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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취업 삼수생이다.
게시물ID : gomin_17184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리왕
추천 : 11
조회수 : 1393회
댓글수 : 35개
등록시간 : 2017/08/07 04: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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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한군데서 전화가 왔다.

 서류가 합격했단다.

 오랜만에 면접이라 열심히 준비했다.

 후...숨이 막힐듯한 더위..

 정장을 꺼내입는데 벌써부터 땀이 흐른다.

"네! 한국기업 마케팅부 지원자 박취준입니다!"

... 


띵똥! 메일 알림음에 서둘러 메일을 확인해본다.

"아... 뭐야 광고메일이네..."

이윽고 울리는 알림음.

긴장되는 마음으로 메일을 확인한다.

'한국기업 1차면접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귀하의 능력은 뛰어나나 아쉽게도 금번 저희 채용에서는...'

후...길게 한숨을 쉬어본다.


  
며칠뒤 친구놈 생일이라 간만에 다같이 모였다.

"야야, 오늘은 내가 쏜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놈은 여기가 맛집이라며 우리를 강남의 한 고깃집으로 끌었다.

"여기 제일 맛있는게 뭐예요? 네네, 일단 그걸로 5인분 주시구요! 후레쉬 한병 주세요" 

친구놈은 메뉴판은 보지도 않은 채 주문을 한다.

 "얘드라, 여기 고기맛 어때? 죽이지?"

"아 그래~괜찮네..맛있다"

옆에 펼쳐있는 메뉴판을 힐끔 확인해본다.

'목살 18000원(1인/180g)'

 가격을 보니 밥이 잘 넘어가질 않는다.

 함께 나온 된장찌개를 입에 퍼넣었다.



"덕분에 잘먹었다"

"응,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 이건 니가 사라"

"그래그래, 저기 편의점있다"

"스크류바로 통일 오케이? "

"그래그래"

삑! "3500원 입니다 "

"네, 여기 카드요."

 '삑삑삑삑~'

포스기에서 요란한 경고음이 울린다.
 
".... 아 저기..카드 한도초과라고 나오는데요.."

"아...죄송합니다. 현금드릴게요"

다급히 지갑을 꺼내 천원자리 네장을 꺼냈다.

현금이 있었다는 사실에 일단 안도했지만, 쥐구멍이 있다면 머리카락이라도 넣고 싶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야! 스크류바 다섯개 사는데 카드가 한도초과냐?ㅋㅋ"

친구가 툭 던진 장난섞인 말이 오늘따라 가슴을 짓누른다.

그 날 술을 많이 마셨다. 마시다 보니 아침이었다.

집에는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밤을 곱씹어본다.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기 그지없다.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남들처럼 대학만 나오면 취직은 되는거라 생각했고

뉴스에서 취업난이라 떠들어 대긴 해도, 이 생활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본격적으로 취업준비 해보겠다고 일년전에 그만 뒀던 알바...왜 그만두었을까.

모아뒀던 알바비가... 이제 없다. 

남들 몇번씩 보던 토익시험조차 부담스러워 두번만에 점수 올리기를 그만두었고

  토익책도 중고로 구입해서 공부했었는데...

정말 아끼고 아꼈는데...그 돈은 1년을 채 버티지 못한채 바닥을 드러냈다.

이제 어떡하지? 다시 알바를 해야하나...

2년전에 알바구할때, 음식점 사장에게 비웃음을 산적이 있었다.

"스물여덟인데 알바하러 왔어요?ㅎㅎ 아니 회사를 다녀야지 알바를 하면 어떡해~"

그때도 기분이 더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서른살에 알바를 구해야 하는 내 처지가 너무나도 서글퍼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컴퓨터를 켜고 알바몬에 들어갔다. 

스크롤을 휙 휙 내리며 눈으로 읽어 내려간다.

시급-6430원...

갑자기 모니터가 흐려진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책상에 엎드려 소리없이 흐느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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