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널 만났던 여름이 아직 생생히 기억나
설레이는 마음으로 너의 집을 준비하다가
동래역에서 내가 들고 간 채집통 속으로 들어온 넌
지금에 비해선 참 작고 여렸지
에코백 채집통 속 네가 조금씩 움직일때 마다
느껴지던 진동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난 네가 내 작은 행동에 다칠까 겁이났어
널 준비한 리빙박스 속에 넣어놓고선
한참을 쳐다보기만 했었지
낯선 공간에서 뽈뽈 거리며 움직이는 네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그 작은몸으로 밥을 먹고 물을 마시는 네가 너무 신기해서
혹시 넌 아니
미치도록 외로운 밤
텅빈 집이 고독으로 가득차 숨이 막혀오는 새벽
난 달달 거리며 쳇바퀴를 타는 너의 집에 손을 대고는 잠을 청했어
그 소리로 그 진동으로 난 위로 받았어
집에 들어왔을 때 서늘한 공기가 날 반겨도
여기 이곳에
살아숨쉬는 너란 존재가 있다는게 난 참 고마웠어
시간이 지날수록
널 돌보는 손길이 게을러지고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네게 시선을 내주지 않고
손을 타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을 주지 않았던
이 못난 주인이 밉지는 않았니
이제서야 너에게 소홀했던 시간들이 후회가 돼서 날 덮쳐와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물밀듯이 몰려와
그 좋아하는 해바리기씨 마음껏 주지 않아서
너에게서 애정어린 시선을 거둬버려서
익숙하다는 이유로 널 당연시해서
미안해 누나가 미안해
우리에게 만약 다음이 있다면
그땐 내 마음을 다 쏟아 널 사랑할게
부디 얼마 남지 않은 너의 시간이 평화롭길
잘자 내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