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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오늘 영 그렇네요...
게시물ID : gomin_1722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이...
추천 : 0
조회수 : 32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6/25 23:54:31
초등학교 때 혼자 미술 학원을 다녔었어요.
5학년이던 때가 1995년인데, 학원 끝나면 항상 건물 앞 초미니 포장마차에 있는 떡볶이집에서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그때 1인분이 500원, 다른 데보다 비싼 쌀떡볶이였어요. 맛있었지요... 정말 맛있었습니다.
당시 그 떡볶이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저희 어머니보다도 훨씬 연세가 많으셨어요. 작은할머니 정도랄까요.
제가 당신 큰손녀랑 이름도 같고 동갑이라고 엄청 예뻐해 주셨어요.
그래서 떡볶이 먹으면 꼭 오뎅 하나를 주시고,
집에 가면서 먹으라고 종이컵 가득 오뎅 국물을 담아 주시던 분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우연히 그 떡볶이집 아주머니를 뵈었습니다.
시장에서 막걸리 파는 조그만 빈대떡집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뭐, 그땐 제가 막걸리 마실 일도 없었고 아는 체 해 봐야 아주머니가 날 알아볼 리 만무하고, 그냥 그런가 보다 했어요.

스물 다섯 살이던 2008년 어느 날, 친구 병문안을 가려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종합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 병원 정문 근처에서, 그 아주머니가 오뎅과 호떡을 팔고 계시더라고요.
초등학교 때 쌀떡볶이 하던 그 포장마차보다도 훨씬 더 작은 떡볶이였습니다.
왜인지, 그때까지도 그 아주머니가 특별히 늙으셨다는 느낌을 전혀 못 받았어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뵈어서 그런 걸까요.

그런데 오늘, 비가 엄청나게 오는 초저녁에 지하철역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는데
또 그 아주머니를 뵈었습니다.
비가 그렇게 쏟아지는데 우산 하나, 비옷 하나 없이 슬리퍼를 끌고 비를 맞으시며
캔, 페트병 따위를 가득 담은 이따만 한 리어카를 밀며 바삐 가시더군요.
갑자기 가슴이 되게 먹먹하더라고요.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뛰어가서 우산을 씌워 드렸습니다. 가시는 데까지 씌워 드리겠다고 했더니 손사레...
아웅다웅 끝에 결국 가시는 데까지 제가 밀다가 아주머니가 밀다가 하면서 갔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더군요...
도착한 다음 우산을 아주머니 손에 쥐어 드리고 뒤도 안 보고 뛰어 왔습니다.
무슨 정신인지 집까지 그대로 걸어 왔네요. 비 오는데 하이힐 신었더니 물집이 여러 개 잡혔는데도 아픈 줄도 모르고 멍하니 걸어 왔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이 기분을, 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살다 보니까 이렇게 서글픈 날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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