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누군가를 만나려고 했던게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려고 했는데 없어서 외로움을 느낀다
기르던 반려동물이,
만나던 사람이 내 인생에서 떠나갈 때
함께 바래다주러 나갈 사람이 없을까
긴 연휴가 시작되고
내가 이렇게 멍청스러운 연휴를 보내게 될 줄은
미처 알지 못했을 때 대단한 계획이 없어도
서로 뭐하냐며 우선 만나서 얘기하자는 사람이 없을까
인간관계든 집안 사정이든 세상만사
답답하고 속이 꽉 막혔을 때
시원한 맥주 한잔 주고 받으며
속 시원하게 터놓고 얘길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을까
보고 싶었던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는데 조조든 심야든
언제든 내가 보는 영화를
함께 보고싶다고 해 주는 사람이 없을까
연락처를 훑어보았는데
처음 사람부터 마지막 사람이 나오기까지
몇번씩 다시 반복해 보았지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영화가 막 시작했는데
금방 엔딩크레딧 뜨는 것처럼.
그러나 찰나 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긴 긴 시간을 살아온 나니까
그리고 살아가야하니까
그 시간속에 스쳐간 많은 사람들
그리고 연락처에서도 스쳐간 사람들
나는 앞으로 오래 살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공간에 채워질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감정의 쓰레기통은 되고 싶지 않지만
내가 버려진 쓰레기통이나 다름없진 않을까
차라리 쓰레기통에 누군가 다가와
쓰레기를 툭 던지듯 질문이라도 던져주었으면
좋겠단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