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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두서 없이 글을 쓴 적이 있었던 칸트의 철학에 따라 커뮤니티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았습니다.
칸트는 인식론이나 도덕, 판단력을 설명하면서 내용과 형식을 구분하여 전에 없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보이면서 탁월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간략히 설명해보면, 인간의 인식과정은 연역적이며 원래 타고난 능력 혹은 신의 이성 출장소를 가지고 있어 인식이 가능하다고 하는 합리론과 백지 상태에서 경험을 통해 백지를 채워간다는 경험론으로 설명하였습니다. 하지만 합리론은 신 혹은 타고난 이성이라는 독단이 없이는 설명이 어렵고, 경험론은 아무리 귀납적인 경험을 하더라도 결국 예외의 가능성이 있어 원칙을 찾기 어려운 회의론에 빠지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칸트는 인식의 과정을 직관과 사유로 나누고 직관의 형식인 시간과 사유의 형식인 범주화를 찾아내어, 인식의 대상(내용)은 각기 다르더라도 선험적인 인식의 형식(시간, 범주화)을 공유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인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도덕에 있어서도 어떤 행위의 가치 혹은 도덕성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행위의 내용(구체적인 행동)과 행위의 형식(행위를 하게된 이유)으로 나누어 행위의 가치판단의 준거로 행위의 형식을 채택합니다. 행위의 내용은 사람마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각기 다른 판단의 준거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절대적인 준거로서 기능을 못하지만, 행위의 형식 즉 행위를 한 동기가 '인간이라면 마땅히 해야할 행위라서 하였다'는 정언명령에 따른것인지 아닌지를 통해 가치를 판단 받을 수 있는것이죠.
미적 판단 역시 무형식의 형식이라는 공통의 미적 인식 형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공통된 미적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여러 커뮤니티의 가치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도 같은 기준으로 보면 각 커뮤니티의 내용과 형식으로 나누어 봐야 할것입니다.
커뮤니티의 내용이라면 좌파적 정치 성향, 우파적 정치성향이라거나, 여혐적 성향, 남혐적 성향, 혹은 재밌는 커뮤, 노잼 커뮤 등 여러가지로 범주화가 가능할 것이고 각 내용은 개인의 가치관과 성향에 따라 많이 다른 가치를 부여할 것이라 적절한 가치판단 준거라고 하기는 힘들겠죠.
커뮤니티의 형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커뮤니티의 내용을 이루고 본질적인 것은 그 커뮤니티의 여론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론 형성 과정이 커뮤니티의 형식이 되고, 그 여론 형성과정이 합리적이고, 배타적이지 않으며, 열려있느냐, 아니면 불합리하고, 배타적이며, 근거없이 여론이 형성되느냐에 따라 가치의 판단이 되지는 않나 생각해봅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이라도 수긍하고, 아무리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라도 합리적인 내용인 경우에는 수긍하면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굳이 실명을 들기는 그렇지만 몇몇 커뮤니티를 보자면 극우파인 커뮤니티나 좌파인 커뮤니티나 결국 여론의 형성과정이 비슷해 보여서 생각이 나서 한번 글을 써봤습니다. 오유는 아닙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