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네 편지의 속삭임, 내 손을 벤 그 흰 종이가 말한다. '이제 없어.' 눈을 뜬다. 10시 35분. 잠 들기에도, 나가기에도 뭔가 어색한 그런 시간. 불은 꺼져 있지만 구석의 어둠 속에서 네가 흘러나올 것만 같다. 다시 눈을 감는다 이렇게 편지의 속삭임과 너의 그림자가 지배한 밤이라는 제국. 나를 가둔다. 나는 죄인이니까. 언제나 죄인이었으니까. 분침과 시침이 나란히 포개진다. 눈을 감는다. 눈이 떠진다. 그만두고 싶다, 놔버리고 싶다. 그렇게 죽어간다. 그렇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