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LG 트윈스 투수들 중 주축 2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루머가 나돌자 LG 대표가 불같이 화를 냈다. 만약 사실이라면 최악의 경우 구단 해체를 염두에 두겠다고 엄포를 놓고는 현장에 가서 선수들에게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게 백순길 LG 단장의 얘기였다. '정도 경영'을 표방하는 LG 그룹이다. 어떠한 불법행위가, 그것도 홍보의 중심에 서 있는 프로야구단에서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구단을 해체해버릴 수도 있다는 경고는 충분히 설득력을 얻는 부분이다. 고용주 입장에서 볼 때 야구 잘하라고 등 따뜻하고 배부르게 먹여놨더니 뒤에서 뒤통수나 칠 궁리를 하고 있던 셈이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단장의 현장 면담결과 네티즌들로부터 지목받고 있는 박현준과 김성현 모두 "절대 사실무근"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해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을 입에 올렸다는 브로커의 말에도 신빙성이 없고 전직 야구선수라며 제보에 앞장 선 사람 역시 거짓제보자로 들통 나 이번 사태는 한낱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몇 년간은 바닥권을 헤매고 있지만 LG 구단은 전신인 MBC 청룡 시절부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팀이다. 거대마켓인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있어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가장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구단이다. 워낙 팀 성적이 나빠 팬심 또한 축 가라앉아있는 건 사실이지만 언젠가 신바람 야구가 부활하는 날 흥행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닌 한국프로야구 유일의 팀이기도 하다. 이런 LG가 최악의 경우 해체될지도 모른다니 팬들은 상상만 해도 경악스러운 일이다. 달리 보면 정당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워야 할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승부조작 내지는 기록조작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평균연봉 1억 시대를 맞은 프로야구다. 한국사회에서 부와 명예를 동시에 누리는 선수들이 타의 모범이 되지는 못할망정 검은 돈의 유혹에 놀아난다는 건 용납할 수 없고 절대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