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하는건 상대의 심리를 읽는 것과 같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교수님에게 여쭈어봤다.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무언가 특별한 '심리기술' 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여쭈었을 때, 교수님은 흔쾌히 대답해주셨다.
"정보를 알아내는게 좋지."
화두를 던지신 교수님은 언뜻 엉뚱한 질문을 던진 제자에게 진지하게 답을 해주셨다.
교수님의 말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화 전(前)>
1. 초두효과에 얽매이지 마라.
2. 대화의 목적을 기억해라.
3. 두려워 하지마라.
<대화 중(中)>
1. 상대의 얘기를 들어라.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를 획득하고자 함이니 잘 기억해라
2. 상대가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하며 얘기의 흐름을 이어가라.
3.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나중에 해라. 대화가 길어질 것이다.
4. 1번의 대화에 전체를 파악하려 하지마라. 그 누구도 단기간에 사람을 파악할 수 없다.
5. 감정에 휩쓸리지 마라. 공감은 좋으되, 흥분은 심리적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대화 후(後)>
1. 웃으며 헤어져라. 초두효과 만큼, 대화후의 얼굴이 각인된다.
2. 대화를 돌이켜봐라. 다음 대화 때, 더욱 발전할 수 있다.
========
위의 10 가지 특징을 제시하신 교수님에게 "이것들을 외우면서 해야겠군요" 라고 물었다.
내심 교수님이 "이해하면 돼."라고 하길 바랬건만, 교수님은 커피 한모금을 드시며 껄껄 웃으셨다.
"심리학은 외우는 것에서 시작되는거야. 그래야 그나마 알아갈 수 있거든."
그러시면서 교수님께선 이어 말씀하셨다.
"외운다고 해도, 사실 맥락은 같아. '상대방을 알고 싶다' 고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되는거지.
심리학도 같다."
하시면서 질문을 던진 날 앉히시곤 20분간 추가 강의를 해주셨다.
"심리학은 상대방을 파악하는게 아니야, 알고 싶은거지."
교수님 방을 나오면서 내 머릿속에 위의 한가지 말이 맴돌았다.
'심리학은 파악이 아니라, 알고자 하는 것이다.'
파악하는 것은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지만,
심리학은 파악한다고 볼 수 없다. 파악이 되었다면 이 세상에 정신병으로 고생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껄껄 웃으시는 교수님에게서 난 대화의 본질을 그나마 엿보았다는 건방질 수도 있는 생각이 들었다.
=========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