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 아니 정확히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의식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기에 느끼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으면 남을 사랑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대개 막연히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짠 하고 나타나 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니까 흔히 꿈꾸는 사랑은 사랑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사랑받는 것이다. 파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기 자신이 별로 사랑스럽지 않다고 되뇌이면서도 그래도 그런 자신을 사랑해줄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운명의 상대라는 것이 등장하자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은 환상에 사로잡힌다. 그녀에게 사랑은 "나를 사랑해 줄 아무개"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만 여겨졌다. 키가 클 필요도 없고 잘 생길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런 환상은 그 사람이 나를 위한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산산조각난다. 사실 이 세상 어디에도 나를 위한 백마 탄 왕자님은 없다. 오르페오가 묘사한 것과 똑같은 남자를 발견하자 파니는 그를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고 여기고 순식간에 그에게 자신을 내던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혼자 꿈을 꾸고 있었단 것을 알게 되자 파니는 절망에 빠진다.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니 어쩌면 더 나빠졌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