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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근대화론에 관한 개인적 해석
게시물ID : history_171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16
조회수 : 878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4/07/17 17:01:19
역사에 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이해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이렇습니다.
근대화라는게 도시화, 산업화, 교육의 확대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일제강점기 즈음에 시작된게 맞긴 하겠죠. 이런식으로 시기적 구분을 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의 근대화 시작지점이 일제강점기라 구분짓는 것과, 근대화의 시작에 일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것에 대해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모두 일제 덕분이다'따위의 엉터리 해석을 하는 것과, 그에 발끈해 일제강점기에 근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일제에 의해 근대화가 시작되었다'는 말이 '일제 덕분에 근대화가 시작되었다'로 흘러가는 것은 논리적으로 허점이 있습니다. '일제에 의한 근대화'란 말 자체에는 긍정적 뉘앙스만 들어있는게 절대 아니니까요. 오히려 거꾸로 해석하면, 우리 스스로 근대화를 하지 못하고 일제에 의해 근대화 당한 것 때문에 수없이 많은 폐단이 생겨났다..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겉으로 보기에는 일제에 의해 우리나라 사회가 수많은 근대적 변화를 겪었다고도 볼 수는 있을겁니다. 조선시대 내내 유지되어 오던 계급제가 무너지고 교육이 널리 확대되었으며 각종 문명의 이기가 들어오고 산업시설과 철도 등의 인프라가 건설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조선 민중의 해방이라거나, 그들을 위해 현대적 교육을 보급해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산업시설이나 철도 등의 인프라도 우리나라의 미래나 균형잡힌 발전 등을 위한게 아니라 철저히 일제의 수탈과 아시아 대륙에서의 전쟁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것이구요. 겉보기에 교육이 확대되고 철도가 건설되고 산업시설이 만들어졌다고 그게 다 좋은 일은 아니죠.

일제의 교육은 개인이 주체성을 가지고 합리적 사고를 하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자기네 일왕에게 충성하고 일제의 지배에 순응하게끔 유도하려는 방향의 교육이었습니다. 수학, 과학 등등 선진적인 문물을 가르친다고 해서 그게 현대적 교육이 되는건 아니죠. 전체주의를 강요하고 자신들의 지배에 순순히 복종하게 만드는 게 무슨 현대적 교육입니까. 그리곤 그런 식의 잘못된 교육은 대한민국 독립 이후의 교육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제가 우리땅에 철도를 깔아줬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우리나라를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국토간의 균형발전이라거나 우리나라가 앞으로 발전해 나가는데 있어 필요에 의해 계획되고 건설된 철도가 아니라 한국에서 생산되는 물자를 자기네 땅으로 끌고가거나, 군사나 군수물자를 전선으로 수송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이었죠. 일제가 패망하여 물러간 후 그것을 우리가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하나, 이를 가지고 '일본이 우리에게 해 준 것'이라 해석하기 보다는 차라리 '일제 패망 후 버리고 간 것을 우리가 주워 재활용'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요?

정리하자면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일제강점기 즈음에 시작된 것은 맞지만, 이것을 잘못 해석해 '일본 덕분에 우리가 근대화라는 시혜를 받았다'로 나가는 것은 완전한 엉터리다, 또 그것에 반발해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근대화 시점을 억지로 옮기려 들거나 부정하려 드는 것도 잘못이다...라는 거죠.

이런 식의 해석은 오히려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제에 의해 강제로 근대화가 진행되며 생겨난 수많은 문제점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에까지 미치고 있는 악영향에 대해 바로 보지 못하고 그럼으로 인해 이런 것들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마저 이뤄지지 못하게 막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일제가 우리 땅에 만들어둔 철도나 산업시설들은 일제가 우리에게 '해준 것'이 아니라 우리 땅에다 자기네 필요에 의해 멋대로 지어 사용하다 전쟁에서 패망한 후 버리고 간 것입니다. 이걸 독립한 우리가 그대로 재활용하게 된 것이지 이를 두고 일본의 시혜라 해석하는건 뽕맞은 친일파의 망상일 뿐이죠.

오히려 잘못된 전체주의 교육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 아직까지도 우리네 교육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과, 근대화를 빌미로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강제로 단절시키고 철저히 파괴해버린 덕분에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으며, 후손인 우리 세대에 이르러서는 조상들이 이룩한 전통과 유산을 너무나도 많이 잃어버린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됐죠. 실제로 이것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철저히 자기네 속국으로 만들어 흡수하려는 계략을 '근대화'란 이름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빨리 근대화 해야 하니 모든 전통은 다 부정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요..(일본 여행갔을때 제일 열받은 점이 이거였습니다.. 자기네는 전통과 유산을 고스란히 이어가며 자랑스러워 하고 있던데, 남의 나라 침략해서 오래도록 이어내려온 전통을 다 끊어버리고 튄 놈들이 자기네 것은 어지간히 아끼더라구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맞춰져야할 초점은 일제 강점기 시절 근대화가 시작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인정하되, 그것을 가지고 일제 덕분이라며 일본을 핥고 빠는 행위는 철저히 배척하고, 그렇다 해서 이를 부정하기 위해 억지노력을 할 것도 없이 '일제에 의해 강제적으로 급속하게 진행되어버린 근대화의 폐단과 부작용,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미치고 있는 악영향'에 더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일제강점기에 근대화가 이뤄졌다, 일제에 의해 근대화가 이뤄졌다는 말이 일제 덕분에 근대화가 이뤄졌다는 말은 절대 아니니까요.

어느 또라이 정신병자가 어린 아이를 납치해 10년간 감금하고 사슬에 묶어 키웠다고 칩시다. 아이를 노예처럼 부려먹을 목적으로 요리도 가르치고 영어도 가르쳤다고 한다면, 어린 아이가 요리를 배우고 영어를 할 줄 알게 된 것은 그 정신병자가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러나 그걸 가지고 어린아이가 정신병자에게 납치당한 덕분에 요리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게 된거라고 해석하는 것은 제정신이 아닌 소리일 겁니다. 그렇다고 그 아이가 10여년 동안 정신병자에게 요리, 영어 등을 강제적으로 배우게 된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죠. 오히려 그런 것을 강압적으로 가르친다고 폭력과 협박 등이 이뤄진 것에 의해 아이의 정서가 크게 상처 입은 것에 대해 집중하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그 과정에 대해 심도있는 분석을 하는게 바른 해결책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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