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
잠시 주차했던 곳, 어느 차 밑에 한껏 웅크리고 있던 너..
한 눈에 봐도 겁이 많고 몹시 굶주려 보였던 너..
참치사올 때까지
슈퍼에 갔다 올때까지
제발 있어라
제발 그대로 있어라
되뇌이며 참치 두 캔을 사 왔다.
정말 그대로 있던 너...!
경계심과 두려움,
그리고 기대감을 품고 있던 너의 눈빛이 너무 애처로웠어.
캔을 뜯어주니 잠시 눈치를 보다 허겁지겁 먹던 너
그리 큰 체구도 아니었는데 두 캔이나 눈깜짝할 새 먹어 치웠네
물 마실 도랑도 없는 삭막한 도시라 빈 캔에 물도 좀 따라줘 본다
고맙게도 할짝할짝 마시는 너
참 장하다..
오늘 하루는 어찌 나와 인연이 닿아
배 곯지 않는 하루가 되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배 든든하게 잠을 청해보렴..
나비야 사는 게 힘들지 ? 이제 점점 추워질 텐데..
혹시 내일도 같은 자리에서 날 기다리면 어쩌나 앞선 걱정도 된다
난 다시 그 곳에 안 갈 텐데 말야..
넌 사람의 집 앞에 똥오줌을 싸지도 않고
사람을 위협하지도 않고
도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지도 않는데
너는 왜 하루에도 몇 번씩 경멸의 눈빛을 받고
위협을 받고 천대를 받을까?
이 도시는 같은 인간끼리도 너무 차가워
겨우 2~3킬로그램이 될까 한 너의 몸을 편히 뉘일 곳도,
너의 작은 목구멍을 축여 줄 시냇가도,
없다.
지금 우리 나라는 너무나도 춥고 어지럽단다..
나는 매일 밤
바다에 잠긴 아이들..
정의가 무너진 사회...
뻔뻔하고 탐욕스러운 인간들..
너처럼 추위에 떠는 고양이들을 생각하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지질한 눈물을 훔치며 잠이 든다..
오래 살아라 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