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봉쇄, 통행저지, 유가족 집회주동자 간주 등 경찰대응.
혹시 광화문 함께한 분은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제 경찰의 집회 과잉대응 부분 한가지 더 알리고 싶어 글을 씁니다.
부족한 솜씨로 PPT를 이용 상황도를 그려 첨부했으니 참고해 주세요.
시청에서 이동하던 행진행렬이 경찰 바리케이트에 차단돼서 결국 유가족분들은 조금씩 흩어져 이순신 동상 앞 단식장소에 도착하셨었습니다.
이미 광화문(세종대왕 동상)방향으로 경찰 수백명이 도로를 차단하고 있어서 유가족분들 행렬은 더 전진하지 못하고 길바닥에 앉으셨구요.
근데 조금 후 교보생명 쪽에 있던 경찰들이 진압방패를 선두로 2열 횡대로 행렬을 압박하고 들어왔습니다.
행렬이 무너질까봐, 혹시라도 유가족분들 다치실까봐, 주변 시민들이 스크럼을 짜고 경찰대열에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우산까지 집어던지면서 스크럼에 온몸을 던지시는 여자분도 계셨어요.
고성이 오가면서 5분 가까이 밀치고, 끌어안고, 서로 팔짱 걸고 대열 사수했습니다.
'비오고 위험하니 이러지 말자', '유가족 분들 앉아 계시는데 다치면 어쩌나, 밀지마라, 우리 가만히 있는데 왜 압박하냐'
그러던 중 경찰 측에서 '대열정비' 라는 외침이 나오고 잠시 정리가 되는 분위기 였어요.
'유가족 분들 가시게 길 틔워달라', '가족 잃은 분들이다', '너희 어머니고, 아버지고, 동생이다' 시민분들은 하소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잠시 팔짱 풀고 숨 돌리고 있었구요.
그런데 갑자기 들리는 경찰 현장 지휘관의 목소리
'5보 전진!'
'5보 전진!'
미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시민 1열이 경찰들과 몸으로 밀착 대치한 상태였고, 그 바로 뒤 1걸음에 유가족 분들이 앉아 계셨습니다.
5보 전진.
저희 5보 밀리면 뒤에 가족분들 저희랑 경찰한테 깔리실 상황이었습니다.
'씨팔. 5보? 사람 죽일거냐?', '뭐라? 5보?'
스크럼 짰던 분들이랑 순간 밀릴 뻔 했는데 다른 시민분들이 온몸으로 부딪혀 와서 버텼습니다. 아찔했어요.
제 발뒤꿈치가 가족분한테 닿았었어요.
그러는 중에도 가족분들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가만히 계십니다
죽을 힘 다해 버티고 밀었습니다.
더 격한 고성 오가고 육두문자 나오는데 유가족분들이 저희한테 빠져달라고 하십니다.
'잡혀가도 우리가 잡혀가고, 죽어도 우리가 죽을 테니, 대치 중인 시민분들 빠져 주십시오'
'저희 괜찮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다행히 저희 빠지고 나니 더이상 경찰들이 유가족 분들 대열을 압박하진 않았습니다만.
'5보전진' 하루 종일 머리에서 떠 나질 않았습니다.
100리가 넘는 길을 걷고, 11일째 단식을 하고, 차가운 길바닥에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가슴에 가족을 묻고 계신 유가족분들인데...
5보전진.
거리에 앉아계신 유가족을 그대로 밟아버릴지 모를 5보를 명령하고 내딛는 이나라의 경찰.
하아. 가슴이 터질 거 같습니다. C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