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첫 ‘록페스티벌 시위’ 눈길…17·18일 ‘본부스탁’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며 행정관을 점거농성중인 서울대생들의 시위가 톡톡 튄다. 17일과 18일 서울대에서는 한국 최초의 '록페스티벌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음악과 영상이 결합한 '문화투쟁'이다.
대중가요 '이태원프리덤'을 패러디해 서울대 사범대의 노래패 '길'이 만든 '총장실프리덤'은 뮤직 비디오로 제작돼 14일까지 유튜브에서만 조회수 31만건을 넘겼다. '이태원프리덤'은 개그맨 유세윤씨와 보컬 뮤지(본명 이용운)가 만든 노래로 강남도 신촌도 홍대도 아닌 이태원에서 자신들의 즐거움을 찾았다는 내용으로 익살스러운 가사와 복고풍의 댄스로 큰 인기를 얻었다.
'총장실프리덤'은 원곡과 뮤직 비디오가 갖고 있는 유머와 풍자를 그대로 서울대 행정관 점거의 상황에 접목시켰다. 점거 중인 총장실과 캠퍼스 곳곳을 다니며 익살스러운 표정과 율동을 선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총장실프리덤'은 대화에 소극적인 총장과 행정관 점거를 불법 기습점거로 보도한 언론에 대한 불만을 노랫말을 통해 비꼬았다. '청소년은 대공원, 노인들은 양로원, 아이들은 유치원, 우리들은 이태원'이라고 한 '이태원프리덤'의 노랫말을 '학우들은 점거 중, 총장님은 부재 중, 언론들은 왜곡 중, 모두 모여 본부로'로 바꿔 풍자했다.
'총장실프리덤'은 먼저 개사곡으로 나왔다. 인기를 끌자 뮤직 비디오로 제작하자는 의견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왔다. 학생들의 제작 참여도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제작에 참여한 신중휘씨(20·교육학과)는 "노래라는 게 반드시 민중가요여야 할 필요는 없고 일반 학우들에게 편하게 접근하기 위한 방법으로 재밌게 개사를 해서 홍보공연을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충 하기에는 아쉽고 주변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분들도 있어서 편집과 촬영, 안무에서 많은 사람의 크고 작은 재능 기부를 받아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친숙함과 대중성을 지향하는 이러한 '문화투쟁'은 한국 최초의 '록 페스티벌 시위'로 이어진다. '본부스탁'으로 불리는 이 축제는 17, 18일 오후 5시 서울대 본부 앞 잔디밭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해까지 2년 연속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을 수상한 '브로콜리 너마저'와 홍대앞 칼국수집 두리반철거 반대운동에 참여했던 밤섬해적단, 꿈카, 하헌진, 단편선 등 23개의 인디밴드팀이 참여한다. '총장실프리덤'을 만든 학생들도 '점거 장기화와 얼굴들'이라는 별명으로 참여해 신곡을 발표한다. 학생들은 이날 그동안 '총장잔디'로 불렸던 본부 앞 잔디밭을 '학생잔디'로 개명하는 행사도 가질 계획이다.
'본부스탁'을 준비하는 심미섭씨(21·철학과)는 "과거 우드스탁이 반전과 평화의 상징이 되었듯이, 본부스탁은 '시위'가 더 이상 구시대적 유물이 아니라 흥겨운 우리 삶의 한 부분임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공연의 취지를 밝혔다.
< 주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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