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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과 머저리의 '로또가 당첨된다면' . ssul
게시물ID : humordata_17273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14
조회수 : 1731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7/11/13 21:38:13
 
 
우리는 주말오후에 또 같이놀고 있었다.
 
 
정확히는, 같이 논다기 보다 토요일 회사차원에서 하는 봉사활동 때문에, 금요일날 퇴근할 때 토요일날 다시 여기까지 오기 귀찮은 머저리가
병신인 내 집에 와서 술을 마신게... 일요일까지 같이 있게 된 것 뿐이다.
 
 
나는 이새끼가 봉사활동이 끝나고 나면 집에갈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토요일날 저녁까지 장장 여섯시간 반을 경쟁전에 몰두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새끼가 아닌마냥 100점 떨구고 구십몇점을 복구해 거기서 거기인 점수를 유지한 뒤에 내가 이놈을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머저리는 혼자 중얼거렸다.
 
 
"지금 ㅅ동 족발이 문을 열었을란가..."
 
 
^^
 
아 오늘 집에 못들어가겠다.
 
이럴줄 알았으면 빨래라도 좀 다 하고 나올걸.
 
뭐 이렇게 된거 어쩌겠나. 아무튼 나는 차를 몰아 부산으로 향하는데, 옆에 앉아있던 머저리가 뭔가 불현듯 생각난 듯이 말했다.
 
"아 로또 안샀네! 행님 로또 잠깐 사러가지예"
 
"안되는거 뭐 맨날 해서 뭐하노"
 
"사는데 의의가 있심더"
 
"니 저번에 로또 다섯게임 스무장 넘게 사서 번호 한개 맞은거 그새 잊어뿐거 아이가?"
 
"존나 짜증나네예 고마 씨부리소"
 
"씨부려? 주댕이로 니 다 뜯어뿔까?"
 
아무튼, 우리는 로또를 사기 위해 양산에서 가장 인기있는 로또판매점에 들어갔고, 그 머저리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판매점에 들어가려고 할 때 나는 그놈의 팔목을 붙잡고,
 
"삼천원줄께 내껏도 하나 사온나" 하자 그놈이 싹 다 자동으로 긁어 사왔는데 오자마자 헐레벌떡 뛰어오며
당황한 표정으로 내게 그 번호를 보여주는 것이다.
번호는 1 2 3 5 7 10 식으로 연결된 번호였는데, 상식적으로 나올 수가 없는 번호였다. 머저리는 매우 흥분한 말투로 외쳤다.
 
 
"행님! 내가 사왔심더! 20프로 콜하지예!"
 
 
그런데 그쯤되니까, 진짜 이게 당첨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그래서 '그래 20...' 까지 이야기하다가 나는 나도모르게 정색하며 말했다.
 
 
"안된다. 거 20미터도 안되는 거린데 10프로 하자"
 
 
그러자 머저리가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15프로' 라고 잘라말한다.
좋다! 내가 이놈한테 15프로 정도는 줄 수 있다!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에라이 ㅆ발! 20프로 하고 우리 내일 카드 현금서비스 한도까지 긁어서 서울가자!"
 
 
당첨된다면, 거의 200억에 가까운 금액이 나와 그놈의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우리는 매우 흥분해 있었다. 심지어 나는 손이 떨렸다. 그놈은 에임에 지진난 맥크리마냥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벌써부터 인생계획을 잡고 있었다.
 
 
"행님 행님은 나 20프로 떼주고 나면 뭐할낍니꺼?"
 
 
"뭐하긴 일단 내 사는 원룸 인수받고 피씨방 두개 차리고 검소하게 bmw 520d 사야지"
 
 
"아 내는 차욕심은 별로 없어서"
 
 
"그럼 니는 그냥 렉서스같은거 하나 사라"
 
 
"아 그럴까예 그것도 검소하고 좋지"
 
 
"캬 오늘 여덟시 반 넘으면 니 현금서비스 380만원 받는각이가 우리 한우묵으러 가나?"
 
 
"한우가 문젭니꺼 일찍자고 내일 서울가가 인터컨티넨탈 호텔 스위트룸 잡고 앞으로 삶을 생각해봐야지예"
 
 
하여튼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가고 있는데 우리 차 바로앞에 아우디 A7 한대가 정속주행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니 봐라. 오늘은 내가 핸들에 K.I.A 가 써 있지만 일주일뒤에는 동그라미 네개 달린 차를 운전하고 있을끼라"
 
 
"내는 동그란 원에 파란색 삼각형 있는 차 운전할낍니더"
 
 
"이야 니 쫌 검소하네"
 
 
이런 쓸데없는 대화를 한 뒤 오후 아홉시 반 우리는 로또번호 당첨결과를 검색했고
그냥 그날 술 존나많이 마시고 다음날 시장에서 칼국수먹고 헤어져 월요일날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이런 병신같은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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