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으로 주절거리겠습니다.
올해는 조금 심하게 재수가 없긴 했습니다
올해 들어가면서 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더라구요 만사 다 하기 싫고 기운없고 결국에는 하던 일도 펑크내고 접어야 했죠
대학병원가서 이것 저것 검사해 보더니 결핵이라더네요 ㅎㅎ 너무 뜻밖의 병명이라 처음 의사분께 결핵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
'아 결핵에 걸린 사람은 그렇구나' 딴 사람 이야기로 착각까지 했었죠. 의사선생님이 '환자분 본인이 결핵이라고요' 말해서야 알았습니다 ㅋㅋ
또 이번 장마시즌에 폭우로 인천이 물바다가 된 사건 기억하시나요. 덕분에 집안 장판 다 버렸습니다. 가뜩이나 기운없는데 물퍼내느라 힘들었네요
워낙 상습 침수지역이라 이젠 뭐 새로울 것도 없지만 물 넘어올 때 마다 기분 더러운건 어쩔 수가 없네요
이런 사건 이후로 화룡점정으로 요번 7월 말에 아버지가 쓰러지셨네요 아침서 부터 어지럽고 행동거지가 이상하길래 병원에 가자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당신께서 한사코 안 간다고 떙깡을 부리시길래 포기하고 주무시는거 보고 잠깐 일좀 보러 갔습니다. 갔다오고 그제서야 심각성을
느끼고 119를 불렀습니다. 병원에 원수라도 지셨는지 웅얼거리며 안 간다는 사람을 들고 병원에 갔더니 좀 늦게 와서 각오를 하시는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시술 선에서 처치가 끝났고 뇌 손상이 있긴 하지만 신체 능력은 거의 문제가 없고 다만 인지와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선에서 끝났습니다. 담당의께서 하늘이 도우셨다고 하시네요. 솔직히 제가 좀더 일찍 병원에 보냈으면 지금보다 더 상황이 좋았을텐데
죄스럽게 느껴집니다
일단 초상 치를 위기를 넘기긴했는데 이제 앞으로가 문제네요. 돈도 돈이고 아직 제가 대학생신분이고 지병이 있어서 일을 많이 못해 지금 집안경제의
대부분을 어머니께서 부담하십니다. 이젠 어머니께 무리가 올까 걱정이 되네요. 또 이제 겨우 쉰 중반인 우리 아버지는 앞으로 사람구실 하는 것은 둘째 치고 앞으로의 재활도 제대로 할지 걱정입니다. 전에 멀쩡하던 때도 병원 공포증에 똥고집에 말이 안 통하던 양반인데 이제 치매기운 까지 왔네요...
제가 앞으로 가장 두려운건 50대 팔팔한 남성의 육체를 지닌 90살 치매노인을 죽을때 까지 돌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입니다. 글로는 대강 높여
부르고 있지만 저희 아버지 절대 좋은 아버지나 좋은 남편 좋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제 안에서 이 사람을 부양 해야하겠다 하는 일말의
연민이나 의무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요 며칠 아버지 병간호 하는 것을 보고 옆자리 환자 아저씨가 효자라고 침이 마르게 칭찬하시는데
사실 속으로 할 짓 못할 짓 다 해본 저로써는 쓴 웃음밖에 지을 수가 없더라고요...
어머니께 남편 재활 적당히 끝나고 나서는 그냥 알아서 살라고 내비두고 연 끊고 따로 사시라고 이야기 하곤 합니다. 지금은 우스개 소리지만 나중에
가서도 그게 우스개 소리가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맥빠지는 미래를 어떻게 버텨야할지 그야말로 멘붕이네요 다만 우리 어머니 이 모든걸
극복하시고 좀 사람답게 사시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뭔 짓을 해서라도요. 그거 하나는 명확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