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 보다 낯이 익어 봤더니 예전에 사귄 남자친구 글이 올라와 있네요. 오유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아직도 하나봐요. 고민게시판에서 주로 활동한다는 둥, 댓글 달아주는 걸로 유명하다는 둥 했던 게 얼핏 기억이 나는데. 쭉 읽어보니 그 사람 어머니도 오유 하나봐요.
둘 다 참 넉살 좋게, 사람 좋게 글 쓰고 댓글 달고 그랬군요. 저한테는 지옥보다 더 지옥같은 사람이였는데 말이예요. 죽으라며 내 목을 조르고, 번화가 한복판에서 내 머리채를 잡은 채로 끌고 가던 사람이 말이예요. 내가 기절하니 연기하지 말라며 비웃던, 내 집에 불을 지르려던, 그 후로도 자살하겠다며 한참을 날 괴롭게 하던 그 놈이 참 넉살 좋게 글 올리고 댓글 달고, 사람들도 다 하하호호 좋아해주네요. 나더러 당신 아들 좀 챙겨주라던, 깨어 있는 척은 있는대로 다 해놓고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걸 보여준 그 놈 엄마도 그 사이에 끼여 있네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좋아하고 있고요.
뭐, 많겠죠? 다들 아닌 척 하며 익명성에 기대 인터넷에서만큼은 좋은 사람 행세하는 거겠죠.
얼마전에 데이트 폭력에 관한 글이 올라온 적 있어요. 내가 겪었던 일을 그 글 댓글에 달았다가, 혹시나 오유 한다던 그 놈이 내 댓글을 읽고 나인 줄 눈치 챌까봐, 그래서 내 아이디를 타고 내가 올린 글들을 보게 될까봐, 혹 그렇게 다시 소식이 닿을까봐 겁이 나서 그 댓글은 하루도 안 지나 지웠었던 적이 있어요.
왜 내가 겁이 나지? 뭐가 겁나서 그 놈에게 들킬까봐 내 흔적을 지우지? 내가 왜? 싶었는데. 베오베에 올라온 그 놈 글을 보고 나니 지우길 다행이였다 싶어요. 그 데이트 폭력 글도 베오베 올라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놈도 봤겠죠? 보고 무슨 생각했을까요.
상처는 다 아물었는데 흉터는 아직이네요. 그냥.. 여기 털어놓고 싶었어요. 여기서 봤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