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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주의, 장편] 희곡 2부
게시물ID : panic_164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몬샤벳
추천 : 1
조회수 : 20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6/15 19:31:38
태성은 몸에 젖은 낙엽을 떼어내었다. 흠뻑 젖은 머리칼 사이에 눈이 번들거렸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미친듯이 범람하는 강때문에 폭포소리가 들렸다. "태성아, 스물 다섯이야. 열 다섯은 엉뚱한 데로 간거 같아" 태성은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익숙한 낯들이었다. "여자가 열넷이고, 나머진 남자야" 태성은 천천히 상의를 벗고, 비틀어 물기를 짜냈다. 옷은 꽉 조여져 한방울도 남김없이 물을 토해냈다. 벗은 상의는 완벽하게 근육잡힌 몸이었다. 여자아이들 몇몇이 그와중에도 태성의 몸을 흘깃거렸다. 태성은 젖은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천천히 찾기로 하고, 우선 몸부터 말리자. 숲 안으로 들어가야겠어" 태성이 앞장서 걷기 시작하자, 무리가 같이 움직였다. 두 무리는 벌써 수장을 두고 있었다. 돈, 권력 따위가 아닌, 본인이 지닌 순수한 힘만으로 뽑혀진. 그곳은 야생이었다. 4. 타닥, 타닥 모닥불이 계속해서 타고 있었다. 불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앉은 아이들은 모두 멍하니 불만 바라보았다. 어떻게 보면 놀라운 성과였다. 애당초 야생에 관한 지식이 전무하던 일반 학생들이 비오는 정글에서 불을 피우게 된 것만도 하나의 기적이었다. 비가 잦아들고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그들이 불을 피울수 있었던 데에는 경석의 도움이 컸다. "흐으으..흐.. 추워" 비는 멈추었지만, 젖은 몸으로 숲에 서있다가는 동사한다. 숲은 낮 동안 항시 그늘을 대동하고 있기 때문에 춥다. 나무들이 서늘하게 온도를 낮추는 까닭이다. 더구나 온 풀과 나무들이 흠뻑 젖어있는 상태라서야 말할 것도 없다. 태수가 반 아이들중에서 몇명을 추렸다. 평소 운동좀 잘하고 힘좀 쓴다는 덩치 큰 녀석들로만 5명을 모은 후, 우선 불을 피우기 위한 땔감을 구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나무는 많았다. 지척에 널려있었다. 다만, 하나같이 굵고 억셌다. 고등학생 2학년 남자아이들이 꺾을 수 있는 가지들이 아니었다. 몇 번 시도하다가 불가능하다고 투덜거리는 아이들을 보고, 태수는 비행기에서 가져온 도끼를 꺼내들었다. 몇번 내리찍자 굵은 가지들을 얻을 수 있었다. 여섯명의 남자아이들이 양팔 가득 땔감을 지고 왔지만, 정작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아이들이 영화나 tv에서 본것처럼 나뭇가지를 비벼 보았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손에 물집만을 얻었을 뿐이다. 잠시 그 모양을 바라보고 있던 지연이 가만히 라이터를 건네었다. "한지연, 하여튼 골초다 골초.. 이런데와서도 가져왔냐?" 지환이 라이터를 받아들며 지분거렸지만 지연은 말이 없었다. 평소대로라면 한바탕 욕설을 하며 대거리를 해야할텐데.. 침울한 눈동자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어 보였다. 지환도 더이상 말하지 않고 말없이 불을 붙였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불은 전혀 붙지 않았다. 젖은 나무에 라이터 불을 가져다 보았지만, 연기만 조금 피어오를뿐 전혀 불이 붙는 기색이 없었다. "이리줘 봐" 태수가 받아들고 불을 켠채 시도해 보았지만, 불은 전혀 붙지 않았다. 그때였다. "소용없어, 젖은 상태에서 불은 안붙어" 창백한 얼굴을 한 경석이 앉은채 조용히 말했다. "저 찐따 새끼가 뭐라고 씨부려.." 지환이 인상을 쓰며 경석에게 다가갔다. "김지환.." 태수가 조용히 지환의 이름을 불렀다. 지환은 움찔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태수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경석에게 다가가 라이터를 건네었다. 경석은 천천히 일어섰다. "우선, 바닥에 세로로 세울수 있을 만한 나무들 좀 추려봐" 태수가 눈짓하자 아이들은 바닥에 세울만한 넓적한 나무들을 추렸다. "그것들을 둥글게 세워.. 가운데 공간을 비워둔 채로" 경석의 목소리는 작았고 얼굴은 창백했지만 아이들을 이끄는 힘이 있었다. 그는 잠시 부스럭거리며 자신의 배낭을 뒤적거리더니,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도 태울거리를 찾아봐, 약간이라도 좋아. 젖지 않았으면 돼" 그말에 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배낭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한두가지씩 꺼내기 시작했다. 옷가지나 지갑사이에 껴놓은 지폐가 가장 많았다. 평소에 가장 중요한 물질의 척도였던 돈이지만, 현재 아마존에서는 생존의 척도였다. 그들은 불이 필요했다. 그 외에 젖지않은 양말, 카메라 내부에 있었던 필름 등이 있었다. 불을 피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랐지만, 경석이 놀라운 것을 꺼내들었다. "뭐야, 왠 책이래?" 아이들이 경석이 꺼낸 책을 만져보다가 놀랐다. "이거, 안젖었어?" 경석이 말했다. "젖지않는 섬유로 만들어진 책이야.. 한국에는 드물지만, 비가 많이오는 영국이나 우림지역에서는 이런 재질의 책을 팔기도 해. 가이드에게 말해서 기념품으로 사두었던 건데, 이렇게 유용할 줄은 몰랐다" 만원짜리 지폐 18장, 양말 6개, 카메라 필름 한무더기, 그리고 책 1권. 태수가 라이터를 조심스럽게 그것들에게 가져다 대자, 잠시 후 화악 소리와 함께 조그맣게 불이 붙었다. 불을 보자 아이들이 작게나마 환호성을 질렀다. 태수가 경석에게 물었다. "그런데, 뭣 때문에 나무를 둥글게 세워놓으라고 한거야?" "일단, 가운데에서 불이 타고 있으니 주변 땔감들이 서서히 마를거야, 가운데 땔감이 꺼질 즈음에 주변에 세워놓은 마른 나무를 넣으면 되는거야" 아이들 모두가 감탄했다. "와, 경석이 자식. 좀 하는데?" "괜히 전국모의고사 1등이겠어" "너 밖에 없다!" 여자아이들도 이 순간 경석을 감탄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경석은 놀랐다. 자신을 향한 감탄과 칭찬이 생소한 까닭이다. "돼..됐으니까.. 우선 불 꺼지지 않도록 잘 봐.." 그 말에 아이들은 황급히 겨우 붙은 불에게로 모여들었다. 오직 태수와 경석만이 무리 밖에 서있었다. 태수가 엄지손가락을 경석에게 들어올렸다. 경석의 창백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야, 설경석 또 전국석차 1등이래.."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진짜? 또? 아우.. 뭐 저런새끼가 다있냐" 다들린다 "야, 쟤 존나 싸가지 없다며" "정말? 어떤데 그래"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애들이랑 잘 말도 안하고 무시하고 그런다나봐, 꼭 반에 한두명 정도 저런 새끼들 있잖아" "아, 난 저런 타입 제일 싫더라. 지가 뭐라고 애들 무시하냐?" 다... 들린다. "야, 설경석 말이야. 여자 존나게 밝힌데" "깔깔깔, 지주제에 뭐 잘난게 있다고?" "킥, 그러니까. 들었냐? 지영이가 걔랑 같은반 아냐. 근데 지영이한테 고백했었다는데?" "뭐? 푸하하하! 지영이가 뭐래?" "뭐라겠냐 이년아, 지영이가 그새끼랑 사귀기라도 하겠냐?" "푸하하!" 항상... 다 들렸었다. 경석은 전국 모의고사에서 석차 1등을 한번도 빼앗기지 않는 수재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어릴적부터 온갖 퀴즈대회와 프로그램에 나가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고등학교에 진학할때도, 학교장 선서와 온갖 선생님들의 관심을 독차지했었다. 그래,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만큼은 경석이 최고였다. 명실상부한 1등이고 미래의 재목감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아이들 세계에서는 달랐다. 경석은 오만하고, 재수없으며, 얼굴도 못생긴게 공부 좀 한다고 아이들 무시하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쓰레기였다. 5. 지희는 비틀 비틀 걸어갔다. 이렇게 오래 굶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집은 제법 부유했고, 그녀의 아버지가 의사인 덕분에 다른 가정보다 아쉬움 없이 자라났다. 귀엽게 생긴 외모덕분에 학교에서 인기도 많았다. 게다가 외동딸인 까닭에 부모의 자녀 사랑은 각별했다. 그런 그녀가 언제나 굶어보았을까. 그때였다. 덥수룩하게 자란 야생목 아래에 흰색 버섯 몇개가 돋아있는 것이 보였다. 지희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비척 비척 거리며 아이들이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안돼' 그녀는 서둘러 달려가 버섯을 움켜쥐었다. 버섯은 뿌리째 뽑혀나와 탐스러운 자태를 자랑했다. 지희가 버섯을 한 입 크게 베어무려는 찰나, 갑자기 다른 팔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멈춰" 지희는 눈을 크게 뜨고 올려다보았다. 경석이었다. "시,싫어. 이거 내가 발견한 거란 말야" 지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경석은 무심히 손을 뻗어 지희의 손에서 버섯을 빼앗았다. 지희는 울먹거리는 눈으로 원망스럽게 경석을 바라보았다. 경석은 그런 지희의 눈빛을 무시하며 버섯을 집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바닥에 던져버렸다. 지희는 깜짝 놀란 눈으로 경석을 바라보았다. 경석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버섯을 발로 즈려밟았다. 그녀는 멍해졌다. "너무해, 먹지도 않을 거면 왜.." "독버섯이야" "응?" 그녀는 놀라서 눈을 깜박 거렸다. "이거, 독버섯이라구. 배고픈건 알겠는데.. 아무거나 함부로 먹으면 안돼. 아마존은 위험하다고" 경석은 피곤한 표정으로 지희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 정말?" "응" 지희는 놀란 눈으로 경석을 쳐다보았다. 부정적인 생각이 순식간에 고마움으로 뒤바뀌었다. "고마워, 하마터면 모르고 먹을뻔 했네" 혀를 조그맣게 내밀며 말하는 지희의 얼굴은 본 경석은 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앞서 걸어가는 경석을 그녀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계급의 변화 태수는 말 그대로 15명의 아이들을 책임지는 수장이었다. 자신이 그것을 직접적으로 자각하지 않고는 있지만, 그는 틀림없이 이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태수는 아이들을 챙기는 와중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고 정리했다. 첫번째 목표는 구조였다.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들이 타고온 여행기는 침몰해버렸고 그래서 그 주변에 남아있을 수 없었다. 그것은 계속해서 지속되는 스콜(Squall : 폭우, 태풍)때문이기도 했다. 끊이지않고 내리는 비 때문에 이윽고 그들이 서있던 땅까지 빗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수는 아이들을 데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번째는 실종된 아이들을 찾는 것이었다. 태수와 함께있는 아이들은 모두 15명, 아이들이 한명도 죽지않고 살아있다고 가정한다면 25명이 더 있다는 말이 된다. 15명이 함께 있는 것보다는 모두가 함께 있는 것이 훨씬 안전할 터였다. 다행히 지금 이틀동안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아마존의 맹수나 기후, 식량, 악천후 등을 따져보았을 때 인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세번째는 조금 더 구체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무리내의 계급의 조율이었다. 15명의 아이들 중 여섯은 여자였다. 이들은 철저히 약한 존재였다. 거칠고 고된 일은 모두가 남자가 도맡아서 했다.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았다. 나머지 9명은 남자였다. 그럭저럭 체격이 있는 놈들이었으므로 아직까지 이 행군이 무리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유는 경석이었다. 누군가 그랬던가, 인간이란 동물은 한 공간에 둘 이상이 존재하면 한 명을 핍박하는 존재노라고. 정확했다. 밀림에 불시착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동요되어 있었고, 그 스트레스를 해소할 상대를 찾았다. 남자라는 자존심이 여자들을 건드리게 놔두지 않았고 타겟은 자연스럽게 가장 만만하고 약한 경석이었다. 학교에 다닐때도 왕따나 다를바 없었던 녀석이기에 더욱 쉬웠다. 하지만 그래선 안되었다. 아이들 모두가 모르고 있었지만 경석의 꿈은 생태계 학자였다. 공부도 전국권 1등인 그가 아마존에서 그들 모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컸다. 태수는 어렴풋이 나마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태수는 경석을 존중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니었다. 우습게 보고 하찮게 보았던 경석이 그들 위에서서 말 하는 것을 곱게보지 않았다. 얼마전이었다. "야, 일어나" 지환을 필두로 두명의 남자아이가 경석을 둘러싸고 있었다. 모닥불은 거의 꺼져 깜부기 불이었지만, 어렴풋이 나마 주변을 비추었다. "으, 응?" 잠에서 덜깬 경석이 눈을 뜨자, 지환이 거칠게 멱살을 쥐어잡았다. "닥치고 따라와, 소리내면 죽여버린다" 얼어붙은 경석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끌려갔다. "지, 지환아.." 지환은 경석을 삐딱하게 노려보며 천천히 다가섰다. "학교 아니라고 살 판 났지? 응?" "무슨.. 말 하는지 잘.." 지환의 눈초리가 꿈틀거렸다. "오늘 아침에.. 임지희랑 애기했잖아? 근데.. 걔 내가 찍었다고 존나게 떠들고 다니지 않았었냐?" 경석은 어렵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아 그거, 그거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야.. 억" 지환이 내지른 주먹을 맞은 경석은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지환은 본격적으로 경석을 발로 밟기 시작했다. 경석은 많이 당해본듯 몸을 둥글게 말았다. "너 같은.. 병신 새끼가.. 내 여자한테.. 찔쩍거렸다는게.. 나는.. 존나게.. 싫어.. 이 새끼야" 지환은 쉴틈없이 발을 놀리며 띄엄 띄엄 말을 이었다. 퍽, 퍽, 퍽, 퍽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지환은 숨을 헐떡이며 발길질을 멈추었다. 경석은 몸을 둥글게 만채 아무 소리가 없었다. 기절한 것 같았다. 그때였다. "다했냐?" 누군가 나무에 몸을 기대고 서있었다. 어두워서 금방 알아볼 수 없었다. "태,태수야?" 태수는 몸을 일으켜 천천히 웅크려있는 경석과 지환의 패거리에게 다가갔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잡소리 빼고, 다했냐고" 지환과 함께 따라나선 지선과 오식은 일찌감치 고개를 숙였다. 지환만이 애써 얼굴을 들고 말을 이었다. "태수야, 잘한 건 아니지만.. 그래! 막말로 내가 이새끼 밟았는데. 이깟 왕따새끼 좀 때렸다고.. 억!" 태수의 발이 순식간에 지환의 허벅지로 날아들었다. 몇 종류의 격투기로 다져진 발차기는 일반 아이들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었다. 지환은 허벅지를 움켜쥐고 바닥에 털썩 엎어졌다. "아악, 아아아.. 으으.." 지선과 오식은 지환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더 더욱 표정이 굳은채 움직이지 못했다. 태수는 무표정하게 그런 지환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너, 한번더 애들한테 함부로 손대면 나한테 진짜 죽는다. 김태성이 왜 나한테 좆나게 맞았는지 알지..?" 지환은 부들부들 떨면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환의 어깨에 손을 턱 올렸다. "그래, 그래.. 내가 다 이해한다 새끼야. 비행기 꼬라박고 듣도 보도 못한 아마존에 뚝 떨어졌으니 좆같고 불안하겠지. 근데.. 그래도 새끼야. 애는 때리는거 아니다. 특히 경석이 이자식은.. 너도 조금만 똑똑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거야. 엉?" 태수는 턱짓으로 슬쩍 경석을 가리켰다. 그리고 지선과 오식에게 말했다. "앞으로 한번만 더 누구한테든 손 대는 새끼는 정말로 나한테 죽는다." 둘은 태수의 살벌한 눈을 흠칫 흠칫 피하며 대답했다. "..응" "알았어" 태수는 가만히 셋을 바라보다가 지환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환은 태수의 손을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경석이 눈을 떴을때는 벌써 아침이었다. 맞은 곳이 욱씬거리며 아파왔다. 이상하게 자신이 맞은 곳이 아니라, 어제 밤 잠들었던 곳에 누워있었다. 꿈인가 싶었지만 아픈 몸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가 어리둥절하고 있을때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선과 오식과 지환이 그에게 쭈뼛쭈뼛 다가왔다. 경석은 흠칫 뒤로 몸을 뺏지만, 그 셋은 커다랗게 외쳤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우리가 잘못했어! 때려서 미안하고, 욕해서 미안하고.. 에.. 학교 다닐때도 때리고 욕해서 미안해.. 아무튼.. 정말 미안해!" 경석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그들의 사과를 즉시 받아들였다. "괘..괜찮아.." 그 셋은 경석의 사과를 듣고 안도한 표정을 지은 뒤 휙 돌아서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태수는 그 광경을 쓴웃음 지으며 지켜보았다. 그리고 태수가 박수를 쳐서 아이들의 이목을 모았다. "자, 모두 일어났으면. 일단 가서 장작을 구해와! 여자애들이랑 남자애들이랑 짝 지어서 나가!" 아이들은 태수의 말에 군소리없이 일어났다. 경석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어이, 설경석! 넌 가지마. 따로 할게 있어" 경석은 철렁 심장이 내려앉았다. 최태수가 대체 무슨 일로 나를? 아이들이 쭈뼛하게 서있는 경석을 흘끗흘끗 돌아보며 숲 속으로 사라졌을 때 태수는 천천히 걸어와 그의 앞에 섰다. 경석은 얼굴을 마주보지도 못하고 조용히 아래만 바라보았다. 턱! 경석은 놀라 자빠질 뻔했다. 태수가 갑자기 그의 어깨에 양손을 얹었기 때문이었다. "자, 쫄따구들은 갔으니 대장 둘은 좀 쉬어야지" 경석은 눈을 껌뻑거렸다. "대..대장?" 태수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임마! 대장! 내가 대장할테니까, 넌 부대장해라" 싱글 싱글 웃으며 경석을 바라보던 태수는 짐짓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야, 내가 대장이라서 불만이라는 거냐?" 경석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냐, 아냐.. 아,알았어.." 태수는 그런 경석을 보며 다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출처 웃긴대학 초록환타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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