 하더라고. 더워서 음료수 마시려는 이등병 애꺼 음료수 뺏아서 다 마셔버리고 "ㅋㅋㅋ나야 나 이XX잖아~" 이지랄은 물론, 생활관에 후임만 있다 싶으면 주머니에 손넣고 짝다리 짚더라고. (이건 걸렸어ㅋㅋㅋㅋ)

무엇보다도 한여름인데 씻지를 않았어. 물론 씻기야 했지.

비누칠은 커녕 흐르는 물에 몸을 한 10분동안 적시며 "으으으~"소리를 내고서 나오는게 끝이야. 당연히 땀냄새가 날 수 밖에. 맞선임도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거야. 자기보다 한살 많은데 하는짓은 유치원생도 못하니 원. 뭔놈의 머리를 감는데 그 짧은머리에 샴푸를 두세번 눌러짜서 감는지도 신기해.

수많은 사건사고를 쳐도 절대로 휴가가 잘리거나 진급누락이 되는 일이 없었어. 대신 얼차려를 아주 가혹하게 줬지.

군장매고 상황실<->위병소 왕복 100번인가를 하면서 위병소 근무자랑 나한테 확인을 받는거였어. 근데 이놈이ㅋㅋㅋㅋ내 맞선임 없는 틈을 타서

나랑 쇼부를 치려는거야ㅋㅋㅋㅋㅋㅋ"야 나 두번 체크해주면 안되냐" 라고. 이걸 또 걸려서ㅋㅋㅋㅋ

디게 어리버리하면서 순진한거 같은데도 악한면도 있어.

 

나랑 내 동기 둘, 그놈 이렇게 넷이 외출을 나갔어. 순대국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지. "지도 나름 선임인데 지가 쏠려나?"

역시나 예상은 빗나갔어. 더치페이?ㅋㅋㅋ 꺼지라 그래. 걔껄 우리 셋이 분담해서 냈어ㅋㅋㅋ돈이 없대ㅋㅋㅋ담배까지 사줬어.

심지어 전투복 까고, 주머니에 손넣더니 예비군으로 변신ㅋㅋ

 

아 힘들다. 오늘은 여기까지 쓸께.

나중을 기대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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