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떨어지고 페북에 남긴글
더 지니어스가 프로그램 특성상 비밀유지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분들의 질문에 답변 드리지 못했습니다. 방송도 나갔으니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처음 제작진 측에서 저에게 출연 제의가 왔을 때 어떻게 나같이 평범한 기사에게 연락이 왔을까 무척 의아했습니다. 어떻게 된 건가 싶어 일단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제작진에게 들어보니 정상급 기사들을 비롯한 제가 예상했던 기사들은 출연을 고사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저한테까지 연락이 온 거죠.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누군가가 저를 추천해 준 것 같습니다)
피디님, 작가님과의 대화를 통해 저 말고도 다른 직업군의 출연 후보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반쯤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일류기사가 아닌 보급기사인 제가 출연해도 되는 걸까 걱정이 앞섰지만, 그래도 바둑보급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니 출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바둑기사는 두뇌는 뛰어나지만 친화력이 부족할 것 같았는데 다혜씨는 왠지 잘할 것 같다는 제작진의 말에도 용기를 얻었고요.
제가 잘 못하면 바둑계에 폐가 될 것 같아서 퀴즈 책도 풀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나름대로 준비했습니다. 출연진 프로필을 보면서 어떤 말을 건네면 친해질 수 있을까도 생각하구요. 1회 2회는 어찌어찌 살아남았는데 3라운드에서 그만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미 탈락했는데 너가 잘 하면 바둑계에 도움이 된다, 꼭 잘 해서 바둑계의 위신을 세워야한다 등의 말을 들을 때마다 참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도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제 능력이 부족해서 일찍 탈락하는 바람에 바둑기사에 대한 이미지가 하락할까봐 그게 가장 걱정이 됩니다. '바둑기사'하면 굉장히 머리 좋은 이미지니까요.. 나름 1대 1 대결에서는 그래도 제가 조금이라도 유리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나 봅니다. (결합바보였을줄이야ㅜ-ㅜ)
개인적으로는 여러모로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한 편의 방송이 나가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한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지만 스텝 분들이 정말 고생 많으시더라고요. 녹화 하면서 인생의 쓴맛도 느껴보고 사람 보는 눈도 조금은 생긴 것 같고.. 참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닿게 되어서 기쁩니다. 유명하지도,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않은 저에게 출연진 모두가 잘 대해주셔서 속으로 무척 감동했습니다. 역시 남는 건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 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서 마음이 아픕니다. 앞으로 바둑 보급 더 열심히 하는 걸로 갚겠습니다. 끝으로 제가 없어도 더 지니어스2 많이 시청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출처 : http://hgc.bestiz.net/zboard/view.php?id=ghm&page=1&sn1=&divpage=3&sn=off&ss=on&sc=off&keyword=%B9%D9%B5%CF&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5160
- 이다혜에게 바본데를 시전했던 조유영.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