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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과 담배이름
게시물ID : sisa_171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을낙엽
추천 : 11
조회수 : 40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5/10/25 01:22:45
한글날을 즈음해서 한 한글단체가 우리말 훼방꾼을 선정해 발표했다. 우리말을 사용하지않고 외국어를 많이쓰는 기업체에 내리는 꾸지람이다. 그중 고속철을 영문으로 한 KTX가 으뜸 훼방꾼으로 뽑혔으며 사내 영어공용화를 추진한다는 LG와 'Let's KT'라는 광고를 눈길을 모은 KT도 꾸지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영문담배이름으로 훼방꾼이름에 오른 KT&G다. 한때 민족의 시대상을 반영하여왔다고 여겼던 담배이름의 역사를 가진 KT&G. 전신 담배인삼공사에서 이름을 바꾼 KT&G가 한글단체의 꾸지람이 대상이 되었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우선 우리나라 담배이름의 역사를 훑어보자. 우리나라 최초의 담배는 1945년 9월에 출시된 '승리'다. 한민족 최대의 굴욕을 떨치고 36년만에 주권을 되찾은 해. 그해 감격스런 민족해방을 축하하며 나온 담배가 바로 승리였던 것이다.담배디자인과 담배맛은 졸작을 면치못했으나 '승리'라는 표기는 벅찬 민족감정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그이후 담배이름은 민족의 희망과 아픔을 담기 시작했다. 해방이후부터 70년대까지는 해방이후 고단했던 삶에 희망을 주고 민족재건을 위한 격려를 담은 담배이름이 대부분을 이뤘다.


4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담배인 '계명', 49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군용 담배인 '화랑'이 발매되었으며 51년에는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을 재건하고자 '전방은 진격, 후방은 건설'이라는 구호 아래 '건설'이라는 담배가 발매되었다. 

61년 7월에는 5.16혁명 후 당시 재건 의욕을 강조하는 뜻에서 '재건'이 발매되었고, 8월에는 최고급 담배이며 당시 최고회의의장이었던 고 박정희 대통령이 이름을 지은 '파고다'가 발매되었다. 
65에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동양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우리나라 최초로 현대화된 신탄진 담배공장의 준공과 함께 '신탄진'이 발매되었다.

69년, 당시 인기상승으로 '귀하신 몸'이란 애칭까지 붙었던 '청자')가 나왔다. 70년대는 민족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한 담배이름이 잇따랐다.한산도, 단오, 개나리, 환희, 남대문, 태양, 거북선, 샘등이 그것이다.

담배이름에 영문변화가 시작된것은 80년대다. 88올림픽등 국제사회로 본격 도약한 국가적 시대상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담배이름에는 각종 영문표기가 확대되다가 급기야 이름자체를 영어로된 담배가 출시되기 시작했다.

80년에 '솔'에 'PINE TREE'란 영어이름이 큼지막하게 써지더니 87년에는 'EIGHTY EIGHT 88'이라는 국내최초의 영문이름 담배가 출시되었다. 90년에는 'DELUXE MILD 100, 88'이 등장하고, 91년에는 'EXPO'가 출시하면서 이 때부터는 외국말 담배 이름이 아주 자연스럽게 쏟아져 나왔다.

이후 90년이후에는 영문담배이름 출시가 자연스런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고 되레 한글이름 담배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94년에 'This', 96년에는 'ESSE'와 'SIMPLE', 97년에 'Get 2', 99년에 'This Plus', 2000년에는 'Time'과 'Mount class', 01년에는 'CIMA'가 나왔다. 2001에 나온 이 담배의 이름은 "시마"로 읽히는 것 때문에 일본말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이에 반해 우리말 이름은 몇 년에 하나씩 구색 맞추는 정도로 출시됐다. 80년에 '솔', 82년에 '장미', 88년에 '도라지', 89년에'한라산', 92년에 '하나로', 99년에 '시나브로'를 훈민정음 반포 당시의 표기를 써서 7년 만에 만들어 내놓았다. 이는 당시 IMF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담배이름 최초로 국민공모를 통해 지어진 이름이였다. 그리고 2000년에 '한마음'이 출시되었던 것이다.

국민들의 기호가 외국이름에 익숙하고 수출을 위해 어쩔수 없다는 나름대로의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 그러나 한때 국민의 아픔과 희망을 대변하며 시대를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담배이름이 외국이름 일색을 점철된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아쉬운 일인것은 분명하다. 

담배이름은 국민일상속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수출을 하고 있다면 그 이름은 국제사회에 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담배질과 마케팅 뿐만아니라 우리말로 된 담배이름을 위한 연구도 소홀하지 않는 KT&G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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