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출판되었다기에 왠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책게에 이 책을 검색해보니 글이 안 나오더군요.
구글에 검색해보니 오유에선 댓글에나 한두어번 정도 언급될 뿐이었습니다..
이 책을 접한 지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추천하는 글을 쓰는 이유는, 이 책이 내용도 쉽고, 의외로
제 생각과는 동떨어진 내용들이 많이 나와서 유익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떠올리게 되는 집단들이 생각났지요........(1버러지나 버러지연합..)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역사학보다는 사회심리학쪽에 가까운 듯싶습니다.
악랄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책은 과거 나치 추종자들을 인터뷰한 걸 정리한 책입니다. '유명인'보다는 과거에 히틀러청년단, 독일소녀연맹, 나치친위대, 나치돌격대, 나치당, 그 외의 나치 조직들에 가담했던 '아주 평범한' 나치의 추종자들을 인터뷰(293p)했습니다. 흔히 독일은 역사청산이 잘 되었다..라고 알고 있습니다. 지식채널e 용서의 조건이라는 편에서 독일의 역사청산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다루고 있죠. 하지만
독일의 역사청산이 과연 잘 되었냐고 하면 예전에는 '그렇다'고 대답했을 텐데, 이 책을 읽고 나니 '
그런 것 같지 않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분명 자신들의 과오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나라의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말이죠.
그건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예전 나치 추종자들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알게 됩니다.
그들은
단지 침묵하고 있는 것뿐이란 걸요. 그들도 나치의 만행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자신들의 책임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 거죠. 그들의 행위는 잘 생각해보면 '가만히 있음으로 해서 악을 돕는다'에 가깝습니다.
이 책의 시작점이 책은 나치즘이 그들의 추종자들에게 줄 수 있었던 '매력'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13p)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두 번째로 오늘날 독일인들이 나치즘을 다루는 태도에 건설적인 전환점을 제시(14p)하려고 하죠. 여기서 '역사적 사실을 배우는 것'과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것'의 차이에 대해 언급합니다. 앞서 독일의 역사청산이 과연 잘 되었냐는 질문에 그런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날 독일인들은 이 책의 주장에 의하면, 나치와 관련하여 많은 교육을 받고 있는 게 확실합니다. 하지만 나치즘과 홀로코스트에 대해 학교 수업에서 영상 매체에 중점을 두고 음향 매체는 소홀히 했다고 합니다.(276~277p) 나치 시대에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영화 음악의 암시적 효과들이 학생들에게 히틀러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불명확한 관념들이 그들의 의식 속에서 매력으로 바뀌어버렸다(278p)고 합니다. '이들이 저지른
잘못과 그 도구가 이런 것이다'를 알려준 것이 되레 '이들의
위대함과 그 도구가 이런 것이다'로 변질된 것이죠.
과거 나치 추종자들의 뻔뻔한(?) 태도이 책은 각 장마다 주요한 심리적 개념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보여주고 거기에 대한 설명이 실려 있습니다. 1장부터 6장까지 마력적인 의식, 최면적 무아지경, 수치심의 방어, 나르시시즘과 자아도취적 공모, 이전 세대의 트라우마, 종속성 등인데요. 각 장마다 빠짐없이 제 예상과 너무나 다른 인터뷰가 나옵니다..... 여러분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물론 읽으면서 버러지들 생각이 나긴 함..)
조금만 인용을 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 인터뷰에 응한 1917년생 보그너 여사는 우아한 여성이었다.(중략) 그녀는 히틀러를 "보통 사람을 위한 사람" 혹은 "대중 가운데서도 대중"을 위한 사람으로 묘사했다.(중략) 나치주의자들의 대중 집회를 그녀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 분위기, 그것은...한 마디로 폭발력이 있었죠." 보그너 여사는 18세 때 나치의 하지(夏至) 축제를 경험했다. 그것은 그녀에 따르면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48~49p)
- 1915년생인 에브너 씨(중략) 그는 히틀러와 여러 번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으며 히틀러의 "강렬한 시선에 매료되었다"고 말했다.(중략) 에브너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분은 여러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총통'이 자신의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마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했다.(50~51p)
- 인터뷰 기자 : "나치 정부를 지지했을 때 의심 같은 것을 품지는 않았습니까?" / 페데른 여사 : "아실지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중략)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불법 행위가 행해졌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우리는 아름다운 시간들을 함께 경험했기에 그런 끔찍한 일들을 믿지 않았고, 인정할 수 없었어요. 그런 황홀함 뒤에서 장반대의 일들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죠."(89p)
- 겝하르트 씨는 나치의 무장친위대는 항상 최전방의 선두에 서서 최후의 일인까지 용감하게 싸울 수 있는 자들로 선별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중략) 무장친위대가 오늘날 "강제 수용소에서 대량 학살을 한 살인자들과 동급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말했다.(중략) 그는 자신이 있었던 무장친위대는 "유대인 600만 명에 대한 끔찍한 대량 학살"과는 아무련 연관이 없으며 어떤 끔찍한 범행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중략) 겝하르트씨가 견딜 수 없어 한 것은 전쟁 중의 범행이나 홀로코스트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를 견딜 수 없게 만든 것은 자신의 무장친위대가 마치 범죄자처럼 궁지에 몰리는 것이었다.(142~143p)
- 셰어 여사는 또 다시 웃으면서 홀로코스트에 관해 이야기했다. "뭐, 유대 민족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여전히 지구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대인이 살고 있지 않습니까?"(155p)
- 인터뷰 기자 : "당신이 책임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 에브너 씨 : "책임이라고요? 아뇨, 없습니다, 아닙니다." /(중략)/ 겝하르트 씨 : "사실, 에, 저는, 에,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없습니다. 저는 그럴 만한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아니 저의 양심은 깨끗합니다."(280p)
- 에브너 씨는 (중략) "지금 우리와 청산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의 책임은 항상 또 다시 환기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손을 벌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우리에게 보상받기를 원합니다. 전쟁할 준비를 하고, 자신들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 그들은 보상을 원합니다." (중략) 익명을 요구한 한 할머니는 "유대인과 아우슈비츠 등"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녀는 곧이어 태도를 바꾸어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계속 보상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중략) 그리고 책임 문제는 제 생각에 너무 자주 거론됩니다. 기념관을 요구하는 그 녀석(한 유대인을 지칭)은 정말 문화인이 아닙니다.(중략) 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또 다른 인터뷰 대상자는 유대인들이 나치에 대한 비난을 통해서 증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하면서 분명하게 유대인을 지목했다. "왜 유대인들은 또 다시(!) 새로운 증오를 키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결과는 좋지 않을 겁니다."(282p)
이 책은 여러 인터뷰를 분석하며 왜 그들이 그런 말과 행동을 했는지 분석하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위 인용된 인터뷰에 공통점이 있다면, 과거를 아름답게 떠올리며 나치의 악행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들로 묘사했고, 어떻게든 자신들이 잘못된 게 아니라 타인(이를테면 유대인들)이 잘못되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한 번쯤은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비상식적이고도 악랄한 행위를 자행하는 꼴과 그들이 보여주는 뻔뻔한 태도는 부추겨지는 경향이 다분히 있습니다. 큰 사건이 터지더라도 자신들의 잘못과 책임에 대해선 생각지 않겠죠.. 그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걸 근절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기 위해선 이 책을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하며, 그런 고로 이 책을 추천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