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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보는 조선시대 불쌍한 어느 왜구 이야기
게시물ID : history_171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rca
추천 : 14
조회수 : 1627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4/07/18 00:36:51

전라도 수군 절도사(全羅道水軍節度使) 정윤겸(鄭允謙)이 치계(馳啓)하기를,

 


“지난 24일 신시(申時)에 남도포(南桃浦) 관할인 초도(草島)에 왜선 1척이 내박(來泊)하였으므로, 신이 병선 10척을 정돈하여 좌우로 대(隊)를 나누고서 우후(虞候)·군관(軍官) 등을 인솔하고 약 90여 리쯤 나가니, 남도포 만호(萬戶) 하홍(河洪)도 병선 5척을 거느리고 급히 초도에 이르렀습니다.

 


25일 미시(未時)에는 대묵도(大墨島) 서변에 왜선이 정박하고 있으므로 신이 1백 보(步) 남짓한 거리까지 추격하였더니, 왜인 50여 명이 혹은 갑옷을 입고 혹은 흑개(黑鎧)를 입고 혹은 철갑(鐵甲)을 입고 혹은 부채를 휘두르고 혹은 방패를 잡고 혹은 판엽(板葉)을 가리고, 각기 장검을 휘두르면서 서로 시끄럽게 떠들어 소리가 배 안을 진동하였습니다.

 


그래서 5∼6명이 서로 교대하여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목궁(木弓)에 혹은 철촉전(鐵簇箭)을 무수히 발사하여 혹 화살을 맞은 자가 있었으나 사상자는 없었습니다. 신은 처음부터 신기전(神機箭)과 총통전(銃筒箭)을 무수히 쏘고 장전(長箭)·편전(片箭)을 비오듯이 발사하였더니, 왜적 1명이 화살 10여발을 맞고도 몸을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신 등이 3면으로 포위하여 왜적과 역전(力戰)하였는데, 그들은 모두 배안으로 숨어버리고 집(楫)·노(櫓)·기계(機械) 등을 챙기지 않고 내버린 채 배만 끌고 서서히 가기에 신이 화전(火箭)을 많이 놓았더니, 화염이 배 위에 치성하므로 불을 끄려고 물을 뿌리던 왜적이 화살을 맞고 즉사하였습니다.

 


그러자 왜적 1명이 단검(短劍)을 갖고 떠들면서 우리 배로 뛰어들어 칼을 들고서 격인(格人) 김구정(金仇丁)을 찌르려 하므로 곧장 팔을 휘둘러 칼을 빼앗아 버리니 왜인이 다시 저들의 배로 들어가므로 진무(鎭撫) 박동(朴同)이 그의 등을 쏘아 맞혀 그는 배에 들어가 곧장 죽었습니다. 신은 관솔(脂松)로 홰(炬) 50여 자루를 만들어 불을 붙이게 하여 왜선에 던지고, 또 초둔(草芚) 3백여 장[番]에 불을 붙여 던져 놓았더니, 시목(柴木) 등에 불이 붙어 창공이 환하도록 화염이 치솟았습니다.

 


이때 왜적 20명이 배에서 뛰어나와 물로 뛰어들어 헤엄쳐 가므로 모두 쏘아 잡았고, 또 16명은 화살을 맞고 익사하였으며, 배 안에도 화살을 맞고 불에 타 죽은 자가 매우 많았습니다. 혹 그 배의 갑판 아래 살아서 숨어 있는 자라도 있을까 염려되어 배가 본판(本板)만 남도록 모조리 타버리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날 밤 3경(更)에야 발선소(發船所)로 회군(回軍)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왜인의 머리 20급(級)·왜전(倭箭) 14개·칠죽궁(漆竹弓) 1개·환도(環刀) 4자루·장검(長劍) 1자루·창(槍) 5자루·창병(槍柄) 1자루·호항(護項) 4개·갑상(甲裳) 1건·녹비 저고리(鹿皮赤古里) 1건·사을갑지(沙乙甲之) 6건·도초(刀鞘) 1건·반의(斑衣) 2건·비적(臂赤) 1건 등을 함께 봉해서 올려보냈습니다. 그리고 왜골(倭骨) 및 무기가 반드시 많이 쌓여 있을 것으로 여겨 남도포 만호 하홍으로 하여금 왜선의 본판(本板)을 새끼로 연결해서 끌어오게 하였더니, 하홍이 ‘바다에서 배를 끌어올 때에 참바가 저절로 끊어져셔 배의 본판을 유실했다.’ 하므로, 하홍을 용의주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사(監司)에게 이보(移報)하여 추고(推考)할 것입니다.”

 


몇줄 요약



- 왜선 1척이 초도에 나타나서 전라도 수군절도사 정윤겸이 10척의 전선을 이끌고 감(+남도포 만호 하홍이 이끄던 5척의 전선).


- 조선군의 전선을 본 왜선 쪽에서 조선군을 향해 활을 쏘았지만 조선군에 사상자 없음.


- 이에 대한 대응으로 조선군이 신기전과 총통, 장전, 편전을 왜선 1척에 쏟아 부음.


- 왜구가 도망치려하자 그 배에 화끈하게 불까지 질러줌.


- 불타는 왜선에서 탈출하려던 왜구들까지 모두 싸그리 다 잡고, 왜선 1척이 다 불탈 때까지 기다림. 



※ 출처 : 조선왕조실록 중종 48권, 18년(1523 계미 / 명 가정(嘉靖) 2년) 6월 1일(경자) 2번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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