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중립경기가 치러지고 있다는 거 알고 계시죠? 지금도 기아와 SK는 잠실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죠.
현행 규정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에 서울연고 팀이 없을 경우 정규리그 1위팀의 홈구장에서 한국시리즈 1,2차전을 치르고 정규리그 2위팀의 홈구장에서 한국시리즈 3,4차전을 치른 후 5,6,7차전은 잠실에서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서울연고팀이 진출했을 경우 2-3-2(1위팀 홈-원정-홈) 방식으로 치르게 됩니다.
프로야구가 생긴지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개인적으론 중립경기라는 게 구시대적인 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홈에서 두 경기밖에 하지 못하는 건 지역연고제인 프로야구에 어울리지 않죠. 홈팬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고 더군다나 1위팀의 어드밴티지도 줄어들 테니까요. KBO는 수입 문제가 아주 중요한 듯합니다.
역대 한국시리즈들이 어디서 펼쳐졌는지 찾아봤습니다. 문제가 있었던 시리즈로 모아봤습니다.
82년> OB:삼성... 대전 대구 서울 서울 서울 서울
OB가 대전을 연고지로 삼고 있었을 때입니다. 한국시리즈 진출한 두 팀이 각각 한 경기씩만 홈에서 갖고 나머지는 모두 서울에서 가졌습니다. 홈경기를 한 번만 치르도록 했던 게 KBO의 첫 규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잠실은 당시 미완공)
83> 해태:청룡... 광주 잠실 잠실 잠실 잠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죠. MBC 청룡은 서울연고지 팀이었기 때문에 1위팀인 해태가 홈에서 한 경기를 치른 후 원정 4 경기를 치르는 꼴이 됐던 겁니다. 이후 각각 홈 경기를 두 경기씩 치르는 걸로 규정이 바뀝니다.
95> OB:롯데... 잠실 잠실 사직 사직 잠실 잠실 잠실
곪아서 언제든 터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터졌죠. 롯데는 홈에서 두 경기, 원정에서 다섯 경기를 치렀습니다. 84년부터 94년까지 이런 경우가 없었던 이유는 서울팀이 KS에 진출하지 못했거나, 또 진출했다 하더라도 중립경기까지 가지 않고 4차전만에 끝났기 때문이었습니다.
97> 해태:LG... 잠실 잠실 광주 광주 잠실
여기서도 문제가 나왔습니다. 정규리그 1위팀은 해태였습니다. 하지만 1,2차전을 잠실에서 치렀습니다. 어차피 5,6,7차전이 중립경기이니 3~7차전 모두 잠실에서 하면 모양새가 좀 그렇지 않겠냐.. 라는 KBO의 고견(?)에 의해 해태는 1위로 진출하고도 홈 어드밴티지를 박탈당했습니다.
01> 삼성:두산... 대구 대구 잠실 잠실 잠실 잠실
정규리그 1위팀 삼성은 홈에서 2경기를 치른 후 원정 4경기를 치렀습니다. 이 이후로 규정은 현행처럼 바뀌게 됩니다. (서울연고팀이 진출하지 못하면 5~7차전 중립경기, 진출하면 홈-원정-홈 2-3-2)
04> 현대:삼성... 수원 수원 대구 대구 잠실 잠실 잠실 잠실 잠실
무승부가 쏟아져나오며 9차전까지 갔던 한국시리즈입니다. 5경기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KBO는 중립경기 규정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구시대의 유물인만큼 언젠가는 없어져야겠죠. 일단 지방구장들이 빨리 신축해서 구장 크기를 늘리는 것밖엔 방법이 없겠네요.
위 자료를 보면 '일단 닥치고 나서야 생각한다'는 KBO의 무능행정을 잘 보실 수 있으시겠죠.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그것이 현실이 되면 욕 바가지로 먹고 규정을 개정합니다.
중립경기를 치르는 이유가 흥행성 때문이라면 (상징성 때문은 설마 아니겠죠? 잠실이 무슨 웸블리같은 중립구장도 아니고) 규정을 자세히 모르지만, 한국시리즈 규정이 단지 저렇게만 되어 있고 끝이라면 만약 SK와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붙는다면 (문학과 사직은 둘 다 큰 구장) 그래도 5~7차전은 서울에서 하게 되겠네요. 인천, 부산팬들이 항의하면 그때서야 또 규정을 바꾸겠죠. x만석 이상의 구장을 가진 두 팀이 진출하면 중립경기 없는 걸로.. 닥치고 나서야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이런 규정이 있는데 제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 좋겠지만요.
개인적으로, 중립경기가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이제 관중들도 많이 늘었고 사상 최대의 중흥기를 맞고 있는 프로야구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홈팬들에게 경기를 돌려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