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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히 돈/보증을 요구하는 장인, 장모님...
게시물ID : gomin_17188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2VoZ
추천 : 4
조회수 : 801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7/08/09 16:57:47
좀 긴 이야기지만 들어주세요. 최대한 짧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내와 저는 5년정도의 만남후에 결혼을 하고 이제 2년차가 되어가는 부부입니다. 미국에서 만나서 미국에서 지금껏 살고 있구요.
둘다 30대가 되어서 결혼을 했고, 이제 아이도 슬슬 가지려고 생각을 하며,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벌이도 맞벌이지만 둘이서 먹고 사는데 부족함 없이, 한달에 조금씩 모아가며 가끔씩 여행도 가고 그럽니다.

저희 부모님은 식당을 운영하시고 정말 남아도는 정도는 아니지만, 노후 걱정은 전혀 없으십니다.
하지만, 1년 365일 거의 매일 쉬지 않으시고 60대 초중반의 나이신데도, 열심히 일을 하시고 지내시죠.

문제는 장인장모님이신데, 장인어른이 목사님이시고, 장모님은 피아노 레슨을 하시곤 합니다. 두분다 50대 후반이시구요.
장인어른이 사역을 하신다면 좋겠지만, 거의 15년째 미국에 오신 이후로 이렇다할 사역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사람이 참 좋으신데, 부목사로 가면 담임목사가 질투해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었고, 좀 복잡하기도 하고 억울할수도 있는 사연들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딸 4명중에 장녀로 미국에서 학교다니고 일을 하면서 항상 꼬박꼬박 장인장모님께 생활비를 보태드렸었구요.
동생들도 적게나마 모아서 생활비를 보태며 어렵게 어렵게 지내온걸로 압니다.

도중에 생활비때문에 동생들 이름으로 아버님이 신용카드 개설하셔서 빚도 못갚고 완전히 신용불량자 비슷하게 된 동생도 있구요.
모르긴 몰라도 제가 알지 못하는 빚이 상당할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장인장모님은 여전히 사역자, 목회자, 목사라는 명분으로 똑바로된 직업을 갖지를 않으십니다.
이제 50대 후반, 물론 타국땅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것이 힘들거란걸 알지만,
그렇게 딸들을 고생시키면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게 옆에서 봤을땐 이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아내를 사랑했고, 그 힘든 굴레에서 이 친구만이라도 벗어나게 해주자는 생각에 결혼을 결심했고,
서로의 관계만으로는 정말 만족 이상에 이런 친구가 함께하는것에 항상 감사하게 지냅니다.

글이 길어질것 같아서 제가 고민으로 삼고 있는 내용들을 요약해서 적겠습니다.

1. 결혼식은 전혀 양가 도움없이 치뤘지만, 저희 부모님이 집 계약금이나 많은 부분에 금전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집안에 가전제품들도 다 미리 제가 구입을 해놔서 장인장모께 도움받은건 전혀 없구요.

2. 결혼 이후에도 저희 부모님께선 가끔씩 저희가 여행을 가면 용돈도 주시고, 아내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천만원 상당의 수술비도 턱하니 내주셨습니다. 도와달라고 한것도 아닌데, 그냥 던지고 가실때도 있고, 죄송할 뿐이지요.

3. 아내는 그런 부모님들이 감사하고 죄송스러워서, 항상 뭐라도 더 해드릴게 없을까 고민하구요.

4. 문제는 처가인데, 결혼식을 저희가 다 준비한지라, 저희 부모님은 축의금을 가져가지 않으셨는데, 장인장모님께선 약 500만원 정도를 가져가셨습니다.

5. 결혼한지 3개월만에 한달에 50만원씩 (미국돈으로 500불정도) 매달 헌금조로 돈을 달라고, 이건 용돈이 아니라 헌금이라고 요구를 하셨는데, 거절을 했습니다. 아내는 그때 많이 울었구요. 교회를 하시는것도 아니고, 일을 하지도 않으시는데, 벌써부터 매달 용돈을 드리는건 아니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6. 저희 둘이서 사는데 부족함은 없지만, 그렇다고 넘치는것도 아닙니다. 지금도 아내는 옷한벌 사면서도 여러번 생각하고 한번 살 정도로 저희가 엄청 여유로운것도 아닙니다.

7. 생일마다,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마다 용돈을 드렸고 (300~500불 가량), 하지만 생활비의 구멍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거란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8. 저희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보다 장인장모님 찾아뵙는게 훨씬 잦구요 (가까운데 사시거든요) 저희 부모님은 가게때문에 여행한번 모시고 못갔는데, 처제들 장인장모님 다 데리고 여행도 몇번 가고, 외식도 비교적 훨씬 많이 했습니다.

9. 어제 갑자기 아내에게 연락이 와서, 장인어른의 차 페이먼트가 너무 비싸서 리스로 돌려야하니 보증을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분명히 페이먼트를 잘 못하실 것이고, 그러면 그 돈은 저희가 달달이 물어야 할것을 아는데도, 거절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하고 있습니다.

장인어른이나 장모님이 똑바로된 직장을 구하시고,
그래도 생활이 어렵다고 하신다면 도와드릴 마음은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목사라서, 목회자라서 돈벌이를 할 수 없다는 핑계로, 거의 15년 가까운 세월을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신 삶에, 
그리고 그런 분들덕에 돈을 벌어도 정말 가난하게 지내온 아내를 보면 야속하기도 합니다.

아내는 그럴때마다 속상해하면서 저한테는 미안해하고..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가난을 제가 같이 짊어지는 것이 맞을까요.. 분명한건 도와드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것이고,
아내가 평생 해보지 못했던것들 해주고픈 저의 소망도 많은 부분 포기를 해야할것입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할까요..
잘 알려주진 않는데, 지나가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지금도 매달 내야되는 공과금이나 차페이먼트 등을 못내는 상황인것 같습니다.
계속 저희만 믿고 의지하려고 하시는것 같은데, 처음 거절한 다음에 뭔가 달라질까 기대했지만.. 사람이 바뀌긴 쉽지 않은것 같내요.

위에 썼다시피, 전 개인적으로 저희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죄송한 마음만 쌓일 뿐입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저희 부모님이 다 하시는데, 도움만 받고.. 집에서 쉬고 계시는 장인장모님께 도움을 드린다는게...


두서없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제발 인생에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 봐주셔서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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