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우울증과 다양한 신경증을 겪으며 감정을 포함하여 세상과 제 존재 자체에 대한 인식이 무뎌진 상태였습니다.
우울증이 나아지면서 무뎌졌던 감각들이 살아나며 점점 두려운 마음이 생깁니다. 예전엔 제 감정을 억누르고, 제 안의 소리를 외면하며 옳은 방향으로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정상이 되고 싶었고, 정상인 것 처럼 행동하려고 했었어요. 제가 상처받은 상황에 대한 분석을 했고, 상처 준 사람의 삶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으려 했습니다.
책을 읽고,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주관이 생긴 지금 오히려 미쳐버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과거 미친 행동이라고, 미친 생각이라고 인지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생각하지 않으려 저를 설득하고 억압했다면 지금은 제 모든 걸 표현하고 거르지 않고 감정을 따라 행동하려 합니다.
이젠 제게 상처 준 사람들을 이해하지만 원망합니다. 그 당시 무뎌진 감정으로 인해 제대로 느끼지 못한 감정을 지금와서야 다 느끼는 것 같아요. 그들에게 연락해서 원망하고, 꾸짖고 싶어요. 제 안의 응축된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어요.
과거에 자살시도에 대한 마음은 항상 잔잔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자해나 자살시도를 하고픈 마음이 강하게 든 적도 없고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저를 해치고 싶은 충동적인 마음이 듭니다. 이러다 확실히 미쳐서 저를 파괴할까 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